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거짓말이 만들어 준 나의 인생 성적표
어릴 적 우리 엄마의 자식 교육은 딱 하나였다.
'공부는 못해도 되는데 거짓말은 하지 말기'
엄마는 어릴 적부터 자주 그리고 아주 강하게 우리에게 이야기했었다.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기'사람이 공부보다 중요한 게 진실함이고, 가족끼리는 숨김없이 살아야 함을 자주 말씀하셨다.
그 덕에 나는 성적이 낮게 나온 성적표를 들고도 꽤나 당당하게 엄마에게 드 밀어도 혼이 나지 않았었고,
라디오 피디나 라디오 작가가 되어 보고 싶다며 라디오를 매일 끼고 살며 행복해하는 나에게
우리 엄마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저 우리 엄마는 다 해보라고 네가 하고 싶으면 다 해도 괜찮다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엔 공부는 좀 덜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라는 엄마가 마냥 좋았는데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때맞춰 공부하지 않아 생긴 구멍 난 성적들을 메우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점수가 필요했고, 그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면 나는 실패한 사람이 되고, 회사 입사 면접에서도 수없이 걸러지는 학벌과 영어점수들을 따라 집기 위한 노력은 어마 어마 했으며 점수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것을 다 크고서야 알았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중고등학교 때 열과 성을 다해 공부를 해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공부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서였는지 몰라도 뒤늦게 스스로 해나가는 공부가 재미있어져서 대학교에 가서는 장학금이라는 것도 받아보고,
취업도 엄청난 정보를 뒤지고 뒤져 스스로 준비하며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가끔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나보다 한 뼘쯤 더 똑똑해 보이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중고등 학교 시절에 내가 치열하게 공부했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며 언젠가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 어릴 때 왜 공부하라고 잔소리 안 했어? 엄마가 막 잔소리하고, 공부하라고 했으면
나 엄청 공부 잘하고 내 인생도 좀 승승장구했을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초중 시절 꽤나 공부를 잘했고,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라인에 들어있었던 기억이 나긴 한다
라디오 피디가 라디오 작가가 되겠다고 라디오를 부여잡고 살기 전까지 말이다.
"엄만 사실 너희한테 성적 왜 떨어졌냐고 잔소리도 엄청 하고 싶고, 공부 엄청 시키고 싶었지.
근데 너네 인생이잖아. 공부도 스스로 해야지 누가 시킨다고 하는 건 재미도 없고 지겨워지잖아
엄마도 거짓말한 거지 너희한테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성실하게 살면 된다고 엄마 마음은 숨긴 거지 내가 그때 너를 얼마나 쥐어 패고 싶었는지 알아? 공부 좀 제발 하라고 라디오 그만 듣고 "
엄마에게 왜 참았냐고 자식 공부 잘하게 막 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공부 좀 시키지 그랬냐며 그러면 내 인생도 좀 달라지지 않았겠냐며 투정 석인 말투로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 엄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었다.
" 너희 인생인데 스스로 해쳐가야지. 대신 올바르게 가는 길을 알려주면 되지 거짓말하지 말라는 게 다른 뜻이 아니었지 올바르게 살란 의미도 있었지. 엄마 인생이 아니잖아 너네 인생이면 네가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도 맞지 대신 너네가 20대가 넘어 철듬을 기다리는 게 힘들었지 뭐 "
우리 엄마는 그랬단다
우리보곤 거짓말 하지 말래놓곤 엄마는 우리에겐 공부보단 거짓말하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게 더 낫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그렇게 살아가는 길이 힘들걸 알면서도 우리의 인생이니 그냥 뒀다고
좋은 길 놔두고 방황하는 우리를 보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으시다 하신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어도 현재 오빠나 나나 꾸역꾸역 취업해서 자기 살길 찾아 사는 우리가 기특하단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나를 보면 더 신기한단다 우리 엄마 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