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아들이 아빠에게 피부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할 때도, 신랑이 그 이야기를 듣고 흥분해 화를 낼 때도, 아들에게 인성에 대해 무례함에 대해 지식이 많음에 대해 설명할 때도 내 마음은 흐르지 않고 고요히 굳어져있었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오고 내 온몸의 감각들을 마비시켰던 창피함이 기억을 뚫고 다시 막 솟아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창피할 일이 아니야, 그 여자가 잘못된 거야’를 외치면서도 아이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섰던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때늦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의사면허 목에 걸고, 그것이 권위인 양 휘두르는 모습이,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로서 일말의 사명감도 없이 차가운 메스로 사람을 살리고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사람들의 아픔을 계산기로 계산하려 드는 그녀가. 의학적 지식만 가지고 국어사전에 나온 아줌마라는 단어에 자기가 속하는 줄도 모르고, 지혜라곤 개미 똥꼬 멍만큼도 없이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아~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다.) 그런 그녀를 의사 선생님으로 대하고 그 입에서 튀어나온 반토막난 글자들을 주워듣고 무례함에 입도 뻥긋 못하는 무식한 엄마의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준 게 화가 났다.
난 그녀의 모든 지시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이미 의사가 아니었으므로. 그렇다 해도 아들의 발은 치료를 해야 했다.
한참을 아들의 발만 들여다보다 문득 내가 매일 사용해온 오일들이 생각났다. 티트리, 유칼립투스, 계피, 레몬글라스, 라벤더, 시트 로렐라, 오렌지, 페퍼민트 오일 등
나와 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속성 중 하나인 비염에. 잠 못 드는 밤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함에. 한 여름 등에 오돌토돌 솟아난 땀띠에. 얼굴에 올라온 뾰루지에. 목에 하나 둘 올라온 신경 쓰이는 쥐젖에. 한여름 불청객 모기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그 외에 것들 때문에도 난 매일같이 오일들을 사용해왔다.
훈증을 하고, 기피제를 만들고 로션과 섞어 바르고 또 그냥 바르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된 오일들 중 피부 염증에 특히 탁월한 티트리 오일은 예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에 의해 자상이나 화상 감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또한 그런 이유로 티트로 오일을 쟁여두고 매일 쓰다 보니 그 효능을 직접 확인했던 터라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었다.
난 티트리 오일을 꺼내서 아들의 발에 난 사마귀에 발라주었다. 작은 아기 사마귀에도 발랐다. 옆에 있는 아무 종이로 부채질을 해서 간단하게 말렸다. 하루 네 번 정도를 꾸준히 했다. 이주가 지나니 아기 사마귀들이 없어졌다. 계속 커지던 사마귀도 크기가 작아졌다.
방법은 아주 아주 아주 간단하다. 퓨어 100프로의 티트리 오일을 하루 서너 번을 사마귀 부위에 발라준다. 마찬가지로 아직 물집 상태의 아기 사마귀에도 발라준 후 살짝 말려주면 끝. 면봉을 사용해도 좋고 스포이드가 딸린 것을 구입하면 사용하기 아주 편리하다. 난 아이의 발에 난 사마귀에 스포이드로 한방울씩 떨어뜨려주었다. 흐를정도로 충분히.하루에 네번정도
매일 같이 해주면 사마귀의 크기에 따라 뿌리의 깊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십일에서 한 달 정도면 감쪽같이 없어진다. 수시로 작아지는 혹은 여러 개의 사마귀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퓨어 100프로의 티트리 오일은 연약한 피부엔 화상을 줄 수가 있으므로 얼굴이나 약한 부위에 바를 때는 몇 방울씩 로션과 섞어 바르면 되고, 아주 어린아이들의 발바닥에난 사마귀를 치료할 때는 면봉으로 작은 부위에 테스트할 것을 권한다.
아들의 발이 말끔하게 나아서 신기한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사마귀용 티트리가 따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일반 티트리 오일을 사용해본 결과 사실상 상업적인 목적으로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피부과에서 사마귀를 치료해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냉동치료를 하거나 위에서 말한 데로 긁어내는 방식이 있는데 사마귀가 완전히 제거되기 위해서 삼주에서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고 통증도 꽤 크다고 한다. 주 일회 서너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그렇게 봤을 때 비슷한 시간을 들이고 아이도 엄마도 고생을 아낄 수 있는 방법으로 티트리 오일을 사용 해 봄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번외의 얘기를 하자면 며칠 전 만난 아들 친구는 같은 피부과에 팔에 난 물사마귀를 치료하러 갔었는데 거의 두 시간을 기다리고 만난 의사는 아들 친구 엄마에게
“한가하게 물사마귀나 짜고 있을 시간 없으니 소아과로 가든 해. 아유~ 지겨워.” 라며 말했다고 한다.
정말 답 없는 사람이다.
아직도 난 그날 그렇게 돌아온 내가 소심한 겁쟁이라는 생각에 한 번씩 사로잡힌다. 결과적으로 난 피하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또 그 사람을 지독한 갱년기를 겪고 있는 할머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스스로 원해서 얻은 삶에.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더더욱 개인적인 욕심으로 타인의 아픔이 희생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