제발, 그만~

코로나 19

by 지은

긴긴 장마가 끝날 무렵 방학중인 학교들은 2학기 준비가 한창인가 보다. 벌써 율이네 학교를 제외하고 한 길 건너에 있는 학교들을 포함. 많은 학교들이 2학기 플랜을 배부했다.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만 가고 온라인 클래스로 학습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학기 땐 고학년은 주 세 번, 저학년은 주 네 번 학교를 간다며 엄마들은 늘어졌던 광대를 한껏 치켜세웠다. 만나는 엄마들 마다 율이 학교는 이학기에 주 몇 번 가는지 궁금해했고, 나도 무척이나 궁금해서 이제나 저제나 나올 학교 소식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율이 학교는 신중한 건지, 아님 게으른 건지 알 수 없게 감감무소식이었다.


햇살이 쨍하게 고개를 내밀고, 그칠지 모르고 내리던 비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자, 갇혀있던 습기만큼이나, 온몸 활게 하며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들떠서는 평소 같지 않게 실소까지 실실 흘리고 있었다. 초3 아들이 한마디 한다.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들의 방학인데도 창살 없는 장마에 갇혀서 화투에, 윷놀이에, 스플랜더, 키키리키, 우봉고... 보드게임만 주야장천 하고 나니 내 엉덩이가 뿔이 나서 더 이상 앉아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뿜어져 나왔고, 이제 막 고개를 내민 햇살도 짓궂어 보이고, 검은빛 몰아낸 구름은 방방을 타도 좋을 만큼 푹신푹신해 보였다. 한껏 초록빛 물오른 나무들하고도 한달음에 달려가서 맘껏 장난을 걸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냥 항상 걷던 길만을 걷는다 해도 그 걷는다는 게 그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그마저도 내 게으름으로 등한시됐던 것들이 새삼 소중했던 거구나 다시 한번 몸소 느껴가며 붕붕 뜬 마음에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아들과 오일 남은 방학 동안 재미난 놀거리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장마로 못 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찾아보던 중 속보로 올라온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 기사를 보며, 참담함에 지금까지 참았던 짜증이 제대로 욱하고 올라왔다. 거기다 이 시기에 광화문 집회라니......, 아~너무 화가 나서 울고 싶다...


학교가 등교일 수를 늘린다는 건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뜻 아니었을까. 또한 일상으로 회귀를 어느 정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건 나의 해석이 잘 못됐던 것일까. 물론 언제 다시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세로 돌아설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가을이 최대 고비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코로나 19가 나오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는 건 아직 한참 먼 얘기이지만,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었기에, 설마설마하면서도 내 걱정은 차츰 기대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러나......,



나라에선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준비에 나섰다. 일부 허용되었던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도 다시 무관중으로 바뀌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공공시설이 폐쇄되고, 주 삼회 등교한다던 학교들은 또다시 주 일회 등교할 것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왔다.



으쌰 으쌰 마음을 맞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푸쉬쉭하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허무함에 아무것도, 무엇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이 폭염 속에서도 방진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이, 그 속의 거친 숨소리가, 방진복 속에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생각나서,



내가 오롯이 할 수 있는 . 내 '욱' 하는 마음 다시 접어놓고, 이마 위로 불쑥 올라온 뿔도 잠재우며, 내 방방 뜨던 엉덩이는 다시 방바닥에 붙여놓고,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마음을 다 잡아본다.



방바닥을 뒹굴던 율이가 또 화투를 들고 온다. oh~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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