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e Island Nov 06. 2023

꽃이었구나!

EP4. 꽃비를 온종일 맞으며 그 향기를 닮아가겠습니다

'꽃비'플로랄 디자인. 이벤트의 포토존으로 설치했다.

잠시  꽃비를 맞으며  그 향기를  닮아갑니다.


" 엄마 꽃들이 내려와요 비처럼...., " 몇 해 전  행사에서 어느 땅꼬마가 Hanging Flowers 속에서  이 괴이한 설치물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얘기했다. 땅꼬마의  감성에 이름이 바뀐 '꽃비'.

그냥 비가 내리면 비를 맞는 이곳의 사람들. 아마 우산장사를 했다면 빚에 허덕였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가방으로 가리며 뛴다거나 우산을 재빠르게 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그렇다고 비가 내린다고 좋아라 호들갑 떠는 사람도 없고 그냥 조용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유유자적 가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유는 아직 그네들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태평양 근처에서 살다 바다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아졌고 거리의 우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애칭은 치치, 사랑하며 살았던 도시)에는 남태평양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이 있다. 이바다는 때론 거칠고 매우 사나우며 남극해에 가까워서 한여름에도 얼음장같이 차갑다. 그래서 그 수려함에도 불구하고 유흥지  시설 없이 도서관이 명당자리에 그림같이 자리 잡고 있는 그리운 곳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나의 계획들이 얼마나 많이 나침반 없이 헤매게 되고  그로 인한 어렵고 힘에 겨운 시간들을 많이 보내야 함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버텨내야 함을...

어쩌다 그 시간들 속에서 숨이 차도록 지쳤을 때, 큰 한숨 뱉어 내기 위해... 나는 바다를 찾곤 했다. 어느 비가 내리는 날에 차 안에서 어디론가 무리 지어 날아가는 갈매기들을 보며, 고향의 봄을 그렸다. "Blue"의"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크게 듣고 있었다. 파도가 저 멀리서 달려왔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또다시 다가오고 사람들의 만남의 인연이 그러하듯... 그  그리움을 노래 음표의  날개와 함께 날려 보내고 있을 때, 어?!? 저것이 뭐지?

싶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두 그림자가 해변 모래사장 저 끝에서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비와 바람을 느끼며 뛰기 시작했다. 두 팔을 벌리고 무엇을 외치는 두 그림자가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것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나도 눈을 감고 비를 맞아 보았던   

얼라리꼴라리 추억이 떠오른다. 옆나라 호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섬에선 가끔가다 나체 해변 축제가 열린다고 들었다. 간혹 종교인들이 아담 하와가 죄를 짓고 나서 그들의 몸을 나뭇잎으로 가리기 시작했다는 성경구절을 떠올리며, 죄짓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 그 자유함을 느끼고 싶어서 사람들이 나체의 해변 축제에 참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건 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마운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이들에겐 비가 내린다는 것이  피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생존을 위한 하늘의 아주 귀한 선물이었으리라... 먼 동유럽 체코에서 한 유튜버가  자기의 구독자들을 위해서 이벤트로 13억을 헬리콥터에서 뿌렸다고 한다. 4000여 명의 사람들이 돈비를 주우면서  아무런 사고 없이 유쾌한 시간들을 보냈다고... 문득  전투용 비행기 가득 폭탄 대신 향기로운 꽃을 담아 꽃비를 뿌리고 싶어 진다. 그런 뉴스가 지구촌을 웃음 짓게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평화로운 세상. 비를 맞아도 안전한 세상.

땅꼬마가 바라보던 나의 꽃비처럼 그 향기로 불안, 걱정, 두려움, 스트레스를 꼭 안아주며 토닥이고 싶다.

괜찮아질 거라고... 나아지거라고..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그날도 비가 내렸다.

K 씨는 환경생태 학자였다. 무지개 저편에 꿈의

나라가 있을 거라는 나의 아름다운 무지갯빛 환상을 낱낱이 파헤친 사실파 비낭만주의자 학자였다. 그런 그와의 미팅에서 알게 된 지식. 아니면  그의 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지개의 얽힌 지식들.


•무지개 즉 레인보우는 반달이나 활의 모양이 사실상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에 높은 곳, 비행기에서 이용되는 고도 몇천 미터 상공에서 보는  무지개는 원의 모양을 띄고 있단다. 레인보우가 아닌 샘이다. 활의 모양이 아니라니...

•빛의 파장의 의해서 무지개가  일곱 가지 빛을 보여주지만 , 해가 뜨고 해가 질 때의 무지개는 붉은빛만 보여줄 때도 있단다.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웠던 시절을 무색게 하다니...

•태양계에서 지구만이 무지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고, 하와이에서 가장 많은 무지개를 볼 수가 있단다. 하와이에서 살고 싶게 했다.

•단짝과 나란히 서서 무지개를 보고 있다고 해도 그와 나의 무지개가 다르다고. 그건 빗방울과 빛의 반사 각도가 다르기에 나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 나만의 무지개를 볼 수 있단다. 같은 방향을 본듯 꿈이 다르다는 것을 ...무지개 떴다고 사진 찍어 문자 전송 해봤자 내 자랑거리였음을...

•1994년 3월 14일에 영국 Sheffield에서  아침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6시간 동안 무지개가 사라지지 않았고, 2017년 11월에 타이베이에서 무지개가 9시간 동안 하늘의 선물처럼 떠 있었단다. 그래도 무지개는 비 온 뒤 잠시 찾아왔을 때 소중한 손님처럼 반갑다.

•꿈속에서 처럼 무지개 저 끝에  파라다이스가 있을 수 없단다. 무지개 건너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움직이면 내 시선도 움직이고 무지개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Over the rainbow의 꿈이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나는 K 씨와는 처음이자 마지막 커피를 그날 마셨다.


때론 아니 만나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보아도 눈 감으면

가슴 가득 더 높은  행복지수를  키울 수도 있을것 같다.

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는 날도 있기를... 내 마음엔 꽃비로 내릴 수도 있으니까.


레인보우로즈 :장미에 염색을 한 특별한 장미. 아이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꽃이다. 꽃말은 꿈은 이루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꽃이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