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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 Island Nov 11. 2023

꽃이었구나!

Ep5. 법원 앞에서 꽃집에 가면 생기는 일

햇살이 이렇게 내리쬐는 날엔 머릿속까지 붉어진다. 어느 정도의 따뜻함은 fine day이지만, 앗 따가워의 느낌은 바람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한 그래서 나그네가 옷을 스스로 벗개한 해님의 승리의 전략 일 수밖에 없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 분노의 감정이 온몸으로  타고 들어와 있음을... 머리가 그 정도이면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화로 인한 꽃이 핀다. 보는 사람은 이내 느낄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분이 편치 않음을.

그가 변호사인지 몰랐다... Calm down 할 수 있는 꽃이 뭐야? 진정할 수 있는 꽃? 직역을 하고, 그의 얼굴을 살피니  말쑥한 슈트 차림의 남자분이 서 있었다.. 두 뺨이 붉어 있었고 서 있는 내내 불안정해 보였다. 뭔가 참고 있는 느낌이다. 병문안 가는 거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글쎄... 라벤더 같은 허브류가 좋은데 지금은 시즌도 아닌데... 디스플레이된 꽃들을 살피는데 마타리카리아 (Matricaria)가 빼꼼히 웃고 있었다. 미소 끝에 피는 보조개인양 귀엽고, 그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마타리만의 와일드 카모마일 향기가 나는 좋다.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꽃이어서  당당히 마타리카리아가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 준다. 그도 좋아했다.

Nick은 매번 마음을 안정시키는 꽃을 샀다. 때론 자신의 화를 자제하기 위함도 있다고 했다. 이 멋쟁이 아저씨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철도 못 뚫을 갑옷을 입고 억울함과 분노의 검게 탄 마음을 안고 온단다. 어떤 사건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나서 클라이언트보다 더욱 열이 난다고 한다. 부당하고 인정받지 못한 마음에서 아니 뇌의 한 부분에서 감지한 화의 불씨는 더 이상 상처받을 수 없다는 신호를 받고 마치 덩치 큰 개를 본 작은 강아지가 그 그림자의 두려움 앞에서 더 많이 짖어 되듯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덩치 큰 개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이것이 그 어찌할 수 없는 분노의 개무시란다.

화라는 감정은 나를 인정해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존중해 주세요!라는 다른 표현이라는데,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버럭 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화내는 자의 편에 들지 못한다.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서 나락의 끝에서 섞은 동아줄을 받게 된다.

닉이 말했다. 자기가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져서 변호사라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암기력이 좋고 지구력이 그래도 쓸 만큼은 있는 사람이지 퍼즐을 잘 맞춰서 없는 그림도 만드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늘 그의 걸림돌은 다른 사람의 화를 내 화로 승화시키는 감정이입이 빠른 분노 변호사라는 것이었다. 클라이언트들은 닉을 좋아한다. 자신들의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같이 공감해 주는 그래서 나의 대변인이 이 문제를 말끔하게 나의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을 한단다. 닉의 초보 변호사 시절엔 의뢰인의 얘기를 한점 의심 없이 들었고 믿었다. 그래서 더 많이 화가 났고 그네들 편에서 애정을 갖고 억울함을 씻어내기 위해 싸움터로 향했다. 그 격렬한 싸움 끝엔 그 누구의  승리보다는 피멍과 상처들로 가득 찬 사건의 끝맺음이 그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철썩 처~얼썩 부서지는 파도처럼. 이성적이지 못했던 변호들이 너무 많았고 단지 판사와 배심원의 감성에 호소하는 언변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감정의 근육도 많이 키워서 자기의 일에 슬금슬금 올라오는 화를 감지하면 물을 마신다거나 잠시 한 맥을 끊고 대화한다고 한다. 찌개의 보글보글 거림을 불 한단 내려서 진정시키고 은근히 끊여내 듯 그렇게 전지적 작가 시점의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야 의뢰인의 진실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를 찾아오기까지의 이 여정 속에 숨겨진 마음의 진실. 싸움닭처럼 처절하게 서로를 물고 뜯을 것인가 아님 그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는 우리 화해 하자는 간결사건 마침표의 악수 인지... 그 마음의 뤼앙스를 알아차리고  그를 대신해  법의 언어로 얘기해야 했다, 복수의 시나리오를 읽고 동조해야 하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변호사가 아닌 불의를 참아내고 그 불의를 냉정하게 알리는 변호사가 되어야 함을 알았다. 말하자면 가장 이상적인 훌륭한 변호사 말이다.

 어느 가족 간의 재산분쟁 싸움에서 의뢰인은 마침 그의  사무실에 놓인 꽃을 보면서  가족들의 배신감에 들 끊은 분노를 추슬렀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했던 추억의 꽃에 잠시 파묻히니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전쟁은 승패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하지 않은 전쟁도 많아졌다. 자기는 말을 많이 하는 변호사가 아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는 변호사라는 것이다.

그 이후로 닉은 꽃을 사는 변호사가 되었다.


닉이 왔다가는 날은 난 행복한 꽃장수가 된다. 닉이 말했다. 너는 행복한 사람이야. 부럽다  왜냐하면... 20여분의 그의 논리적 이성적 인문학적인 설교를 듣고 있음 난 행복한 사람이 마땅히 되어있다. 변호사가 질투 내는 꽃장수. 그리고 닉에게 내 행복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덤으로 더 추가되는 예쁜이들... 그의 꽃다발이 예상 가격보다 풍성해진다. 닉은 변호사임에 틀림없어 왜 이리 말을 잘하는 거야 또 설득당한 거야 이런 외침이 있지만, 그의 법적 언어가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팩트이다. 간단히 그의 설교 즉 내가 행복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의 몸이 가장 행복한 호르몬을 만드는 때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이다. 많은 과학적 생물학적 연구결과로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호르몬은 정말이지 전염이 빨라서 또 다른 행복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상을 망가트리고 혼미하게 하는 폭탄이나 마약을 파는 장사꾼보다는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꽃을 팔기 때문에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도 몰랐던 내 행복 호르몬의 기원을 꽃 사는 변호사님이 기승전결로 마무리지어졌다. 의심의 여지없이 행복해야겠다.

마타리카리아(Matricaria): 꽃말은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 카모마일 향이 좋은 국화과  귀여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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