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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Jun 12. 2024

진심 부러워요, 잭!

운칠기삼? 오, 그것은 진리.

"뭐어, 잭과 콩나물?"

어릴 적 ‘잭과 콩나물’로 잘못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그게 아니라 ‘콩나무’라고 정정해주었던 기억이 있네요. 나이가 든 지금, 사실 스토리가 잘 생각나지는 않고, 그저 하늘로 뻗은 나무에 오르는 용감한(?) 소년의 모험담이었다는 이미지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억 속 희미해진 스토리를 다시 읽어보니 이 친구, 꽤 대단하더군요. 집안의 전재산이라 할 소 한마리를 ‘콩 3알’과 바꾸는 대담함.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하늘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보는 용감함. 그리고 무시무시한 거인의 보물을 훔쳐내는 목숨을 건 리스크 테이커였네요. 앞뒤 재지 않고 본능대로 사는 대책 없는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거나 목숨까지 걸고 벌인 일이기에 천운이 따라주었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뾰족한 대책도 없이 뭔가를 저지르고 기세 좋게 추진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아니, 애초에 그런 적이 있기는 했나 떠올려 보니... 저는 없네요. 


오래 전, 팀 후배 하나가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저를 회의실로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보드벽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본인의 아이디어를 펼쳐 놓았지요. 태생적 겁쟁이이자 약간의 시니컬함을 간직하던 저는, 차마 ‘그게 되겠니?’라고는 못했지만, 에둘러 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지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후배는 살짝 기가 꺾인 것 같아 보였고, 더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더군요.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격려를 해줄 걸 그랬나.

그는 그렇게 생각을 접는 듯 하더니, 얼마 뒤 퇴사 의향을 밝혔습니다. 평소에 워낙 밝고 일도 잘하던 후배였던지라 아쉽고 아까운 마음은 차치하고, 이직이 아닌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다같이 말렸습니다. 밖은 춥고 힘들다고. 그래도 워낙 굳게 결심한 상황이어서 결국 설득은 못했습니다. 그 후 이리저리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재입사를 하는게 어떻겠니?’ 하고 권유를 해 보았지만, 끝까지 해 보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달. 갑자기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길래 드디어 사업을 접는 건가, 싶어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투자 유치에 성공해서 조금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기뻐했고, 그의 성장한 모습에 대견하기도 하고 감격하기도 했네요. 물론 투자금 조금(많이) 들어온 걸로 성공을 논하기엔 섣부르겠지만, 저는 그 친구가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시작이 반이니까요!!! 본인만의 콩3알을 찾아서 무사히 심었으니, 그게 무럭무럭 커서 나무가 될 때까지 소중히 잘 기르면 되겠지요. 그때 제 설득에 넘어가지 않은 그 후배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속칭 ‘깜’이 안되는 사람인지라, 손수 사업을 일으키고 인력을 고용하고 대표가 되어 무언가 책임을 질 자신도 의향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삶에서 특히 일을 함에 있어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저질러볼까?’하는 자유는 한번쯤 만끽해보고 싶네요. 남들에겐 살짝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하고 낙천적인 태도로 마주하는 것, 그 태도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흔히 말하는 ‘운칠기삼’의 순서가 살짝 바뀐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무언가를 추진할 자신의 기세가 적어도 3 정도는 있어야 일이 시작되고, 나머지 7을 천운으로 채우고 돕는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지 않나요. 


여러분만의 ‘기삼운칠’ 스토리가 있으신지 몹시 궁금해지네요.

작가의 이전글 춘향씨, 정말 과감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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