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첫날, 마수걸이와 케이크 (1)

by 비타민들레

가족의 정신없는 응원을 뒤로한 채

나의 본격적인 창업 첫날이 시작되었다.


내 회사의 첫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프린트를 뽑고, 다과를 세팅하고

회의실의 에어컨 냄새

책상 위 머리카락, 의자 밑도 한 번씩 살펴봤다.


손님이 오시기 전의 ‘회의실 세팅’

이런 습관들도 다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다.


빡빡한 회사에서, 의전과 손님맞이를 몸소 익힌 짬바가 있다.

이젠 나의 손님을 맞이하는데

회사에서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음에 희열감을 느꼈다.


친구가 들고온 주문제작 케이크


물론, 너무 과하면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정돈된 밝은 회의실의 음료와 다과가 잘 놓여있다면

그걸 실제 먹고, 안 먹고 와는 무관하게

‘환대’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접객의 태도가 보일 것이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젠 사옥이 아닌 공유 오피스의 테이블 하나,

함께할 동료는 없는 혈혈단신 1인 사업자였지만

난 기업 밖에 안 다녀 봤고

내가 어제까지 일했던 방식은 기업 구성원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형태와 규모는 상관없이

나는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프리랜서나 자영업이 아닌

‘1인 기업’이라 칭하기로 했다.


-


벌써 과거가 된 회사원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창업 첫날의 마수걸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삼 감사했다.

이 감사함을 잊지 말자며

설렘보다는 긴장감을 가득 안고

마음바이주디의

첫 공식 고객이자 나의 친구를 기다렸다.


이윽고 손에 한가득 뭔가를 낑낑 든 친구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오오오오오 현주님 ~”


“우옹오오옹 뜌림~~~”


‘감탄사’를 ‘인사’로 대신하는 우리,

들뜬 목소리의 의성어로

서로 축하와 환영을 곁들이는 대화가 오갔다.


“아니 근데 이건 뭐예요?”


원래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한 친구는

알고보니 아침부터 주문한 케이크를 부랴부랴 픽업해

사무실까지 와준 거였다.


“냉장고 어딨 죠?

이거 가족 분들이랑 드셔야 되고요~!”


“아니.. 너무 고마워요. 이런 거 안 들고 와도 되는데

우리 사진은 같이 찍자! 돈 많이 썼겠네. ”


이거 픽업하려면 또 택시도 타야 했을 텐데...

돈도 그렇지만, 친구의 시간이 훨씬 더 고마웠다.


주문 제작 케이크를 위해

사전에 케이크집과 소통하고 사진을 골랐을 시간,

직장인에게 귀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와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 큰 축하와 응원을

한가득 받는 기쁨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친구가 전에 선물해 준 다도용 티 주전자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받아 차를 대접하는 것뿐이었다.


“오 선물한 거, 잘 사용하고 계시니 뿌듯하고요~!”


“고마워요! 정말!”


“현주님, 그거 아세요?

우리 서로 알게 된 지 2년도 아직 안 됐는데

현주님은 그사이에 퇴사도 하고, 이직도 하고

출장도 다니시다가 창업도 하셨네요?

정말 기특하고요~!”


“우리가 안 지 2년도 안 지났다고?

와 정말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사귐의 깊이는,

만남의 횟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윽고 나는 친구에게 디브리핑을 진행했고

두 시간 반여가 금방 흘러

끝나고 난 뒤 친구에게 물었다.


“뜌림 어땠어요? 저 이걸로 돈 받을만해요?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잘하는 것 같아?”


어제까지는 했던 일은

웹툰이나 애니의 합작 제작 계약서를 살피거나

일정을 살피고, 각종 제작사와 작가님과 소통하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새롭게 직업을 바꿔,

사람들의 자기 이해를 도와주겠다며 발 벗고 도전한 첫날이었다.


“음.. 제 의견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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