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여행가의 나홀로 도쿄 여행 후기
고독은 나를 흐리지 않고 더욱 선명하게 한다는 것.
나 홀로 있을 때 발견하는 '나'가 재밌다는 것,
고독한 여행 후기 시작합니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조금 다르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
최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기 시작하며
요즘 제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주' '보이저 1호' '성간' '항성' '사랑' 등과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 '책과 삶'이란 채널에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출연해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고독함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순간에 두려움을 느껴
어느 큰 단체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
마치 누가 나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집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사춘기 시절과 비슷한 감정이라 하고요.
고독함은 세상에 혼자 있는 자아가
느낌을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해 창작을 한다고 합니다.
문학, 사업, 이외 기타 다른 예술 형태로요.
외로움은 자아가 연약한 상태,
고독함은 자아가 좀 더 튼튼한 상태라는 차이도 있더라고요.
재밌는 게, 저 말을 듣자마자
얼마 전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본
창의력은 '낯설게 보기'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주변과 일상을 낯설게 관찰하는 것부터 세상은 글감의 소재가 되고
고독함이 창작의 의욕을 솟구치게 한다면
'나 홀로 여행'이야 최적의 장소이지 않을까.
글쓰기이든, 뭔가를 느끼는 것이든 표현하는 것이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도쿄 여행에는
이왕이면 새로운 것, 안 해본 것
그리고 가는 곳마다 낯설게 바라보기를 의식적으로 실천해 보자는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 엘리베이터, 지하철역 곳곳에 있던 '서서 엉덩이 기대는 의자'
- 화려한 빌딩 속 예스럽고 멋스러운 이발소(Barber Shop)
- 자동판매기 물/차들의 2-30엔 상승된 물가
- 일본 선거 포스터 등장인물들이 한국보다 젊은 것.
(자신의 애독서 만화 '킹덤'을 자신의 포스터에 깨알 언급한 분)
-손님 99.9%가 남자인 라멘집
-평소와는 다르게 식탐이 줄었던 자신
-순수 메밀면의 식감은 매우 거칠며, 육수(다시)는 생선 베이스라는 것
-일본 빵집에선 일회용품 종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
-빵의 크기와 양이 한국보다 크고 또 저렴한 것
-일본 스타벅스 점원은 유니폼과 모자가 없다는 것.
-카페와 식당, 어디에나 있던 옷걸이와 바구니 (의자는 1인)
-얼음 위 생피망, 신선하고 차갑게 먹는 야채는 훌륭하고 저렴한 안주라는 것.
-캡슐 호텔은 꽤 아늑하고 하룻밤 묵기 좋다는 것
-100걸음마다 꼭 있던 신사
-눈에 띄지 않는 파출소 (한국은 파랑 파랑한데)
그리고 파출소와 늘 함께 놓여있는 자전거.
-파출소 대비, 어딜 가나 존재감을 뽐내는 빨간 우체통
-오후 2시에서 3시, 지하철이나 도로에서 삼삼오오 귀가하는 중학생
-유독 페트병 정리가 잘 되어있는 그물망
-간장 베이스 일본 음식이 의외로 많이 짜다는 것
그리고 역시나
나 홀로 있을 때 발견하는 '나'가 재밌었습니다.
왜 일본 가면 기분 내려고 맥주 한 캔씩 사서
편의점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전 확실히, 맥주를 안 좋아 하더라고요.
감자칩이나 디저트도 안 먹더라고요.
완전 주식파이기 때문에
밥 한 끼 맛있게 잘 먹으면
밤에 주전부리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점.
이자카야의 일본 술과 증류소주를 좋아한다는 것!
늘 먹는 것만 먹는다는 것!
생채소, 감자 샐러드, 닭 관련 요리, 모츠나베+양배추!
빵도 담백류의 크루아상과 초코빵을 좋아하지
안에 뭐 들어간 카레빵이나 크림빵은 안 좋아한다는 것.
좋아하는 음식은 잘 안 바뀌고
돈을 쓰는 곳도 잘 안 바뀌고
한결같은 취향을 뽐내며
'나 이런 거 진짜 좋아하나 보다'
'나는 왜 이런 게 눈에 들어오지'
라는 질문을 하며 비슷한 동네를 거닐고 또 거닐었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어딜 가나 스타벅스가 일하기 좋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쉬운 한편,
도쿄의 화려한 오피스 지하 1층에
활기찬 스타벅스에서 바쁘게 제 할 일과 미팅을 하는
일하는 사람들 속의 자신을 두니
일도 더 잘 되더라고요.
이런 게 디지털 노매드의 삶이라면
꼭 지속해나가고 싶다는 의욕도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일상이 충실해야
평소 하기 싫은 것도, 단련하는 것도 있어야
이런 도쿄 콧바람이 더 반갑고 즐길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부모님이 제가 해외에 나가 있는 걸
왠지 모르게 좋아하신다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이 여행이 끝나면
일상에 돌아가서 더 열심히 충실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채웠던 고독하고도 편안한 도쿄 여행이었습니다.
외롭지 않았고,
고독했기 때문에 편안했습니다.
나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시간.
Knowing My Story.
고독이 나를 가장 잘 보이게 했던 도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