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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l 08. 2022

슬기로운 호텔 생활 in 싱가포르

호텔을 즐길 줄 아는 부부로 거듭나기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나는 뭘 하든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즐기자가 모토였다. 최선을 다해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꼼꼼한 사전 계획은 물론 방대한 사전 정보 탐색까지 이 소중한 시간을 나는 한 시간도 허투르 보낼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나는 꽤나 열심히도 여행 계획을 짰었다. 분명 회사를 벗어나 마음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기 위한 여행이었거늘 나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같은 비장함으로 여행 준비를 임하곤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계획을 모조리 준비는 해갔으나 지키지 못해도 크게 노여워하거나 불안해지는 성격은 아니다 보니 계획이 필요했던 거지 지키지 못하는 일은 왕왕 있었다. 물론 어렵사리 계획한 루트를 가지 못하는 건 아쉽기는 하지만 세상일이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운 좋게도 여행 다니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여행 준비를 위한 타이트함 피곤함보다는 얼렁뚱땅 가도 생각보다 즐겁게 돌아오는 그 기분이 좋아 점점 느슨해졌다. 예전엔 쨍쨍한 타이트한 청바지였다면 요즘 우리의 여행 스타일은 헐랭 한 고무줄 바지를 입은 듯 느슨하다. 느슨하니 바람도 설렁설렁 들어오고 걸음의 폭이 넓어지고 느릿해지더라.

‘잘됐지 뭐! 이젠 좀 여유로운 여행을 할 때도 됐다! ‘


어쩔 수 없었다.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을 때는 이곳을 내가 언제 또 와보냐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도록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회사를 가라면 그렇게 잘 떠지지 않던 눈도 여행을 가면 그 많던 아침잠은 어디로 가는지 벌떡 벌떡 잘도 일어나 진다. 참 전투적으로 잘도 돌아다녔다. 다시는 또 못 올 줄 알았던 홍콩도 벌써 4번은 다녀온 것 같고 싱가포르도 두 번을 가보고 나니 '또 갈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우리 여행에도 여유라는 시간이 생겼다.

우리에게 여행의 여유를 알게 해 준 곳이 싱가포르였다. 봄가을처럼 선선한 날씨의 싱가포르였다면 나는 아마 여전히 전투적인 여행을 즐겼을 테지만 무더웠던 싱가포르였기에 자연을 거스를 수 없었던 나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날씨에 굴복하고 호텔을 즐기는 여행 중수의 스멜 정도는 내어주는 듯 일정을 담을 줄도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여행의 고수의 향이 나지만 처음 싱가포를 방문했을 때문해도 우리 부부는 해외여행이라곤 출장과 신혼여행을 빼면 단거리 여행은 일본 중국이 전부였다. 날씨까지 고려하며 다닐 정도의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처지가 아닌 '해외여행'만 들어도 설레고 벅차 무조건 다 보고 다 먹겠다는 파이팅 넘치는 여행객이었다. 그렇다 보니 호텔은 잠을 자는 곳이었고 가끔씩 정보를 찾을 때마다 보이는 인증숏이 넘쳐 나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넘사벽 가격도 있었지만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물론 가격이 적당했으면 또 어떨런가 모르겠지만 가격이 50-60만원하는 곳은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

솔직히 남편과 내가 물개같이 수영을 엄청 잘했다면 수영장은 여행에서 꽤나 중요했을 테지만 나는 기껏해야 대충 자유형을 하는 정도이고 우리 남편은 나보다 더한 말 그대로 맥주병이었다. 아니 맥주병보다도 못한 떠있지도 못한 순수한 수영 초보자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에게 수영장은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아닌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참 좋은 굳이 내 머리를 적시는 것이 매우 낯선 부부였다.


그럼에도 첫 싱가 포르니 깐 1박 정도는 호텔에서 숙박하고 싶었다. 그래서 2박은 에어비엔비에서 숙박을 하고 1박은 호텔에서 숙박을 했었다. 우리가 첫 싱가포르에서 예약했던 호텔은 만다리나 호텔이었는데 이 호텔은 나름의 뷰도 가지고 있는 수영장도 있었고 글로벌 호텔로 서비스도 좋은 호텔이었다. 남편 생일이라고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 조식도 맛있었다. 해외호텔에서 그래도 우리가 늘 선택하는 유일한 것이 조식이었다. 타이트한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에 아침밥만큼 든든한 게 없으니 조식을 든든히 먹고 늦은 점심을 먹는 아주 타이트한 우리의 여행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한 싱가포르는 7월이었고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딱 2배 더운 4계절이 더운 나라이기에 여름은 매우 덥다고 보면 된다. 얼마나 덥겠어하고 겁도 없이 떠난 7월의 싱가포르는 정말 용광로 같았다. 그래도 다녀보자고 나간 우리는 결국 지하 쇼핑센터들만 돌아다니다가 우선 호텔에서 휴식을 하자고 여행을 다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우리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히고 있는데 그제야 레스토랑 창문 넘어 호텔 수영장이 보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책도 읽고 뭔가 그들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노부부가 있었다. 우리가 조식을 먹을 때 옆에서 조식을 먹고는 맛있게 먹으라며 인사를 건네고 나갔던 부부였는데 그 부부는 그때도 수영장으로 가서 책을 펴놓고 썬배드에 앉아 있으셨는데 지금은 두 분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서 지쳐 있던 우리의 모습이 왠지 너무 짠했다.


'자기야 우리 너무 불쌍해 보이지 않아? 땀에 다 젖고 이게 뭔지 모르겠다 ㅋㅋㅋ'

'그러니깐 아까 저 노부부가 인사해줄 때 우리도 수영장으로 따라갔어야 했나 봐  여행이 꼭 뭔가를 다 보고 인증사진을 찍어야 전부가 아닌데 우리 너무 전투적으로 다녔나 봐 솔직히 본 것도 없잖아? 땀만 엄청 흘리고 ㅋㅋ '

'그러니깐 우리도 그냥 수영장으로 가자'


남편과 나는 바로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내려와서 오후 내내 수영장에서 보냈다. 처음이었다. 음식도 주문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음악도 들으며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가 다시 누우면 또 마르고 파란 하늘이 이렇게 예뻤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많이 보는 게 여행의 전부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싱가포르의 무더위 덕에 우리는 여행이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남들이 했던 것을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해외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을 죄다 다 느끼고 싶어 짧은 시간 한정된 시간이라는 생각은 못한 채 여행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숙제하듯 도장깨기 하듯 바쁘게만 다녔던 것 같다.

그날 첫 싱가포르의 첫 호텔에서 우리는 썬배드에도 누워있고 음악도 들으며 수영장에 몸도 담그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보았다.


'너무 좋다. 너무 시원하다.'


너무 좋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누워서 바라보니 싱가포르의 전경이 확 보이는데 왜 이걸 몰랐을까. 그날도 한참을 누워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것 같다. 여전히 좋았다. 싱가포르 첫 여행 후에 나와 남편의 여행 스타일은 달라졌다.


싱가포르의 첫 여행은 나의 모든 여행 스타일을 바꿔놓았다. 국내든 해외든 에어비앤비를 즐겨 갔던 (에어비앤비에도 좋은 숙소는 많았지만 전적으로 에어비엔비를 이용한다는 것은 가성비 숙소를 찾을 때였다 내 기준으로!!! ) 나의 여행 스타일에서 호텔 즐기기 1박이 추가하게 되었다. 어디를 여행하던지 수영장이 있는지를 체크하고 수영장이 있다면 우리는 오전 시간은 할애해서 수영도 하고 조식도 먹고 헬스장이 있다면 즐기기도 하면서 여행을 온 주변 여행객들과 이야기도 하며 여유 속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그리고 사람을 만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행객들과의 대화로 로컬 맛집 정보도 득템하고 서로의 여행 이야기도 하며 추억을 공유한다는 게 참 좋았다. 유명 관광지를 눈에 담는 것도 새롭고 즐거운 여행의 일이지만 가끔씩 사람과 문화 사이에서 직접 느껴 보는 여유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었다.


클럽라운지를 즐기는 여유를 가진 여행자가 되었다! 호텔의 맛을 제대로 느낀날

두 번째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즈음에는 나의 여행 스타일은 180도 바뀌었고 그사이 '클럽 룸'을 알게 되었다.

클럽 룸들은 클럽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낮에는 음료가 무료이고 5-9시 사이에는 주류와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뷰를 가지고 있는 호텔들의 클럽 라운지는 야경을 보기에 매우 좋은 곳이고 특히 싱가포르의 야경은 말해 뭐해!! 이기에 두 번째 싱가포르 여행에서는 과감히 난생처음으로 클럽 룸을 예약했다.

'팬퍼시픽 하버뷰 클럽 룸'


호텔룸에 베란다가 있어서 저녁엔 싱가포르의 야경을 호텔에서도 맘껏 볼 수 있고 온전히 둘이서 즐길 수 있고

호텔 클럽 라운지에 올라가니 무료로 식사와 주류를 마시며 멋진 카페에 온 듯 싱가포르의 뷰를 보며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수영장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더우면 더운 데로 그 시간과 공간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여행이 그저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허니문인듯 설레이는 기분 그리고 호텔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멋진 싱가포르 뷰!
호텔밖도 즐길거리가 많지만 여유와 힐링을 찾아 쉼을 즐기는 여행도 추억이 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같은 나라였는데 두 번의 여행이 주는 추억과 기억은 서로 달랐다. 느끼는 만큼 보는 순간이 다르게 남아졌다.

싱가포르 여행 두 번 만에 여행 스타일이 바뀌어져 있었다. 호텔을 즐길 줄 아는 꽤나 여유로운 여행자로 변모되어 가고 있었다.


여행은 그랬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추억이 있겠지만 같은 여행지를 여러 번 가보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호텔이 결코 잠만 자는 숙소의 개념이 아니라 때론 누군가와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여유로이 풀어주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잠을 자는 공간에서 여유와 힐링 그리고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국내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잠자리가 참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여행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추억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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