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도와주는 런데이 앱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면,
지겹도록 듣게 되는 그 ‘말’이 있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뛰고 있는 속도로, 마지막까지 뛴다고 생각하세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속도 조절과 속도 유지
아무런 준비 없이 참가한, 인생 첫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려운지 익힐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완급 조절’이라는 개념이
일상과 일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각자의 인생, 지향점까지의 완주를 위해서.
2024년 6월 초의 어느 일요일
여름을 초입에 둔, 꼭두새벽부터 환하고 맑은 날이었다.
마라톤을 참가를 위해 아침 6시 50분까지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을 내릴 때부터
딱 봐도 마라톤 참가자들이 한가득이라
따로 지도를 보지 않고 그들만 따라가도
짐 놓는 곳, 번호표 받는 곳, 출발 지점까지 자연스레 도착할 수 있었다.
마라톤 현장의 처음 가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진짜 이렇게나 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대체 왜?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 포함한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달리기’를 위해
한데 모여있는 풍경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참가한 마라톤은 총 3가지 하프코스, 10km, 5km가 있었고
하프 코스 참가자들부터 7시 30분에 제일 먼저 출발한 뒤
10분 간격으로 10km, 5km 참가자들의 출발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좀 더 먼 거리를 뛸 주자들이 출발을 준비하는 동안
사회자의 들뜬 진행과 경쾌한 음악소리가
마라톤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탕~!’
총이 울리고 하프코스 마라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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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주자들의 달리기가 시작되자
난 왠지 모르게 또 조급함에 휩싸였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출발하는 만큼
‘앞’ 쪽 시작 지점에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0분’
바로 친구 손을 이끌고,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하며
많은 군중 속을 비집고 헤엄 치듯이 걸어서,
수많은 인파 속, 출발점 맨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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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라톤 준비를 한 것이라고는
퇴사 마지막주에 잡힌 일본 출장에서
새벽에 일어나 도쿄 도심 3km를 이틀 뛴 게 전부였다.
5km는 마음만 먹으면 종종 뛸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고
10km가 아니니까 다른 준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뭐 걷다가, 뛰다가 하면 되겠지.
그런데 막상 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던 과거의 나는 어디 가고
왜 연습을 더 하지 못 했을까 라는 후회와
선두그룹으로 들어와야 되겠다는 욕심만 가득한
또 마음만 앞서는 내가 있었다.
또 내가 싫은 나를 마주했다.
근본 없는 자만감으로 자신을 합리화했던
아주 욕심만 한가득인 무논리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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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복잡한 심경을 떠안은 채,
나의 5k 마라톤도 시작됐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아이들이었다.
작은 친구들의 달리기는,
마치 발바닥에 탄력 좋은 스프링이 달린 것 마냥
뒤에서 앞으로 통통 가볍게 ‘튀어 나간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저리 가볍게 뛸 수 있는 건가.
그런데 또 갑자기, 꿈틀꿈틀 나의 승부욕이
‘아이들’에게 질 수 없다’는 마음을 들게 했고
‘초반이니까 속도 좀 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끔 했다.
함께 뛰기 시작한 친구와, 주변의 성인들을 보며
이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달리거나
내가 앞장서서 달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선두그룹으로 도착할 테니까!
하지만.. 한 5분 달렸을까.
짤막한 계단과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너무나 빨리, 첫 번째 난관을 맞이했다.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