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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 Island Oct 30. 2023

꽃이었구나!

prologue. 꽃이 말을 한다고요? 에...거짓말

 아직은 몽우리가 봉긋한 백합 한 다발을 테이블 위에 꽂아 놓고 있는데 요란 벅적 우리 보이가 거실로 등장한다.   흥분된 에너지의 느낌은 필시 소유하고 싶은 것에 대한 브리핑이 따라오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아이들도 다~아 가졌기에 아님 다들 했기에 자기도 그래야 한단다. 트렌드라고...음 알아 트렌드는 시간 타이밍이 중요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지... 말은 못 하고 생각만 한다. "그래~ 요즘은 그렇구나..." 마치 옛날 사람처럼 말을 하고  그 열정적인 브리핑을 끝까지 마저 듣는다. "아니 되옵니다. 도련님 삼일만 소유하고 나면 찬밥 신세가  될 거 같습니다" 꾹 어렵지만 두 번째 대사도 참아본다.

"음~재밌어 보인다아 그런데~랄라랄라라라라~하니까 기다려보면 어떨까? 우리 이 백합이 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얘기해 보자. 꽃이 말해 줄거야~

삼사일 기다릴 수 있지 ?그때까지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는 불만 가득 찬 발거움으로 돌아서며 "꽃피면 꽃이 말을 한다고~거짓말" 그래도 '안돼!'라는 차가운 거절보다는 나은지 기다려보자는 눈빛으로 백합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느덧 거실의 향기가 말을 한다

"백합이 피었다!" 솜사탕처럼 하얗게 달콤하다. 기다림의 미학은 역시나 아름답다고 난 주장한다.

백합이  예쁘게 폈고 안된다고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트렌디 보이는 그새  맘이 변했다. 드디어 브리핑의 마지막을 이제는 필요 없다고 맺는다. 나도 속으로 말한다. 야호 맞아 꽃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백합은 필때기다리면서 천천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꽃도 오래 피어 있어서 식탁 위에 두면 반찬 냄새도 금방 삼켜버리고 하얀 얼굴이 예뻐서  인테리어 해 놓으면 집이 카페 같다.


"Say it with flowers"라는 note를 꽃집 앞에 적어둔다. 금요일 오후나 주말 아침에 키위들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자기들을 부루는 애칭) 꽃을 생필품인 양 산다. 슈퍼마켓 입구에 늘 꽃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고 향기를 뽐낸다. 꽃이 어쩌다 기념일만을 지켜주는 것이 아닌 파스타면을 , 아이스크림을 사듯 와인 한 병을 사듯... 그렇게  일상처럼 한 다발의 꽃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들에게 이 상업용 문구 "Say it with Flowers"는 

플로리스트와도 대화를 트게 만든다. 간혹 너무 긴 러브스토리도 듣게 되지만 엔딩이 각양각색 이라 여러 리액션을 준비 해야한다.

"나는 말이야~그녀에게 좋아한다라고 고백하고 싶어 어떤 꽃이 좋을까?"

나는 장례식에...

나는 조카가 생겼어...

나는 파티할 거야...

우리 아들이 졸업을 해...

내 친구 무척 우울하데...

 오늘 갤러리 가는데...

생일파티에 가는데 우리 버젯이 이만큼이야 ...

 내 강아지가 영원히 잠들었어...

우리 동료가 다리를 다쳤데... 

나는 사랑해라고 말을 못 하겠어 ㅠ...

호주로 이사 간데...

오늘 프러포즈할 건데...

나를 위한 거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어떤 꽃이 좋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만큼 많은 이야기 속에 꽃이 말을 하고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플로리스트는 어느 연극의  무대 연출자가  된 듯하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한다. "걱정하지 마 수줍어도 이 꽃들이 너의 마음을 알려줄 거야."

 "테이블의 꽃과 함께 하는 저녁밥이 외롭지 않겠네~"

백합(Lily) 순우리말 "나리" 꽃말은 순결, 변함없는 사랑. 꽃술 가루가 날려서 옷에 묻으면 안 지워진다. 깔끔하다면, 꽃이 피면  떼어주는 것이 좋다. 간혹 백합향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다.

 (낭만 엄마 새 "BB"가 백합향을 즐기며 둥지를 틀었다.그리고 새끼 세마리를 낳고 키우다 강남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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