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방황의 끝에 이어진 첫 연애

by 박냥이

2011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원하던 수도권의 대학에 합격을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진학할 수 없었고 지방의 국립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시절에는 이것이 꽤 큰 좌절감을 안겨줬고 한창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시기에 그런 기회를 모두 흘려보내버렸다.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지나고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닌 일은, 몇 달간 나를 혼자만의 고독과 암흑 속에 가두었다. 조금만 둘러봐도 나 같은 케이스는 많이 보였지만, 그 일은 오로지 나만 느끼고 고통받는 문제였다. 진학한 대학교에 대해 그다지 애정도 없다는 핑계로 그곳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등한시했다.

아마 2011년 여름일 거다. 그렇게 홀로 고독 속에 서있었지만,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욕망은 대학교의 한 대외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 새내기로 지원했던 나는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중 막내였다. 생면부지의 타 학과 선배들, 그리고 몇몇의 또래들과 그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가까워졌으며, 마냥 마음의 문을 닫고만 있었던 나는, 처음으로 그 대학교의 사람이 아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들을 마주하고 대화했다. 연장자에겐 항상 깍듯했기에, 그들의 조언이나 사소한 얘기들을 귀 기울여 듣고 점차 내가 처한 환경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게 되었다. 다행히 타지에서 일어났던 그런 감정들은 귀국해서도 남아있었기에, 나는 또 다른 교류를 위해 중앙동아리에 들었다.

잘하지도 못했지만, 하필이면 배드민턴 동아리에 들었다. 한때 동아리광이었던 나는, 하지도 못할 다른 동아리도 꽤 들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주로 그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6살 연상의 타 학과 남학생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고백이란 것도 그때 처음 받았다. 우물쭈물 다른 얘기로 이야기를 흘려버리는 나에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한 번 더 얘기를 했고, 그에 대해 그다지 싫은 감정도 없었기에 첫 연애를 그렇게 시작했다. 그는 나와는 달리, 외모에 신경을 꽤 많이 썼던 걸로 기억한다. 자신의 몸과 얼굴에 관심을 많이 두지만, 자취방은 좀 지저분한 구석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약간 거부감이 드는, 카라티를 좋아했었다. 그는, 이후에 만난 다른 사람과는 달리, 데이트 비용에 대해 꽤나 철저했는데, 내가 1을 사면 네가 1을 꼭 사야 하는 주의였다. 나도 누군가에게 신세를 끼치는 것을 싫어했으므로 1:1의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연인 사이에서 그렇게 사사건건 따지면서 사귀는 게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나는 재지 않고 퍼주는 것을 좋아했으므로.

2년 반 정도 사귀면서 나의 또 다른 수험생활도 함께 해주었지만, 그렇게 따듯한 응원을 받았던 기억은 없다.

그는 어느 날엔 나의 장단에 맞춰주는 식으로 억지스러운 이벤트를 벌여주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그 시절 나는 '보이는 것'을 중요시했기에, 굳이 남들이 많이 보는 곳에서 내게 선물을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는 다소 툴툴대면서 그 과정을 따라와 주긴 했었다. 그 '하루'의 생색은 꽤 오래갔다.

그와는 뭔가 자연스레 감정이 식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이전과 같지 않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참, 나는 각종 대외활동에 참여하는데 열성이었는데, 한편으로 나를 구속하길 바랐던 그 때문에 몇 번 그 자리에 못 나간 적이 있었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일은 이별 훨씬 이전의 일이므로 그게 감정이 식은 것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나이차가 꽤 났던 만큼 그는 자존심도 조금 센 편이었다. 그가 취직이 되기까지는 응원하면서 연애를 이어나갈 생각이었지만, 이런 나의 '감정의 식음'을 눈치챈 그는, 아마 자신이 먼저 차이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를 찼다. 그 시절엔 그 흔한 '이별'이 나에겐 처음이었기에, 그것이 마냥 슬퍼서 그의 앞에서 한참 울었고, 우리는 바보같이 친구로 남기로 했다. 더 바보 같은 것은 이후의 연애를 응원해주기로 한 것.

이런 바보 같은 행동들은 내가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도 지속되어서, 어느 날 전남친이 된 그의 그런 행동들에 대해 기분이 안 좋아진 그 시절의 현남친의 기분을 풀어주려, 그에게 단호하게 연락함으로써 우리의 연락은 자연스레 끊겼다. 오히려 친구로 남자고 했던 그 석연치 않은 이별의 순간보다, 더 서로의 기분을 망친 날이었던 것 같다.

그런 사건들로, 연인 사이에 친구로 남는 것은 영 별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절의 전남친, 현남친이 다 같은 학교였으므로 도서관에서 의도치 않게 마주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래도 첫 연애라서 이렇게 기억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것 같다.

뭔가 억지스러운 연애였달까... 어쩌면 잘 거절하지 못했던 시절에 생긴 해프닝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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