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수정과 피드백이 오가며
그렇게 점점 로고의 완성이 코앞에 온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주야, 나 제주도 가는데 거기에 ‘마음곳간’ 있더라?”
“.... 응? 뭐라고? 헐!!!!!”
곧 론칭할 내 브랜드 이름이
제주도에 이미 있다고?
“아 진짜? 그럼 이름 못 쓰겠다.
얼른 대책 마련해야 되겠네. 알려줘서 고마워.”
수십만 원을 들여,
열심히 피드백하며 거의 완성한 로고!
이걸 버려야 한다니.
분명 검색을 해봤었고, 똑같은 이름은 없었는데.
이름을 떠올린 지 고작 두 달,
로고를 만들기 시작한 지 한 달여만에
고객들의 마음 곳간을 인심과 여유로 채워드리겠다는 포부는
나의 첫 매몰 비용이 되었다.
사실 이 이름엔, 내 첫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고객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그 안에 무언가를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다는 큰 다짐이었는데
내 마음이 헛헛하게 살짝 비워진 것만 같았다.
한편, 돈은 날아갔을지언정 또 아깝지 않았다.
이 타이밍에, 이 비용으로 끝난 게
엄청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중복되는 로고로
공식 계정을 이미 오픈했더라면,
콘텐츠도 꽤 올라간 뒤에 발견했더라면,
더 큰 공수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로고가 완성될만한 시기에
내 친구가, 내 창업 브랜드명을 기억해 주고
제주도에 일정이 있어, 가기 전 지도를 살피다가
중복된 이름을 발견할 확률...
대체 몇 퍼센트나 될까 싶었다.
“오빠 진짜 나한테 귀인이다.
정말 알려줘서 고마워요.”
농담이 아니라, 이게 혹시 될놈될인가라며
우주가 나를 도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난다.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좋은 것이다.
좋은 생각을 하는 건, 돈도 안 든다.
그러니까 안 하면 손해인 것이다.
그렇게 귀인의 도움으로,
더 큰 매몰 비용 발생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나의 긍정 마음가짐도 끌어올렸으니
로고는 못쓰게 되었지만 남는 장사였다.
-
“현주님, 마음곳간 준비는 잘 돼 가요?”
“아 선생님 그게 실은…”
나는 사내 PT 선생님과 사이가 좋았다.
트레이너와 트레이니로 만났지만
틈틈이 서로 어떻게 살아왔고, 또 관심사 대화를 통해
공사다망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선생님한테, 마음곳간의 슬픈 이슈를 전했다.
“진짜 귀엽고 찰떡이었는데, 너무 아쉽네요.”
“그러니까요. 이제 이름 뭐라고 짓죠?”
“저도 생각해 볼게요. 현주님 힘내요.
자 이어서 한 세트 더 시~작! ”
함께 안타까워하는 것도 잠시,
선생님은 내 상황이 짠하다고
운동 편의를 봐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CEO가 되려면 더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며
하체는 더욱 후들후들하게, 거북목과 복근 역시 쭉쭉 꽉꽉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예비 CEO 회원의
체력 증진에만 관심을 두는 그녀였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 강한 사람이 많다.
그리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일과 방식으로
늘 하던 그대로 서로를 대함으로 서로를 돕는다.
다시 1주일이 흘러,
PT날도 돌아왔다.
“선생님, 아이디어 떠오른 거 있으세요?”
“현주님, 왜 그런 거 어때요? 바이 주디?
너무 미용실 같나요?
마음 붙이면 마음 바이 주디!
왜 미용실에 바이 OO(이름) 이런 거 많잖아요!”
솔깃했다!
“엇어!! 선생님! 대박! 좋은데요!
타이틀에 이름이 들어가니까 훨씬 개성도 있고!”
-
무턱대고 일을 벌여 놓고, 쩔쩔매는 반복되는 패턴
하지만 이것도 할만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은 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많고
나는 혼자가 아니고.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귀인이
나를 돕고 있는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