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태도를 드러내는 방식, 서체(Font)
Part 2. 자아의 목소리를 시각화하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의 설계
Part 1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나의 기준과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삶의 규격을 세우고,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지 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Part 2에서는 “나는 어떤 방식으로 보이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직함이나 경력만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를 보며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 파트에서는 나의 전문성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는 과정입니다. 첫 장인 서체(Font)에서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설명하는 사람인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 서체 : Font ]
‘서체(Font)’는 글자의 모양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자를 예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닙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서체로 쓰느냐에 따라 글의 성격과 태도가 달라집니다. 글자에도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얇고 정갈한 글씨는 차분한 인상을 주고, 크고 두꺼운 글씨는 힘 있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또 둥글고 귀여운 글씨는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디자인에서는 이런 차이를 명조체, 고딕체, 손글씨 서체 같은 방식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서체를 선택할 때 단순히 디자인이 아니라 메시지의 분위기와 태도를 함께 생각합니다. 서체는 글의 장식이 아니라 글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브랜드 디자인에서도 서체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어떤 서체를 쓰느냐에 따라 브랜드가 주는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체는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 브랜드인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SNS에서도 서체는 인상을 만든다
이 원리는 우리가 SNS에서 글을 쓸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서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글의 분위기뿐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인식도 달라집니다. SNS에서 서체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람의 인상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장식적인 서체는 가벼운 인상을 줄 수 있고, 지나치게 딱딱한 서체는 거리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본문용 서체를 사용하면 글의 내용이 더 또렷하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개인 브랜딩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의 내용뿐 아니라 어떤 서체로 말하고 있는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체는 단순한 글자의 모양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태도를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브랜드 에디토리얼 디자인에서도 본문 서체를 선택할 때는 몇 가지 기준을 먼저 살펴봅니다. 개인 브랜딩 글쓰기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오래 읽어도 편안한 서체인가입니다. 글이 길어질수록 가독성이 중요해집니다. 읽는 사람이 피로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본문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감정이 과하게 묻어나지 않는 서체인가입니다.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서체는 글의 내용보다 스타일이 먼저 보일 수 있습니다. 글의 메시지가 중심이 되려면 서체는 한 걸음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나의 글쓰기 톤과 어울리는 서체인가입니다. 차분하게 설명하는 글이라면 안정적인 서체가 어울리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글이라면 조금 더 부드러운 서체가 어울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서체는 글의 내용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말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서체와 문체는 닮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체와 문체가 서로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서체가 글의 시각적인 목소리라면, 문체는 말의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글을 읽다가도 “이 사람 글 같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특정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비슷하거나, 생각을 풀어내는 리듬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에는 고유한 패턴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체 역시 하나의 서체처럼 작동합니다. 어떤 사람은 차분하게 구조를 설명하는 문체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문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열어가는 방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말투 또한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구어체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듯 글을 쓰고, 누군가는 경어체로 차분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반말처럼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짧고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통통 튀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표현 방식과 말투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특징이 됩니다.
이런 문체와 말투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독자에게는 차분하고 정리된 설명이 어울리고, 어떤 독자에게는 편안하고 대화하듯 풀어내는 말투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문체는 단순한 글쓰기 스타일이 아니라 나의 페르소나와 연결되는 표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퍼스널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표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설명하는 사람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글의 서체가 메시지의 태도를 드러내듯이, 문체 역시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전문성을 드러내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서 서체가 브랜드의 목소리라면, 사람에게는 문체가 그 사람의 브랜드 목소리입니다.
나를 닮은 서체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 말하는 ‘나를 닮은 서체’는 글자의 모양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보통 전문성을 직업이나 경력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디자이너, 마케터, 창업가 같은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직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식당에 가더라도 사람마다 먼저 보이는 것이 다릅니다.
- 디자이너는 메뉴판이나 공간을 보며 정보의 구조와 정렬, 시각적인 흐름을 먼저 살핍니다.
- 마케터는 이 식당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 창업가는 식당을 보며 이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구조로 수익이 만들어지는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의 시선은 다르게 작동합니다. 그 사람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사고방식과 경험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결국 이런 특징으로 누군가를 기억합니다.
“이 사람은 구조를 잘 정리하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시장을 잘 읽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비즈니스의 방향을 잘 잡는 사람이야.”
그래서 전문성은 단순히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는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식이 바로 그 사람을 닮은 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전문성을 찾는 세 가지 질문
나의 전문성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 질문들은 새로운 능력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반복하고 있는 사고방식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 _ 나는 어떤 문제에 가장 민감한 사람인가
일을 하거나 대화를 할 때 유독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흐릿한 방향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복잡한 상황을 보면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람 사이의 오해를 보면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내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영역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질문 _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조언을 자주 구하는가
사람들은 필요할 때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 속에는 내가 잘하는 일이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방향을 정할 때 나를 찾고, 누군가는 구조를 정리할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요청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전문성의 단서가 됩니다.
세 번째 질문 _ 나는 어떤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인가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준부터 정해야 합니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이런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반복해서 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앞의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나의 전문성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분야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이 문장은 직업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의 전문성을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보통 “나는 디자이너입니다”, “나는 마케터입니다”처럼 직함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만으로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인지까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복잡한 생각과 메시지를 구조로 정리해 브랜드의 의미와 방향을 설계하는 브랜드 아키텍트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전문성이 또렷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사람인지 깊이 생각해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전문성을 표현하는 문장은 대부분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번 생각하고, 경험을 쌓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또렷해집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내가 어떤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인지 계속 질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나를 설명하는 문장도 점점 선명해집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자기소개 문장이 아니라 나의 기준을 정리하는 문장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일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능력을 계속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나의 방식입니다. 그 특징이 여러 상황에서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그 시선과 접근 방식으로 저를 기억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문성은 단지 인식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 방식에서 신뢰를 느끼고 인정할 때 비로소 전문가가 됩니다. 결국 퍼스널 브랜딩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지 꾸준히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나의 전문성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설계 노트 : 나의 서체 점검
이제 스스로를 점검해 볼 차례입니다.
- 나는 어떤 기준을 반복하고 있는가.
- 나는 무엇을 분명하게 거절할 수 있는가.
- 내 기준은 상황이 달라져도 유지되는가.
- 나는 매번 새로운 것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세워 둔 기준 위에서 선택하고 있는가.
- 주변 사람들은 나의 말을 듣지 않아도 나의 선택을 보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가.
- 지금의 방식은 1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의 서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에게도 서체가 있습니다.
그것은 글자의 모양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고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선택과 판단 속에서 조금씩 드러납니다.
이 장의 목적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나를 설명하는 한 문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문장은 나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그 문장에 맞는 선택을 반복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방식으로 나를 기억하게 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특별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지 꾸준히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나를 닮은 서체를 찾는 일은 그 출발점입니다. 사람들은 그 방식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이 사람은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는 사람이구나”라고 기억합니다. 그 기억이 쌓일 때 전문성은 인식을 넘어 신뢰와 인정으로 자리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