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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Nov 26. 2020

피식잼 (feat. 추억은 방울방울)

Day 81

1.

며칠  첫째 둘째와 소꿉놀이 겸 카페를 차려서 함께 손님, 점원을 번갈아가며  놀이를 하고 있는데 내가 손님이 되어 카페에 방문했고 주문하며 흥얼거리면서 콧노래를 부르던 중이었다. 놀이에 집중 못하고 장난감으로 방황하던 둘째가 대뜸  앞에 와선 하는 소리, “헛또리하디마라(헛소리 하지마라)”  그런 말을 했는지 당시 살짝 황당하게 있던  모습과 어린아이가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너무 웃겨서 첫째랑 배 잡고 웃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2.

대학교 때였다. 학교 정문  건널목이 아주 크고  구간이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6 무렵, 신호등은 보지 않은 채 다들 발을 동동 구르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무심하게 길을 건너려 발을 뗐고 수십 명의 인파가 신호등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건널목을 건너려고 했다. 우르르 지나려다 신호가 바뀌지 않은 거에 깜짝 놀라 다시 보도로 올라오는  장면이 아찔하기도 했지만 가끔 생각날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

3.

한 번은 뛰어서 기숙사에 가던 중이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버스가 마주 보고 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정류장을 살짝 지나서 세우고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  기사님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자니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생각도 없던 버스에 긴급히 올라타고 갔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반대방향이었다.

4.

십오 년 전 일이다. 명동에서 빨간 버스를 타고 외삼촌댁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시간에   정도밖에 안 다니던 버스다 보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근데 명동에서 타서 분당까지 가야 하기에 생리현상이 발생하면 큰일 날 법하여 100 넣고 이용할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버스가 오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 속으로 생각하며 뛰어가서 버스에 올랐는데, 웬걸 화장실에  100원이  자랐 . 버스카드는 충전해야 했고 현금은 달랑 그것 밖이었는데 100원이  모자랐던 것이다. 거짓말을 하기 싫어 기사 아저씨께 말씀드렸더니 봐주셨고 100원을 할인받을  있었다.   화장실에  100원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5.

중학교 때였다. 내기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주사위를 던져 홀수가 나오면, 짝수가 나오면 하는 방식으로 던지기 전에 서로 내기를 하고 겨루는 식이었는데,  잘하는 친구가 홀수를 외쳐도 이기고, 짝수를 외쳐도 이기고, 높은 숫자, 낮은 숫자, 1부터 6까지 지정해도 그냥  해도 이겼다. 내리 30 정도를 이기자 상대 친구가 울먹일 정도였고, 안쓰러웠는지 잘하는 친구가 제안을 했다. “1부터 6 나오면 네가 이기고, 1부터 6 안 나오면 내가 진다.” 옆에서 보던 나는 그런 내기가 세상에 어딨냐고 했지만 한판은 져줘야   같다고 잘하는 친구가 쿨하게 웃었다. 서로 오케이하고 주사위를 던졌는데... 주사위가 튕기고 튕기더니 쌓아놓은 책에 기대면서 모서리로 서버렸다. 숫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날을 잊을 수가 없다. 31판을 내리 이겼던  친구의 뭔지 모를 표정과 내기에서  친구의 일그러진 표정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쩌면 친구는 내기의 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사건을 회상하며 피식 웃곤 한다. 지금 그 친구는 내기나 도박 대신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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