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과 이익, 정산 그 사이 어딘가
실패의 대가는 얼마였을까? 그리고 어떻게 계산해볼 수 있을까?
왜 이런 뼈 때리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가.
"앞으로 잘하면 되겠지", "괜찮아, 좋은 경험 해봤잖아"라고 넘어가는 순간
장담하건대 1년이 지나기 전에 데자뷔처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망각의 동물인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땅 파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의사결정, 판단 등의 결과물을 추상적으로 '실패'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작은 성공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 팝업 행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렸으니 마케팅적인 비용을 쓴 거나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이 있다"라고 말이다.
한번 더 뼈를 때리며 언급하지만
통장 잔고가 백화점 팝업의 전후를 비교해 더 나아지지 않았다면 실패가 맞다.
학습에서도 복습과 예습이 가장 중요하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양적 접근)와 시간, 에너지 소모(질적 접근)를 산출해내는 과정에 있다. 그래야 최소한 시행착오의 반복을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럼 원론적인 이야기로 이 문제를 먼저 짚어 보겠다.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회계, 재무, 재무제표, 정산, 원가, 비용 등일 것이다.
작은 구멍가게부터 큰 기업까지 셈이 조금 복잡하냐 덜하냐의 차이일 뿐
기본적인 원리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를 벌었는가? 매출
얼마를 썼는가? 비용
얼마를 남겼는가? 이익
우리는 위 내용은 기본적으로 아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작던 크던 기업을 운영한다면 여기서 몇 단계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말장난 같지만 위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정산'을 할 때
얼마 팔았고 (매출) 얼마를 썼으니 (비용) 얼마가 남았다 (이익)으로 보통 인식한다.
매출 - 비용 = 이익
영업의 결과물로 이익을 받아들인다. 약간 운명론적인 성향도 가미된다고나 할까.
얼마의 매출을 만들었으니 대략 요정도 비용 빼면 이익이 남겠다. (아니 남을 거야...)
이제부터 경험담,
아래는 백화점 팝업 행사를 하면서 2018년도 당시 실제로 작성하며 트래킹 했던 정산서의 표 제목만 발췌한 내용이다.
생각의 구조가 일단 당일 매출을 최우선으로 맞추고 있고, 그다음 비용들 쭉 나온다. 마지막 빈칸은 그래서 해당일에 얼마나 남을 것에 대한 이익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다. 위 표가 정답이건 아니건 돌이켜보면 그나마 이정로라도 해서 이후에라도 추적이 가능했었다.
이다음 했던 것이 바로 각 제품별 원가였다. 예로 지금은 판매 중지된 팥 소보로 인절미의 사용 재료와 원가에 대한 기록이다.
한번 제조할 때의 고물 양에 따른 전체 비용과 1박스로 최종 제조되었을 때 인절미의 원가, 판매가 대비 재료 원가율까지 반영하는 자료를 만들어 관리하였다.
이런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별 매출, 주별 매출, 월별 매출 등의 자료를 쭉 뽑아보고
비용 쭉 빼보고 얼마 정도의 이익 혹은 손실을 보았는지 확인하며 영업했었다.
그리고 제품별 원가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이 정도 프로모션, 판촉 등의 판매를 했을 때 얼마 정도의 이익이 남겠다 정도의 계산을 해보며 장사할 수 있었다.
실제 매출을 한번 살펴보자.
2019년도 9월 1일의 자료이다. 백화점 행사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비용도 적절히 자리를 잡았을 때를 기준으로 했다. 해당일 매출이 310만 원 정도 발생했고 비용을 보니 92만 원 정도 발생했다. 수익 부분에 각종 수수료, 그 외 비용 등이 반영이 되어 있는데 다 빼고 나니 58만 원 정도의 이익을 발생시켰다. 이익률로 보면 18%가 조금 넘는 수치이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보상받듯이 이익을 적립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장사 잘하고 많이 남겨 부자가 되리라.
하지만,
자료에는 빠진 것들이 좀 있었다. 고려했어야 할 숨은 비용들
먼저 재고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이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는 준비한 재료의 양에 대한 계산과 실제 발생한 매출 간의 차이인데, 실제 148만 원 정도의 차액이 발생한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준비된 재료는 매몰비용이자 재고이며 투하된 자산에 묶여 있는 돈이라고 봐야 하기에 잠재적 손실과도 연결되어 있다.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크템플러(?)처럼 치명적으로 공격해온다.
그리고 세금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세금은 크게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가 있다. 매달 원천세와 지방소득세까지. 법인의 경우 법인세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개인의 연말정산도 있다. 부가세는 연 매출 4,800만 원 이상 사업자로 공급가액의 10%를 납부하는 세금이다. 1년에 4번(개인사업자는 1년에 2번),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는 1년에 1번이다. 분기별로 반기별로, 1월 5월에는 각 세금 납부로 자료 준비는 물론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 매달 10%씩 적립을 하던지 등의 방법으로 빼놓지 않으면 폭탄처럼 터진다.
그리고 4대 보험과 원천징수
직원이 있다면 4대 보험에 대한 납부 의무가 있을뿐더러 세무 및 노무 관계를 잘 확인하여 매달 지급할 각각의 월급에서 원천징수한 후에 대신 납부해야 한다. 이 관계를 정확하게 모른다면 직원의 세금을 대신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임대료와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물류비까지...
일용직의 경우는 매일 발생하는 비용들을 책정했지만 고정비로 들어가는 대표, 직원의 인건비는 위 자료에서 빠져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인건비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월말에 나가는 직원 월급을 일할 계산하여 매일의 계산에 반영시켜야 한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임대료와 전기세, 가스비, 수도세 등 다양한 관리비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
매출과 비용, 이익이 각각 발생하는 시점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매출이 언제 입금이 되는지, 각 비용들은 언제 나가는지 등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몸에는 뼈와 살이 있지만 혈관을 통해 피가 돌지 않으면 결국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의 자료에서 발생한 매출 310만 원은 익월 말일에 들어온다. 즉 9/1 매출분이 10/31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그것도 수수료 다 제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310만 원은 아니다. 현금 창출에 약 60일의 딜레이가 생겼다.
하지만 비용을 보자. 인건비, 임대료, 각종 관리비의 경우 월말인 9/30에 지출 예정, 4대 보험료와 원천세, 지방소득세는 9/10과 10/10 두 번에 걸쳐 나갈 것이고, 각 원재료에 대한 대금 역시 월말 결제를 가정하여 9/30일에 나간다고 보자. 그렇다면 310만 원의 현금(수수료 제하면 200만 원 정도?)이 들어올 때까지 이미 비용으로 책정된 92만 원 + 재고비용, 직원 월급, 세금, 4대 보험료, 임대료 등등 수백 수천만 원의 비용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 법인이라면 10월엔 부가세 신고도 있으니 10월 31일이 다다르기 전 예정신고로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월별 매출에 따라 다르겠지만 백화점에서만 6~7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을 시기였기 때문에 매달 말 현금이 입금되기까지 나가는 비용은 수천만 원에 달했다.
하루에 300만 원 넘게 매출을 올리는 팝업 매장은 소위 대박 브랜드로 분류가 된다. 그만큼 기회도 더 많이 발생하고 사람들에게 노출도 많이 되어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더없이 좋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계산을 통해 확인해본다면
대박은커녕 통장은 텅텅 비는 쪽박일 가능성이 크다.
고려하지 못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60일을 버텨 현금 창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칸의 이익률의 숫자처럼 남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익 = 매출 - 비용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장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이익은 목표, 매출은 전략, 비용은 효율
이익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매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비용과 이익은 항상 뒷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익을 목표로 잡고 그다음 이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매출을 발생시키고 어떻게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냐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고객 지향적인 관점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고객이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은 정해져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 지불하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만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될 것이다.
다만 이 가격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는 경영자의 경영 과제이다.
원재료비는 절감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재료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원하는 제품의 판매를 통해 전략적인 매출을 달성할 수 있고, 이익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쉽다. 하지만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치밀한 경영을 해야만 한다.
그냥 되겠지, 기세로 하다 보면 만들어지겠지, 대충 머릿속으로 이러면 돼 저러면 돼 같은 식의 사고로 대응하다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매출 - 비용 = 이익'
이 생각의 구조가 경영을 허술하게 만들고 방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진취적인 관점으로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각종 숨은 비용들에 대한 이해와 대비까지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것이 경영이며 대박의 가면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채찍과도 같다.
실패하지 않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패의 확률이 낮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돌아보고 현재를 가다듬으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말도 안 되는 능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쉽지 않다.
현혹하는 것들에 속지 않는 매의 눈과
냉철하고 치밀한 판단, 그리고 오직 이익.
대박 성공의 가면을 쓴 실패 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