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야! 고마웠고, 과분했고, 잘 지내!

by 비타민들레

4박 5일

철두철미한 혼자만의 시간도

퇴사 여행도, 끝에 이르렀다.


귀국하는 날 아침,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다시 또 이런 시간이 내게 있을까?

이토록 충만한 자유의 순간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비행기의 연착 소식이

조금은 반갑게 느껴지는...

현실로의 복귀를 앞둔 시점이었다.


마지막 날 출근일 회사에서 본 풍경(2024)


퇴사 여행에 돌아와서는

매일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여행에서 사 온 선물을 동료/친구들과 나누고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퇴근을 해서 저녁밥을 먹고

주말에는 공유오피스에 출근하여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낮잠이라도 ‘가서 자겠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에 대한 마음을 다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

드디어 출근 마지막 날이 되었다.


날씨가 좋은 5월의 금요일이었다.


감사하게도, 마지막 출근일이라며

리더님과 몇몇 동료가 배웅을 위해

금요일 재택근무를 마다하고 출근을 했다.


점심의 선택권도 얻었다.

즉떡이 당겨, 슈퍼스타 떡볶이를 먹었다.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건너편 카페에서 젤라토도 먹었다.


사치스러운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복귀를 했다.


그런데... 일이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파일 정리’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내가 수행한 업무의 자료를

팀 클라우드에 옮겨놓고

업무 속성별 폴더를 구분하는 일 말이다.


폴더에서 찾기가 귀찮아

늘 인트라넷에서 새로 다운로드하는

뒤에 숫자만 바뀌는 중복 파일들,


나만 알 수 있는 표기로

계약서의 최신, 최최신,최최최신 등의 파일 등

무엇이 진짜 ‘최종’인지 구분하여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하지 않는가?


-


나는 유독 정리가 어려운 사람이다.

파일 정리, 책상 정리, 방 정리 등등

‘정리’에서 특히 어려워하는 건 뭘까 생각해 보니

‘버려야 할 것’을 분류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껴

내 입장에서는 버릴 게 없으니

무엇을 ‘치워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또한 모든 게 ‘중요’한 만큼

파일 또는 물건들을 볼 때마다

관련한 인물, 사건, 히스토리가 떠올라

어떻게 서면으로 잘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필요한 것과 최근 이슈 위주로

합의된 결과 등을 요목조목하게

쉽게 뚝딱 정리하는 사람을 보면 늘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런 사고의 과정에서, 또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겐 ‘결과’보단 ‘과정’이 더 크게 남는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가 남들에게 보이는 형태에 예민하지 않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세상,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내겐 더 중요하다.


한마디로, 대단히 자기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


이건 내가 ‘이래야지’하고 의식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더 편안하게 느끼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래, 지금까지도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는데

충분하고도 과분한 환경과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부족함 없는 회사 생활을 했었네


그러니, 앞으로도 나의 방식대로

자기중심적으로, 내가 끌리는 대로 살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하는 데까지 하고

집 가서 퇴사 파티 해야지.


그렇게 대충 한 아홉 시 반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짐을 들고 택시를 타고

오랜 기간 신세를 진 상사한테

마지막 퇴사 인사를 한번 더 드렸다.


“다 됐고, 돈이나 많이 잘 벌어라~!”


“네, 감사합니다!”


한 달에 내 사업으로 300만 원 벌 날!

그렇게 멀지만은 않겠다는 희망찬 예감이 들었다.


창업 후, 첫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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