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남편의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재택근무하라고 전사에 공지가 내려졌다. 남편은 그 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재택근무하긴 했었는데 이젠 3월 말까지 매일같이 재택근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5평 원룸에서 말이다.
남편의 재택근무는 반가웠다. 마스크도 쓰지 않는 이 곳에서 회사를 안 가도 된다는 말은 우리를 안심시켰다. 게다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내심 기뻤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살림만 해왔던 내가 미국에 와서 일종의 "하우스 와이프"가 되었고 저녁 메뉴이며 도시락 메뉴를 생각해야만 했다. 딱히 먹고 싶어 하는 게 없는 내게 "뭐 먹지?"란 질문은 정말 귀찮은 일이다. 도시락 메뉴 하나만 사라진다 해도 좋은 일이었다.
재택근무하기 전의 나의 일상은 남편이 출근하면 집 정리를 한 뒤 집에서 책을 보든, 영어공부를 하든, 잠을 좀 더 자든 1-2시간 있다가 요가를 다녀오고 친구들을 만났다. 남편이 퇴근하기 한두 시간 전에 집에 들어와 저녁을 준비했다. 친구를 안 만나는 날에는 좀 더 영어공부를 하려고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남편의 재택근무 후에는 일단 테이블을 남편에게 양보했다(뺏긴 건가...?). 5평 원룸의 하나밖에 없는 테이블은 우리에게 오피스 데스크이며 내 공부 책상이며 식탁이었다. 그 후 나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자리, 즉 침실이자 이불 위이며 앉아있다 보면 자동으로 눕게 되는 자리에 가게 됐다.
재택근무 첫날, 아침 식사 후 남편은 테이블에 앉아 일을 시작했고 나는 베개를 쿠션 삼아 이불 위에 앉았다. 이불 위에 앉아 책도 보고 핸드폰도 하다 보니 허리가 아파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눕기 시작했다. 결국 체하고 말았다. 그 날은 정말 밤에 잠이 들기 전까지 힘들었다.
그다음 날 아침 일찍 SSN 관련 일로 SSA에 방문했다(주민번호 및 동사무소라고 생각하자).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부동산 어플에서 알림이 떴다. 우리가 원하는 콘도에 우리가 원하던 가격으로 집이 나온 것이다. 어플을 열지도 않은 채 그 알림만으로도 정말 설렐 수 있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경쟁이 매우 심했다. 원인은 대출 이자가 낮아졌고 매물의 공급은 그에 비해 적었다. 오퍼를 내려했던 집은 우리가 오퍼를 내기도 전에 계약됐으며 다른 집은 경쟁으로 인해 더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콘도, 적당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집 방문 없이 오퍼부터 내버리자라는 마음이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 빠르게 진행한 우리의 오퍼는 받아들여졌고 현재는 대출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남편의 재택근무는 오랜 장거리 커플에게 준 선물 같았다. "그동안 힘들었을 테니 서로 지겨울 때까지 붙어있어 보렴".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5평 원룸에서의 재택근무는 남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허리가 아프다가 체도 하는 그런 모습이다. 이사를 간다고 집이 매우 넓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람 사는 것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베란다에서 하늘도 좀 바라보고 싶고, 서로가 분리되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하는 그런 작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