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잘 살아지는 것들

내게는 과분했던 대기업의 복리후생

by 비타민들레

새로운 단골 카페가 생겼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채광이 좋고, 단출한 커피 기계와

강아지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에티오피아 원두가

정말 훌륭합니다.


그리고

휘낭시에와 브라우니 등을

직접 만들고 굽기도 합니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춘 느낌,

그리고 아침 8시 30분이라는 오픈 시간까지

제게 안성맞춤의 카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휘낭시에를 비추는

조명을 보니까

정확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 회사에서

업무 책상에 놓고 쓴 조명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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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쓰는

멋들어지는 인테리어 가구를

나는 회사에서 썼었네"


내가 다닌 회사가 새삼 큰 곳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조명을 업무로 쓰기엔

사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명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비싸고 좋은 거라는 것만 기억합니다. ㅎㅎ


모든 것들이 다 그렇지만

물품도 사람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하는 법인데

저는 그 조명의 가치를 알아주지 못했습니다.


제게는 참 과분했던 조명입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이렇게까지 좋은 조명을

원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저 사무 공간이 너무 어두웠고

모니터를 밝혀줄 조명이 필요했고

사내 업무 지원금을 모아

사내 가구 시스템에 리스트 중에서

예산에 맞는 하나를 골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조명이 얼마나 좋고 비싸고 귀하고 가치로운 건지

잘 몰랐습니다.

회사는 이런 '복리후생'을 통해

월급 이외로도 구성원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어

퇴사를 방어하고 계속 다니게끔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게끔 한다고 해요.

제가 누린 복리후생을

떠올려봅니다.


- 신용대출 이자 지원

- 아침밥 주기

- 점심, 저녁 공짜와 간식도 있던 구내식당

- 도서나 외국어 학습 지원

- 의료 실비 지원

- 건강검진 지원 + 부모님 지원

- 훌륭한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먹는 것

- 쾌적한 업무 공간, 기기, 설비 지원

- 헬스장과 각종 PT 프로그램 지원이 있던 시설

등등


생각해 보니 정말 혜택을 많이 받고 살아왔네요!


그런데 저는 결국 퇴사를 했고

이런 복리후생은 돌이켜보면

제게 참 과분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의외로

사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대체 가능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게

바로 복리후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는

아침에 집밥을 먹거나 삶은 계란이나 견과류를 먹고,

점심에는 김밥과 계란, 단백질 셰이크나 국밥을 먹고

저녁에도 비슷하게 잘 먹고 다닙니다.


책은 필요한 경우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하거나

짐을 늘리는 게 싫어 신중히 고민했다 삽니다.

운동은 홈트를 합니다.


덤벨 근력 운동도 유산소도 합니다.

의료는 개인 실비 보험이 있기도 하고

병원을 잘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병원을 한 번도 안 갔었습니다. (놀랍죠)


-


사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더 냉소적인 면모가

겉에 드러난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그 시절에 제가

이 조명의 가격이나 가치를 객관적으로 알았더라도

'이렇게까지 좋은 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월급이나 더 올려줘라!'

그런 말을 그저 함부로 내뱉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위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와 진짜 괜히 대기업 아니구나'라고 감탄을 합니다. ㅎㅎ

새삼 카페 조명 하나 덕분에

과거와 현재에 저의 달라진 태도와 관점을

스스로 알아차린 게 재밌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화려한 복리후생을 전혀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부족함이 없고

제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모두에게 퇴사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정확히는, 퇴사 후

회사 밖에서 철저하게 '나'로 살아남기,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추천합니다.


나의 새로운 면모와 관점의 변화를 알아차리며

나 자신의 존재로서 단단함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회사 생활을 해보는 것도 더 추천합니다...!

그래야 두 생활을 비교하며

내적 경험 지원이 더 풍부해져

마음이 튼튼해질 수 있으니까요! :)


퇴사러들은 제 글에 공감하실까요?

또는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겐,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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