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이라 쓰고, 수업료라 읽기로 했다.

[창업 시행착오] 무턱대고 의뢰한 브랜드디자인 1화

by 비타민들레

모르는 게 약이다.

아는 게 힘이다.


위 두 말 모두 맞는 말이지만

나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으면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시작도 하기 전 기진맥진하게 되니까.


그래서, 나는 우선 하고 본다.

일을 벌여 놓고, 감당이 되지 않아 쩔쩔매는 식의 패턴이다.


내게는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사전 단계에서 꼼꼼히 알아보고 준비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사고방식은

회사 밖 밥벌이의 준비 과정에 매우 ‘나답게’ 나타나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겪으며

매몰비용이라 쓰고, 수업료라 읽는 다양한 배움을 얻게 해 주었다.


어느 학자는 ‘경험’은 그 자체가 원인과 결과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 시점부터, ‘학습’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무턱대고 의뢰한 ‘브랜드 디자인’

회사 밖 밥벌이 준비의 첫 번째 시행착오와 배움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참 쉽지 않은 표정 (2024)


사실 지금 운영 중인 브랜드 ‘마음바이주디’의

전 이름은 ‘마음곳간’이었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여유 난다라는 말마따나,

고객 저마다가 보유한 마음의 곳간을

‘자기 이해’를 통해 가득히 채우는 것을 도와드리겠다는

큰 포부를 담았었다.


이름을 지었으니

얼른 세상에 존재를 알리고 싶어

인스타 계정을 만들기로 했다.


따뜻한 노란 빛깔의 상아색의 배경에

글자 ‘마음곳간’을 새겨 임시 로고를 만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

내 브랜드의 창업일로 지정한 2024년 6월 1일이 되기 전까지

2개월 여가 남은 시점이었다.


얼른 정식 로고와 브랜드디자인을 완성해

바로 갖추어진 모습으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SNS와 네이버 예약/스토어를 개설하고 싶었다.


그래서 또 ‘무턱대고’

네이버에 ‘로고 브랜드 디자인’을 검색했다.


파워 링크와 각종 스토어들 가운데

저마다의 ‘실력’과 ‘수정 무제한’의 강점을 어필하는

디자인 스토어가 다수 보였다.


디자인 외주는 크몽이 유명하다고 해 더 알아볼까 싶었지만,

웹사이트에 있는 각종 후기와 많은 양의 상세페이지를 다 살펴보자니

선택지를 더 알아보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우선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네이버에서 사장님의 ‘철학’’이 느껴지는

학원/카페 전문 로고 디자인 스토어를 선택해

‘무제한 수정’이라는 가장 비싼 옵션을 택하고 결제했다.


문제는 이다음부터 시작 됐다.


##

안녕하세요 브랜딩회사 00입니다.

아래, 로고 디자인 신청 양식 전해드리니 작성해 주세요.


브랜드 한 줄 소개 (업종 및 비즈니스에 대한 설명)와 의미

로고에 적용될 브랜드명 (한글/영문명, 메인으로 사용될 로고를 앞쪽에)

원하는 로고 형태 (텍스트형, 워드마크형, 심벌조합형, 캐릭터형, 엠블럼형)

로고에 담고 싶은 이미지 또는 컨셉, 표현하고 싶은 컨셉

- 원하는 색상 계열과 로고 분위기
: 여성 타깃과 남성 타깃, 현대적임과 전통적임, 재미와 진지,
단순함과 복잡함의 정도, 귀엽거나 파워풀함의 정도

피하고 싶은 스타일 및 레퍼런스 이미지 전달 요청


##


맙소사... 앗차 싶었다!


그래... 브랜드디자인 하려면, 이런 것들 다 필요하지.

아 그런데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어려운데...

근데 나 설마 이런 것도 생각 안 하고,

우선 밥벌이하겠다며 지른 거임 지금?


스스로 준비성의 미흡함에 뼈를 맞고

언제 또 저거 작성하고 정하지라는 막막함에 뺨도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레퍼런스 이미지라니, 그냥 알아서 잘해주셔도 되는데...!

“혹시 디자이너님께서 역제안 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지금 생각하니, 과거가 부끄럽고 담당 디자이너 분이 황당했겠구나 싶다.

자신이 론칭하는 브랜드인데, 남에게 정체성을 적어달라는 요청이지 않은가.


그래, 이렇게 다 시작하는 거겠지라고 창피함을 가득 끌어안고

한 자 한 자 그렇게 양식을 채워나가며, 디자인 회사와 소통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몇 번의 수정과 피드백이 오가고,

그렇게 점점 ‘마음곳간’의 로고의 완성이 코앞에 온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기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주야, 나 제주도 가는데 거기에 ‘마음곳간’ 있더라?”


“.... 응? 뭐라고? 헐!!!!!”


2차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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