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탁은 잘하면서, 다른 부탁은 왜 못할까? (2)

by 비타민들레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약 8년 간의 기록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일상 기록

전문대학을 다녔던 2년 간의 추억

20살 때 떠난 10개월 간의 도쿄 워킹 홀리데이의 나날과

대만에서 보낸 4년간의 모든 학창 시절의 계절들이.



실제 모 기업 담당자님과의 사진 교환 문자 (2025)


삭제 원인은 일정 기간 동안

클라우드 미접속/로그인을 하지 않아서였다.

경고 메일도 몇 번 받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매일매일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요령 없고 멍했던 신입사원은

그 클라우드에 뭐가 들었는지, 경고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얼마큼 중요한지, 관심을 기울일 일말의 에너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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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곽만 남은 텅텅 빈 클라우드를 보고 나선

순간 멍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부랴부랴 지식인에 복구 방법을 검색하고

고객센터 FAQ를 살펴봐도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여러 번 보였다.


차라리 사진을 안 찍었다면,

삭제될 기록조차 없었다면 이렇게 속상하지도 않을 텐데

‘삭제되었다’ ‘복구 불가능’이라는 사실이

과거의 추억들을 더 희미하게 만드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뭐,

지워질 만하니 지워졌겠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었으니 없었어도 되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과 영상이 없어졌다고,

내가 그때 그곳에 지냈던 게 없어지지는 않으니까.


-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네이버 사내 게시판에

종종 이런 글이 올라오곤 했다.


“문의를 넣었는데, 아직 연락을 못 받았대요!”


“이런 부분들은 방법이 없을까요?”


요는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며

어떤 불편함을 느낀 누군가를 대신해

문의를 넣었는데 아직 회신을 못 받고 있다거나

또는, 당사자가 네이버 서비스의 직접적 이용자로서

궁금한 지점 또는 개선 사항 아이디어를 작성하는 내용이다.


그럼 해당 서비스의 부서 담당자가

피드백을 남기는 걸 본 적이 있다.


“제안 감사드립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처럼 보이시는데,

별도 확인을 위해 (작성자에게)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걸 보고, 나도 상상해 봤다.

혹시 나도…

클라우드 복구 가능한지 한 번 물어나 볼까?


아니 근데, 정책상 안 되는 걸

임직원이라고 부탁해 봤자 봐주지도 않을 텐데

물어봐서 뭐 해.


아니…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그런데 진짜 된다 그러면, 그땐 어떡하지?

이건, 부탁일까? 편법일까? 융통성일까? 메리트일까?


혼자만의 애매모호함 속에서

결국 나는 아무런 요청도, 부탁도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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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나에겐, 시작도 전에 ‘편법’이라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 한번쯤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가능/불가능/이런 거 물어보면 안 돼요 등

‘피드백’이 있었을 것이고

할 수 있는 ‘시도’는 해봤으니 미련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부탁’도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고 또 도전이 아닐까? (거창하지만)


얻고 싶은 게 있으면, 최소한의 ‘말’과 ‘표현’을 해야

세상과 타인이 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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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부탁 요청은

요즘 더 빈번해지고 간절해졌다.


나와 나의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자립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


“(합장) 저 담당자님.. 너무 번거로우시겠지만

시작할 때 혹시 사진 찍으시면서

제 것도 몇 장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번거로워도, 귀찮아도, 싫어도 해야 한다.


세상에 더 많이 요구하자.

부탁해 본 사람만이, 더 많은 기회를 얻으니까.


그 여정 속, 타인과 세상과의 연결에서

‘뜻밖의 친절’을 만나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안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걸 얻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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