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못 벌수록, 더 잘 써야 한다.

by 비타민들레


친구와 한 장난스러운 내기 덕분에

사업자 등록도 마쳤고, 브랜드 계정도 개설했다.


“이다음엔 뭘 해야 할까요?”


“이젠, 사무실 장소를 찾아야죠!”


오 그렇구나…

이제 장소를 찾아야겠다!


그렇게 2024년 3월 초,

내 사무실을 찾기 위한 발품팔이가 시작되었다.



퇴사 전 용산구 한강대로에 자리잡은 회사에서 찰칵(2024)


회사 생활이 내게 남겨준 ‘습관’ 하나를 꼽아보자면

‘평일 출/퇴근’이다.


아침마다 기분 따라 라테나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서

홀짝홀짝 마셔가며, 출근을 하는 게 루틴이었다.


가끔은 좋아하는 빵이나, 삼각 김밥을 사서

회사 사무실 내 자리에 도착해 손을 씻고

노트북 전원을 켜고 각종 로그인을 하며

커피를 홀짝홀짝 빵을 ‘우왕’하고 먹는 하루가

내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고요한 사무실에서 시작한 하루는,

저녁 7시 전후까지 각종 업무와 관계로 채워졌다.


그날의 생산성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집으로 출발해, 퇴근 지하철에서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얼른 씻고 누워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10년간 회사 생활을 해왔다.


집과 업무 공간의 확실한 분리는

내게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불문율과 같은 것이라,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게 되더라도

당연히 출, 퇴근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 필요한 것에 공감을 했다.


사무실 하나 구하려다 나의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밥벌이’에는,

나를 존중하는 공간이 하나쯤은 꼭 필요한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겐 너무 당연한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현주야, 너 어차피 당장 사무실 필요 없잖아.

당장의 일은 너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집에서 하고

또 고객은 카페에서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

수입도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정 지출을 줄여야지, 뭔 사무실이야! 돈 아껴!”


이 말을 들으니 좀 서글퍼졌다.


‘그런가? 내가 혹시 지금 아껴야 할 때를 모르고

너무 사치스러운 것을 하려고 하는 걸까?’

다시, 내게 사무실이 꼭 필요한 것인지

최대한 냉정하게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봤다.


곧장 이유들이 쉽게 떠올랐다.


1. 사업장 등록지를 집주소로 계속 유지할 경우, 자칫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집 주소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2. 난 코로나로 비대면 근무 가이드가 있었을 시기에도,

텅텅 빈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해왔다.

내게 ‘집’이란 쉼의 장소이지, ‘일’을 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3. 사람은 고립되어 있으면 안 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는, 소통과 연결이라는 상호작용으로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인터넷’만 잘 연결되면

일은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며, 공간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돈을 아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회사의 구성원 1인이 아니라,

내 이름과 브랜드를 걸고 세상과 거래해야 한다.


그만큼 나의 거점 공간도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안에서 누리던 내 업무 공간, 책상부터 의자, 카페부터 우수한 동료들과 함께한 환경 덕분에

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사람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혼자 있을수록 출근이라는 리듬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외부와 연결된 공간은 내겐 ‘생존’이었다.

그럼, 난 어떤 공간을 원했는가?


최소한의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 채광이 좋고 밝을 것,

집 근처에서 출, 퇴근을 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마포를 거점으로 위ㅇㅇ, 스ㅇㅇㅇㅇㅇ 등 온갖 곳의 투어와 견적을 신청했다.


회사원의 귀한 주말, 없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열심히 다녔건만

정작 내가 마주한 현실은, 채광은 좋지만 도시락 냄새가 진동을 하던 시장통 같은 분위기와

검정 벽에 책상 하나 달랑 있는, 창문도 없는 답답한 1인실,

그리고 도대체 언제쯤 연락이 닿을지 너무나 궁금한 대형 체인 공유 오피스들 뿐이었다.


그런데, 월세는 또 어찌나 당당하던지.


수확 없는 주말을 보내고

용산구 한강대로에 자리잡은 회사의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프릳츠 커피에서

멋진 한강 풍경을 내려다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나였다.


2화 끝.

이전 02화주말까지 사업자 등록 안 하면, 인센 까기 콜?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