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움큼만 쑥을 캐신다는 엄마는 벌써 반시간 동안 쑥을 캐시고 계신다. 이제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오후 4시가 가까운 시간의 햇살도 정오~오후 두시의 그것만큼 따사롭다. 간간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도 실외에 있는 게 힘들지 않다.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시골마을에 사시면서 자식들의 '이제 밭일을 하지 말라'는 만류에도 가끔씩 가면 집을 비우고 밭에 가 계셨다. 비록 엄마는 농사일을 하면서 크신 것은 아니지만, 종종 외할머니의 밭일을 내가 어릴 적에 돕기도 하셨고, 그런 외할머니의 유전자 때문인지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하신다. 냉이가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던 나는, 엄마를 따라 노지의 냉이를 캐면서 대강의 냉이 생김새를 알게 되었다.
집에만 있으니 끊임없는 집안일의 순환고리에 그만 화딱지가 나서 엄마와 차를 몰고 나섰다.
법기수원지, 경남 양산 인근에 위치해있는 곳이다.
히말라야랑 이름이 비슷한 나무, 편백나무 외 여러 나무들이 시원스레 뻗어있다.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나 처음 와서 어리바리하다 생돈 이천 원을 날렸다고 한다.
법기수원지 내에서는 커피도 못 마신다고 들었다.
집에서 가져온 물병을 슬그머니 가방 속에 넣는다.
겉옷을 벗고 내렸더니 추워서 엄마 먼저가라 하고 차에 들렀다온다. 엄마는 누군지 모르는 여인과 통화 중, 이후 이통화는 수원지를 나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바람이 차가워도 햇살이 따사로워 살짝 두꺼운 겉옷이 덥게 느껴진다. 여러 계단을 헉헉대며 오르니 댐이 보인다. 물이 한눈에 봐도 부족해 보인다. 칠형제소나무(?)아래를 장애물 넘듯 지나서 다시 편백나무숲으로 내려간다.
엄마는 여전히 통화 중. 그러고 나서 시골마을길을 더 걸어보자한 것.
엄마는 노지에 쑥을 조금 캐신다 해서 그동안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면서 걷는다.
외할머니가 살던 시골마을이 잠시 생각난다.
나는 그럴듯한 카페나 가서 아인슈페너같은 음료나 홀짝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다.
약 40분 뒤, 엄마가 돌아온다. 카페는? 그냥 패스.
솔직히 백수이니 커피값도 만만찮다.
대신 그 커피값으로, 오는 길에 남동생이 좋아하는 닭곰탕을 포장해오고 또 식수도 퍼온 알뜰살뜰한 짧은 여행이었다.
모녀지간은 여전히 차 안에서도 티격태격.
주차할 자리에 차를 대고 운전석 앞 부처님상에,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던 것'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주차는 사정상 아파트 주차장이 아닌, 근처의 박물관에 대야 해서 집에 짐을 나르고 다시 내려놓으러 온 길이다.
차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