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을 좋아한다.
아침 시간대를 즐기기 시작한 건, 중 2 때부터였다.
성적으로 전교 1등은 못 해봤지만,
등교 시간 전교 1등은 많이 해봤다.
아무리 늦게까지, 만화책과 애니를 보더라도
학교에는 1등으로 도착하고 싶어
핸드폰 알람과 시계를 6시 맞춰놓고 겨우겨우 일어나
7시에는 교실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 7시 10분쯤 되면
아침 일찍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삼삼오오 도착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싸 온 빵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산, 천 원짜리 김밥을 나눠먹으며
MP3를 TV에 연결해 음악을 틀어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한참 뒤, 중학교 졸업 후에야
아침 멤버들 중 한 남자아이를 좋아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늘 책 돌리는 모습을 보며 ‘쟤는 왜 저럴까’라고 한심하게 봤었는데
돌리지 않을 땐, 공부도 꽤 하고 키도 크고 기본 매너가 좋았던 친구였다.
아마,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품었던 건
할 땐 하는 친구가 ‘왜 책 돌리기 같은걸 하지?’라는
호감 어린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양면적인 모습은, 때때로 사람을 반하게 한다는 것도 이때쯤 알았다.
‘아침 일찍 멤버’는
학교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아침 일찍 멤버는, 자녀가 있는 선배님들이 많았는데
자녀의 어린이집/학교 등원 시간에 맞춰
하루가 일찍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출근하면, 이미 일을 한창 하고 계신 분들이 있었고
아침 생산성에 집착하는 나 역시
최대한 동선을 적게 하고, 아침에 빠르게 일을 시작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다 아주 가끔, 서로 타이밍이 맞으면
삼삼오오 사내 카페로 이동해 티타임을 가지며
업무 이야기와 근황을 짤막하게 나눴다.
주말에 뭐 하셨어요?
이번 출장 어땠어요?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업무 시작 패턴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나누는 순간들이 쌓여
서로의 내적 친밀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
하이브에 이직하고 얼마 안 된 시점,
이른 시간 사무실에 도착해 있는 뉴 페이스를 발견했다.
또래로 보여 더 반가워, 쭈뼛쭈뼛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략사업팀 김현주라 고합니다.
자리는 저쪽(손가락 가리키며)이에요!”
그분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자리엔 이미 전동화 머신에서 뽑은 커피가 보였지만,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저 혹시 바쁘지 않으시면, 잠깐 커피 괜찮으세요?”
흔쾌한 수락과 함께, 우리의 티타임은 시작됐다.
-
10-15분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일, 서로가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
과거의 유학 경험, 코로나 때의 생활, 통근 루트, 운동은 뭐하는지 등
오늘 처음 만났는데, 각자의 캐릭터 전사를 훑은 느낌이 들었다.
이날의 대화는, 신규입사자로서 으쌰으쌰 힘내자며 서로를 응원하고
사무실 자리에 복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도 우리는 서로 다른 팀이라는 적절한 거리감과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가까운 공통점으로,
종종 티타임을 가지며 우리가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한 시선과
회사 생활 전반, 개인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퇴밍아웃과 창업에 대한 계획을
비교적 일찍 알릴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과의 아침 커피 타임은
내가 회사 생활을 그만두면 가장 그리워할 순간들이자,
‘나’를 아는 사람들의 응원이 가득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있다
-
시간이 흘러, 퇴사를 코앞에 둔 시점이 되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마라톤 신청 대회 글을 발견한 나는
어떠한 맥락도 명분도 떠오르기 전,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같이 마라톤 나갈래요? 무리 없이 5km, 어때요?”
돌아왔던 대답, 역시 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 현주님!! 정말 좋아요!!!”
이 마라톤 제안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각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불안정했던 시기,
맞이하게 될 낯선 하루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아침을 열어보자는 의미였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나가면 좋을 것 같아.’
본능적인 직감이, 나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