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대신 대학원을 택한 1인기업 이야기
한 달에 개인 고객 열 분만 와도
월매출이 200만 원이니까
우선 마이너스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낙관론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창업 한지 2-3개월쯤 지난 뒤였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보려다가도
계속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마케팅을 해서 고객이 정말 많이 온다면
나는 그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나.
자격이 있나.
이 질문들에
나는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표면적인 자격은 물론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었다.
자신감은
‘나를 믿는 감각’이기 때문에
누가 가지라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나를 믿거나
믿는 척이라도 하며 밀고 나가거나.
그런데 새로운 직업과 타이틀을 얻기까지
너무 시간도 짧았고 경험도 부족했다.
그로 인한 불안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그곳에서 오는 불안이 있었다.
반복적인 연습과 시행착오,
이른바 ‘짬바’가 쌓인 만큼 자신감도 생기는데
3개월 차 초보 사업가는
늘 아직 축적되지 않은 지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내 기술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고객이 오는 게 반갑기보다
무섭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건
어딘가 잘못된 신호 같았다.
그래서 더 필요한 외부 교육을 찾고
곧장 실습하고 고객에게 적용하며
어떻게든 빠르게 경험치를 쌓으려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가야겠다.
직업도 바꾼 마당에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건
‘코칭’과 ‘인문학’이었다.
하지만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잘 보이지 않았다.
코칭 MBA → MBA나 경영 쪽에는 흥미가 덜했고
코칭 심리 → 심리/사회과학은 내가 어려워했고
상담 코칭 → 신학과 함께 공부해야 했는데,
내가 생각한 인문학과는 결이 달랐다.
이건 해외라도 가야 하는 거야?
미국에 가야 하는 건가?
그러다 우연히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학교,
서강대를 검색하게 됐다.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코칭 전공?’
평생 교육이 뭘까
교육이라면 교육공학이나 사범대를 떠올렸는데.
그런데 이건 웬걸.
교육학을 찾아보니
윤리학,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토대로 한
학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마음이 설렜다.
곧장 커리큘럼을 살폈다.
평생교육프로그램 개발
평생교육경영
코칭과 퍼실리테이션
성인 학습 코칭
뭐야… 이거 다 재밌겠잖아?
재학생 후기는 없을까 싶어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다
재학생 선배 한 분을 발견해 연락을 드렸다.
“교육학이 인문학을 토대로 한다는데
스킬이 아니라, 사람을 육성하고 가르치는것을
정말 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지,
재학생들의 연령대나 직업 등이 궁금해요.”
선배는 정성 가득한 문장으로 답해주셨다.
“ 선생님이 왜 대학원에 가려는지 가장 중요해요.
제가 3학기를 다니며 느낀 건
실무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대학원에서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특히 전공 교수님들 수업은 깊이가 다른 수업이 꽤 있고,
제가 생각하던 ‘교육’의 정의를 찾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요.”
심지어 집과 사무실과도 가까우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이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 12월 초.
친구와 카페에 앉아 있다가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한껏 차올랐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최종 합격 후 제출해야 하는
대학 졸업, 성적증명서 원본.
원칙적으로는
내가 대만에 가서 직접 공증을 받아야 했다.
행정실에 문의를 넣었다.
“현주 선생님, 저희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게요.”
나는 반신반의한 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항공권과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튿날,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여행으로 자주 찾았던 대만이었지만
열흘 가까이 혼자 머무는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유학 시절 느낌 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