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공사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소리를 뛰어넘은 더 큰 소리가 있었다.
“네? 언제 입주 희망하신다고요?”
귀가 째지는 공사장 소리 너머
우렁차게 내 귀에 꽂혀 들어온 소리는
공유오피스 사장님의 ‘매우 큰 목소리’였다.
내가 일할 공간을 찾아 한 달여 정도
마포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광화문 등에 자리 잡은 공유오피스를 찾아다녔다.
지하에 있는 곳부터 지상에 있는 곳까지,
주소만 활용하는 것부터 2-3인실까지,
틈이 나는 대로 블로그를 보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전화 문의를 했다.
그렇게 약속이 잡히면, 주말에 공간을 직접 방문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공간도, 비용도, 채광도, 위치도 어느 것 하나
그렇게 맘에 드는 곳 하나 없었다.
도리어 지치기 시작했다.
일 시작도 전부터, 힘 빼면 안 되는데...
‘혹시 아직 때가 아니라서 적당한 공간을 발견하지 못하는 건가’라는
의미 부여까지 해가며 이리저리 핑계만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그날도 꽤 많이 걷고 지친 날이었다.
서교동에서 동교동 방향으로 큰 대로 따라 내려오며 횡단보도 신호에 걸렸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며 블로그를 보다가,
공사장 현장 스케치와 이야기를 올려놓은, 공유 오피스 게시글을 발견했다.
오 여기 뭐야.
블로그의 내용 하나하나를, 다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로 느낌이 왔다. 뭔가 여기라고.
바로 안내되어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공사장 절단기 소리가 정말 시끄러웠다.
“아 네 안녕하세요, 공유 오피스 입주 관련 문의 드리려고요.”
“네↙네↗”
‘네네’의 억양만으로 추측 가능한 고향, 우리 아빠랑 동향이었다 분명.
이어서, 자신감 있고 단호한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많은 내용들이 쏟아졌다.
이 크고 씩씩한 목소리는
홍대입구역 사거리, 경적이 울리는 시끄러운 대로변에서도 매우 잘 들렸다.
“저 혹시 한번 가봐도 되나요?”
“근데, 지금은 저희가 공사 중인데…
언제 입주 희망 하세요?”
-
전화를 마쳤다.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공유 오피스였다.
통화가 끝난 뒤, 공간에 대해 내가 알게 된 건, 주소, 사장님의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이용 가능한 일정, 블로그에 올라온 공사장 사진 몇 장이 전부였지만
난 여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마음에 들 것 같았다.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의 당당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만드는 공간,
목소리에 담긴 공간에 대한 애정,
정신없는 공사장 현장에서도 응대에 친절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뭐랄까. 내가 만든 제품, 관여하고 참여한 과정과 결과물에 있어
유독 신뢰감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시간을 오래 들여서 보거나, 이야기를 많이 해봐야지만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찬 목소리 만으로, 그 분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을
사장의 얼굴도 공간도 아직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공기나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선택한 공간에서
오늘도,
목소리는 여기 사장님보다 작지만
마음만은 우렁차게 잘 일하고 있다.
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