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 일이죠
당신은 땅끝 어딘가에 있다고 했습니다
육지가 끝나는 곳에 자욱한 안개,
그 속으로 섬이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이르지 못했지요,
앞으로는 더더욱
우리의 삶이란
자주 기억나지 않는 대명사 같아서,
저는 여전히 더듬거립니다
가물거리는 해안선에
파도가 몰려다니는 동안
무성한 여름의 이파리들이 한가롭게
몸을 흔들었을 뿐
벌써 오래 전의 일이었지요
물과 뭍이 몸을 섞던,
한숨처럼 안개가
가슴팍에 스미던 날
・
해남,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