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9
먼저 허무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진학한다는 게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여겨선 안된단다.
다만 지난 몇 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 정도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험을 잘 치거나 못 치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진학하지 못하거나 반을 갈라 툭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한참 지나 봐야 아 그랬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시간들이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고 괴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
꼭 훗날 좋을 거야 하고 막연하게 긍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풀 죽어 우울하고 슬플 필요도 없단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성인이 된 너에게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자유,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느끼고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무척 많을 거야.
대학을 꼭 가야 될 이유는 없어.
이 또한 너의 선택이 될 수 있길 바래.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지, 어떤 미래를 꿈꿀지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꿈꾸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해.
내가 뭘 좋아할까
내가 뭘 잘할까
뭘 배우면 좋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
뭘 하지 말아야 할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하길 바래.
대학을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꼭 하길 바랄게.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밖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공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꼭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일, 노동, 사회생활에서 충분히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어.
정해진 건 없으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차근차근 그 답을 찾아나가 보자.
하나도 급할 거 없어.
언젠가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자.
이야기는 결국 계속되니까.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차분히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