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준비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취미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보다는

by 박냥이

남에게 보이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취미생활은 나에겐 취미로써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예를 들면, 등산. 혼자서 등산할 때가 아닌, 모임을 통해 여러 명의 낯선 이들과 한다면, 은근히 나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신경 쓰게 된다. 함께하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편하게 산으로 뛰어드는 매력이 조금 떨어진달까.. 그저 남에게 신경을 덜 쓰고 내가 편한 대로, 가벼운 선크림만 바르고 하는 등산이 좋다. 등산화가, 가방이 어떤 메이커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홀로 서서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마스크나 모자를 잠시 벗기도 하는.

최근에는 혼자 하는 등산에도 이것저것 챙기는 게 많아졌다.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라 굳이 필요는 없음에도 호신용이란 명목으로 등산스틱 하나를 챙기고, 운동화는 발목을 종종 접질리니 등산화를 신고, 힙색에는 물이며 혹시 필요할 수도 있는 차키까지. 거기에 심심할 때 음악을 듣기 위한 무선 이어폰과 핸드폰. 한 짐이다.

이런 것들이 있어야 등산을 하러 나간다.

한편으로는 그저 아무것도 안 챙기고, 어디 다른 볼일을 보고 오는 길에라도 스스로 아무런 생각이나 불편함 없이 그 모습, 그 차림 그대로 산에 뛰어들고 싶다.

굳이 이것저것 챙기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게 진정 취미 아닐까.

또 하나의 취미였던, 뜨개질. 바늘 한 종류와 어느 정도의 실만 있음 모자 같은 것을 쉽게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부수적인 준비물이 꽤 있었다. 수첩과 볼펜, 각종 마무리용 바늘과 표시용 핀들... 지금은, 내가 주로 다룬 겨울용 모사를 쓸 계절이 지나기도 했고, 브런치에 매이게 되면서 뜨개질을 잠시 내려놓은 상태다. 사실 간단한 목도리 뜨기의 경우에는, 줄바늘 한 종류와 실만 있음 되지만, 이것저것 무늬 같은 것을 넣거나 더 보이기 좋게 만들 때는 필요한 준비물의 수도 늘어난다. 내가 뜨개질을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하려면, 부수적인 준비물들이 조금 줄어야 하는 면도 있다. 그래도 거의 집에서만 하다 보니 등산과는 달리 준비물을 이것저것 챙기는 게 번거롭진 않았다.

등산 말고, 웨이트 운동 같은 것도 하나의 취미로 승화시키고 싶지만, 일단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을뿐더러 그 공간(헬스장) 자체에 지나친 불편감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운동하자'는 이유로 가입한 운동모임의 단톡방은 매일같이 어느 누구의 운동 인증 사진이나, 식단 사진, 그날 한 운동기록들이 속속 올라온다. 대개 남자들의 사진이고,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럴듯한 몸에 옷차림도 꽤 신경 쓴 모습이다. 뚱뚱한 나와는 딴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럴듯한 몸매와 옷맵시가 있다면, 매일같이 차려입고 헬스장에 나서는 일이 또 다른 취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만한 자신도 흥미도 없어서 웨이트 운동은, 취미로 못 만들고 있나 보다. 평소에 타인의 시선이나 반응에 신경을 많이 쓰니, 그런 환경(타인의 시선을 끌거나 하는)에서는 취미활동을 발산하는 게 성격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즈음의 가장 큰 취미 생활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다.

백수의 무료함을 달래기도 참 괜찮은 취미이다. 이 취미생활을 함에 있어서 위에서 두서없이 주절거린 내용들을 뒤로하고, 나름 중요하다 생각하는 게, '굳이 누가 꼭 봐줬으면 하는' 글을 쓰지는 않으려는 것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안 읽혀도 상관없으며, 그저 내 안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데 있어 하나의 통로로 삼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목을 끄는, 라이킷을 많이 받는, 또는 구독자 수가 늘만한 글을 쓰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러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남의 태도나 반응에 따라 나를 맞춰가고 싶지는 않다. 타인이 뭐라든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꽤나 팔랑귀이며 타인의 반응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소통'의 장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댓글을 일부러 닫았고, 굳이 댓글이나 하트(라이킷)가 많이 없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글쓰기를, 혼자 하는 등산처럼, '눈치 보지 않고 즐길만한 취미'로 만들고 싶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많다. 나는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공상들을 여기저기 놓인 물건들을 한자리에 모아 약간 덜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는 것처럼, 그렇게 종류별로 쌓아두는 행위이다. 누구의 마음에 와닿을만한,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그런 글을 쓸 능력도 소질도 없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많이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면,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굳이 등산화를 챙겨 신은 상태가 아니라도 산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가뿐하게 느껴지듯, 글을 쓸 때도 누군가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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