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3학년이 된 아들은 숲 유치원을 나왔습니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하늘을 지붕 삼아, 흙을 밟으며 초록을 모으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던 탓에, 일 년 삼백육십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른들이 회사에서 열심히 맡은 일을 하는 것처럼, 유년의 나이가 그렇듯 숲에서 열심히 노는 일을 하라고 보내게 되었습니다.
숲유치원은 일반 유치원과 다르게, 일 년을 스물넷으로 나누는 절기를 중요시했고, 숲유치원의 가장 큰 행사는 단오였습니다.
부모님들까지 참석해서, 오방색실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장명루(팔찌)를 만들고, 일 년을 시원하게 나게 할 단오선(부채)을 만들고,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발을 씻기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굵은 새끼줄을 엮어 그네를 타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 나물과 고소한 참기름으로 비빔밥을 해 먹고, 수리취 떡과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며 그날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그날의 열기를 식혀줄 차를 마시며, 일 년의 소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아이들도 하원을 하고, 아이들의 소원이 궁금하던 엄마들이 각자 아이에게 소원을 듣고 단톡 방에 모였습니다.
“누구는 우리 가족이 안 아프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했다며? 벌써부터 가족 생각이 너무 야무지다. 기특하네.”
“누구는 동생이 생기게 해 주세요 했다던데, 누구 엄마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거 아냐? 아직 젊잖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동생 좀 만들어줘~~”
“누구는 엄마 아빠가 장난감 많이 사주게 해 주세요 했데 ㅋㅋㅋ 너무 귀엽다 귀여워.ㅋㅋ”
“그나저나, 율이는 초콜릿 많이 달라고 했다는 것 같은데. 원래 초콜릿을 좋아해?”
아이들의 소원이 너무 귀여워 연신 웃으며 읽던 저는 아들이 초콜릿을 달라했다는 얘기에 의아해하며
“율아, 율인 오늘 소원 뭐 빌었어?” 하고 물었고
아들은 수줍게 웃으며 “엄마 나는 조커 많이 나오게 해주세요 하고 빌었어.”
“조커? 무슨.....”;;;;;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 알아차렸습니다.
그 당시 한창 화투에 재미가 붙은 아들은 조커가 나오면 다른 사람 피를 한 장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조커가 화투에서 제일 좋은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단옷날 소원으로 조커를 많이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던 거죠.ㅎㅎ 당연히 율이 유치원 친구들은 조커가 뭔지 몰랐고, 그 비슷한 발음의 초콜릿으로 오해를 했나 봅니다. ㅋㅋㅋ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 년의 소원을 비는 자리에서, 화투에 들어가 있는 조커가 많이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아들이, 너무 엉뚱하고 재밌어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