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연을 어떻게 해’
거절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생들도 아니고, 성인 대상으로 특강을 하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작가님이 내게 원하는 부분을 떠올려 봤다.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다녔던 콘텐츠 기업에서의 직무 경험을 나누는 것
가령 어떤 이야기가 영상화가 되고,
어떤 프로세스로 게임화가 진행이 되는 것일지에 대한.
그러면… 비 업계 분들이니까
직무의 기본적인 소개나 조직도 같은 걸 소개하고
예시는 이런 작품 들면 되겠지?
또 콘텐츠 업계에서, 2차 사업이 왜 중요하고
어떤 의의와 가치를 지니는지 설명하면 되려나?
아마 오시는 분들은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고
문학을 읽는 분들이 많으니까
하나의 신문 기사를 원작으로
이게 어떻게 드라마, 소설, 게임, 전시가 되고
글로벌로 확산되는지 알려드리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할까’를 떠올리는 게 차라리 더 쉽다.
할까 말까는 그저 막막하고
이쪽을 택하자니 저쪽과 이쪽이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걸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니
강연 파트너의 말을 되새기며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고
내 스스로의 ‘자원’을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
이튿날, 오전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어떻게 생각 좀 해봤어요? 할 거예요?”
“... 작가님은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니
이렇게 제안 주시는 거죠?”
“그렇다니까~ 뭘 물어~”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 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두 시간의 특강을 어떻게 꾸릴지 논의하고
이 특강을 발판 삼아
5회차 글쓰기 클럽의 운영도 계획했다.
강의 전체 타이틀은
‘훅하는 이야기, 팔리는 글쓰기’였다.
타깃 관객은 글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 및
창작 활동을 취미나 업으로 하고 계시거나
삼고 싶은 분들이라고 설정했다.
작가님과 내가 각 40분씩 강연을 하고
남은 30분은 Q&A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나의 강의명은 ‘팔리는 글은 팔리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로 정했다.
지난 회사 생활, 수많은 창작자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일하며 느낀 ‘팔리는 이야기’를 쓴
작가들의 공통점을 전하고 싶었다.
-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
- ‘스스로 재밌다’고 느끼고, 내키는 대로 써 내려가는 것.
-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것.
한 마디로, 재밌는 작품의 탄생이 우선이며
탄생 그 너머의 ‘목적’은 플러스 알파인 것이다.
이야기가 영상화, 출판화 상품화가 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팔리는 글은 팔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우선 잘 쓰고, 마감하고,
완성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 특강을 준비하고며, 끝마치며
난 처음으로 내 회사의 강의 템플릿을 활용했고
처음으로 성인 관객 대상 ‘특강’을 진행한 이력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쓰기’를 목적으로 모인 창작 클럽에서
출간 작가, 회사원, 감독, 기자, 국선 변호사 등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지닌 멤버분들을 만났다.
그들의 글과 이야기를 함께 읽고 들으며
세상의 여러 사연을 접하고, 감성이 듬뿍 채울 수 있었다.
내가 나를 좋은 모임으로 이끌었구나 하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해본 적이 없다’고 특강 제안을 거절했다면…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었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인연과 맛보지 못할 감정들이었다.
‘준비할 시간’이라는 것은 뭘까?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존재할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맞을까?
난 여전히 그때의 내가
‘준비되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작했을 뿐이다.
준비보다 시작이 쉽고
시작해야 비로소 준비가 따라온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도 좋아하지만
움직이는 사람을 더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