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5
어린 나의 시절에는 한없이 가라앉는 감정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면,
(사실 외롭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정의하지 못했었다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나이가 든 요즘의 나는 대체로 어떤 감정이 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구분하고 대처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들을 사용하곤 한다.
요즘에는 아무래도 가족이 있기에 외롭다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고
여러 가지 일화들 때문에 울적한 날이 종종 있다.
이때 매뉴얼처럼 따르는 방법들이 있다.
첫째, 그 감정 깊은 곳까지 들어가 보는 것.
그래서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한 것인지 보려고 노력한다.
이럴 때 도움을 받는 것이 음악이다.
한없이 가라앉을 수도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꺼내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럴 땐 음악이 가장 날 위로해주곤 한다.
둘째,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할 때엔 내 시야에 자연이 들어와야 한다.
산길 혹은 나무와 풀이 보이는 곳, 물이 흐르는 곳 등 나 자신이 어떤 큰 범위 안에 속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그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 자연을 둘러보며 위안을 얻곤 한다.
감정이란 것은 아주 미시 단위의 것이라면 자연은 거시 단위의 것이라는 차이가 있어서일까.
뭔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선들, 소리들, 촉감들 속에서 위안을 얻곤 한다.
셋째, 글을 쓴다.
생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이나 감정이 전이되어 오염되지 않도록 글이 잘 정리해준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가장 많이 도움을 받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면 책상 청소를 말끔히 끝낸 듯 못난 감정이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막상 부딪혔을 땐 너무도 괴롭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는 것이 나쁜 측면만 있지는 않다.
자신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도,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울함 속에서 오히려 집중력이 발현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울적함이 더 자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날들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회복은 더디고
위의 방법들이 소용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억지로라도 긍정적 일화를 만드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불을 갠다던가, 팔 굽혀 펴기를 한다던가, 칭찬 한마디를 의식적으로 더 한다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