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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Apr 10. 2020

5평 원룸에서 살아가기

Stay at tiny home 

이사 가고 싶은 집에 오퍼를 내고 대출 승인을 받고 클로징을 하고 열쇠를 받기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 시애틀에는 Stay at home order가 내려졌다. 코로나로 인해 클로징이 길어질 것 만 같다. 


Stay at home order는 집에 머무르라는 정부의 명령이며 필수적인 일에만 외출을 허락한다. 필수적인 일은 마트 가서 장보기, 약국 가기, 집 근처 산책하기. 밖에 나가면 경찰들이 순찰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모여있으면 벌금을 물게 한다고. 

와인냉장고(?)

5평 원룸에서의 stay at home은 먹고 놀고 자고. 하지만 빈번히 장보러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야한다.  우리의 냉장고가 와인냉장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CDC는 우리에게 14일 치의 식료품을 사놓으라고 권고한다. 우리의 현실은 할말하않. 냉장고는 한국 자취 때보다 작다. 게다가 냉동실은 같은 크기의 냉장고로 한층에 하나, 공용이다. 14일 치는커녕 최대 3일에 한번 장을 볼 수 있다면 칭찬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덕션은 1구짜리다. 한국에서도 1구짜리를 사용했었는 데 집밥만 먹는 요즘은 정말 불편하다. 파스타를 하면 소시지 데치기, 면 삶기, 채소랑 소스 볶기 3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면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다른 원인 때문일 수도 있다). 적어도 2 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애용했던 Gym


코로나 전에는 하루 한 시간 이상씩 남편과 같이 운동했었다. 우리 건물에 몇 없는 장점 중 하나가 Gym이다. 사이클 하나, 스텝머신 하나, 짐볼 등으로 구성됐다. 티비는 목을 뒤로 심하게 젖혀야 하는 각도라서 그냥 포기한다. 처음에는 작고 답답 해 보여서 실망했는 데 갈수록 만족도가 컸다. 이렇게 작은 짐이라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가서 개인용 짐처럼 느긋하게 운동하다 오곤 했다. 하지만 Corona로 인해 당분간 사용금지. 


결국, 우린 살이 찌고 있다. 먹는 건 그대로인데 움직임은 전보다 10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으니 살이 찔 수밖에. 코로나 이후 우리가 운동하는 방법으론 Tabata song에 맞춰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 Tabata song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카운트가 나온다. 4개의 cycle 운동을 2번 반복하면 5분이 채 안돼서 끝이 나지만 강력하다. 2번 반복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데 넘어갈 것 같은 숨과 약한 체력에 쓰러지고 만다. 


나는 운동이 귀찮은데 상대방은 운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큰 우리 부부는 프렌즈 레이싱 게임을 한다. 이번 코로나 덕분에(?) 시작한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에서 진 사람이 버핏 10개 하기, Tabata song 1회 하기 등으로 벌칙을 정한다. 한 번은 버핏 50개를 연달아하고 게임을 그만둘뻔했다. 


시애틀에 Stay at home order가 떨어졌다. 5평 원룸에서 나가지도 못한 채 남편과 살고 있다. 살이 찌는 걸로 봐서는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 있다는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조만간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조만간 이사를 가면 더 건강히 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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