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첫날, 마수걸이와 케이크 그리고 칭찬(2)

by 비타민들레

창업 첫날,

내 생애 첫 유료 고객이 되어준 친구에게

디브리핑을 진행했다.


2시간 정도 걸려 디브리핑이 끝난 뒤

친구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저 이걸로 돈 받을만해요?

밥 벌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잘하는 것 같아?”


“음… 제 의견은요… 너무 잘하는데요?

진행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예시들도 쉬웠답니다~!

언제 또 이렇게 연습했나 기특하고요~!”


그제야, 심호흡을 한번 내쉬었다.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며

온몸에 긴장이 다 풀려버렸다.


01_cover-3.jpg 고마운 뜌리미


못다 한 근황 토크는, 점심식사로 이어졌다.


“퇴사하니 기분이 어때요? 홀가분한가요?”


“아직 실감이 안 나서, 잘 모르겠어요.”


“현주님, 그럼 다녔던 회사 중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였어요?”

가장 좋은 곳…? 말문이 막혔다.

각각 회사의 장단점이 떠올랐고, 압도적인 1위도 딱히 없었다.


“그럼 신입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회사는 어디예요?”


“신입이요? 흠….”


“네네, 저는 무조건 CJ인데!

교육 기간과 동기와 끈끈해지는 시간이 좋아서요.”


“음…. 저는”


“저는… 하이브?!


“...??”


친구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이브는 경력직이 많다 보니,

신입도 경력직도 아는 게 서로 비슷한 느낌이라…

신입이라도 직책에 안 갇히고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 수 있는 에너지만 있다면

그게 개인기로 좀 돋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잘 모르겠다. 일이 혼자만 잘났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도, 타이밍도, 상황도 잘 맞아야죠.”


문득, ‘일’이란 게 혼자 하는 게 아닌데

나는 이제 진짜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

또 긴장감이 밀려왔다.


“현주님, 근데 마케팅 플랜은 세우셨나요?

목표는 뭐예요?”


“아.. 그건 이제부터… 해야죠”


뜨끔했다.

마케팅 관련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자 등록, 사무실 구하기, 로고 만들기,

새로운 일의 실력 쌓기, 그리고 퇴사를 한 게 전부였으니.


“그럼, 그것부터 얼른 하셔야겠고요.”


“네…”


웃음이 피식 났다.


이제 모든 일을 혼자 헤쳐나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퇴사한 지 0.5일 차

회사에서 만난 든든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들,

내가 못하는 걸 채워줄 수 있는

동료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졌었는데

내게 정신 똑띠 챙기고

이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친구에게 원했던 건 냉철한 비판이나 피드백이 아닌

‘잘할 수 있다’는 따뜻한 객관성이었다.


“냉철하게 바라봐줘”


“진짜 객관적으로 말해줘도 괜찮아”


왜 우리는 친한 이들에게

더 비판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것일까?


우리가 이때 원하는 ‘객관성’이 무엇일까?

나의 경우는,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창업한 지 이제 1.3년

직업을 바꾸고,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


‘너를 생각해서’라는 포장지로 싸인 말 중에

‘비판’은 도움이 안 된다.


문제점은 이미 당사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가까운 이들이

곁에서 해줘야 할 것은

응원과 칭찬이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면하게 바라봐주고, 짚어주고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말해주는 것,

바로 이게, 진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다.


“솔직히 말해줘” -> “솔직히 칭찬을 좀 많이 부탁해”


“괜찮을까?” -> “할 수 있다고 말해줘”


말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친구야!


그날의 케이크보다도 고마웠던 건

네가 남긴 ‘잘하겠다’는‘칭찬 한마디’였어. 정말 고마워!

이전 22화창업 첫날, 마수걸이와 케이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