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라면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

이웃집 토토로

by 박냥이

이야기할 일화에 대한, 대강의 내용들은 캡처본으로 대체(출처는, http://naver.me/Fz9YTCrs)


문득 나라면 저렇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단지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일화에서처럼 면접일 경우에,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지 않으려나..


지브리 같은 큰 회사 면접은 아니었으나, 나름 나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면접을 생각해본다.

2014년 1월이었나.. 기존 대학교의 전공으로 가는 길이 나랑은 그다지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1년 정도 편입을 준비했다. 편입 과정은, 좀 까다로워서 꽤 큰돈을 들여서 강의도 듣고 시험을 치고, 면접까지 봐야 했다. 그 당시 무슨 패기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필기시험을 다소 망친 터라, 면접에서 뒤집기를 해야 할 판이었다.

지브리 일화에서만큼 의외의 질문이나, 대답은 오고 가지 않았지만 나는 면접관인 교수님들에게 나를 각인시켜주고 싶었던 듯하다. 오전 9시 모 사이트에서 시작한 원서접수에 대입이랑 비슷하게 가, 나군에 모두 그 대학교에 지원을 했었고.. 그다지 내세울 게 없었기에 '그 사실을' 내세웠다.

즉, '가, 나군 모두 원서접수를 1번으로 여기를 넣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는, 상위 성적 지원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지원 또는 하향지원으로 여겨졌던 그 대학교를, 그들은 차선으로 생각했기에.. 나에겐 차선이고 뭐고 없이, 오직 이 대학에 오고 싶다는 마음을 교수님들이 알아줬음 했기 때문이다. 즉, 교수님들이 합격시켜주시면 저는 '도망가지 않습니다'라고 할까..

아마도 부모님의 반대에 내년에 시험을 다시 치는 재수는 없었기에 그렇게 절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순간의 쪽팔림'을 감수한, 선택은 나름 괜찮은 결과를 낳았다. 아마 뒤에 지성 면접이라고 하나, 전공상식을 묻는 질문에서 약간 실수를 했음에도 합격한 것을 보면 저 말이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가군은 후보 3번, 나군은 최초 합격을 했고, 가군에서도 합격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는데, 나군 합격 후 이미 등록을 한 나에게, 나군에서 후보로 있던 어떤 이가 연락을 해온 것. 요청사항도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가군 합격하면 그쪽으로 등록해주고 나군의 빈자리를 달라는 것.. 뭐, 이것은 괜히 오지랖 넓은 내가 입학처랑 알아본 결과, 오히려 내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이미 등록한 금액을 다시 환불하고.. 타이밍 맞게 재입금을 해야 하는.. 그런 번거로운 상황이었다) 그냥 있었고.. 뭐 사실 크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는데, 괜히 미안해하면서 나와 그녀는 동기가 되었다.


흔히 카이스트, 포항공대 이런 공대의 탑(?)을 준비하는 지인들에게 얼핏 들은 정보로, 이런 쪽의 면접의 문제가 참 까다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물론 내가 이런 곳에 간 것은 아니고..

뭐랄까.. 오래전에 들은 거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뭐랄까 정답이 꼭 정해져 있지 않은 듯한,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라 할까..

구글이었나. 인터넷에 떠도는 외국계 회사의 면접문제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식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하긴 하더라.. 이건 교육전문가가 아니니 패스.

뭔가.. 그래도 학창 시절에 소심한 성격 탓에 꽤 눈치를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뭐 궁금하거나 의문점이 생겨도 쉽게 손을 들지 못했달까. 괜히 튀어 보이기 싫을뿐더러, 별난 아이로 취급받고 싶지 않아서.. 점점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의문을 가지는 일을 그만두었다.

굳이 남에게 거슬릴만한 의문이 아니라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이나 일들에 갖가지 의문점을 품고 수첩에 적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건만.. 이게 꼭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렇게 삶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고 사는 게 편한 것임을 느낀 건가.


예전에 미국의 무슨 대통령이 내한을 해서 기자들에게 질문 타임을 가졌는데, 그때 우리나라 기자들은 서로 '그럴듯한 질문'을 하려고 하는지 서로 눈치 보면서 침묵을 지켰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냥, '한국음식은 좀 입에 맞으세요?'이런 질문을 하면 내가 없어 보이는 건가? 꼭 '뭔가 있어 보이는' 질문을 해야 하는 건가.. 체면이 그렇게 중요한가.. 뭐, 이런 나도 결국 똑같지만..


직장을 다닐 적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남들이 부끄러워하거나 체면을 차리려고 숨길 수 있는 여러 행동들을 그다지 꺼리지 않았다. 예를 들면, (직업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하고 싶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정확하게 내가 무엇을 알고 설명해줘야 할 경우에, 계산기나 자료 같은 것을 두고 내가 말한 암산의 결과나 정보에 대해 다시금 확인을 시켜준다거나, 바빠서 그냥 패스해버릴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잠시 시간을 가지고 최대한 정보를 드리려고 노력했다. 뭐.. 그렇게 유별나게 일하다 보니 체력이 달려서 병에 걸린 걸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것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더 컸던 것 같다. 특히 상사.. 여기까지.


다시 토토로 얘기로 돌아가서, 지브리의 여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토토로는 아마 학창 시절에 처음 보았던 것 같다(올해 서른). 커피를 마셔서 잠이 안 오는 어젯밤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토토로가 보였고, 여타의 영화들같이 틀어놓고 딴짓을 잔뜩 하고 있었다. 이내 딴짓들도 금세 시들해지고 영화 중 토토로가 나오는 장면들에는 집중을 했다. 그리고 고양이 버스가 나오는 장면도.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지브리 면접일화도 생각났을뿐더러).

내가 여태껏 토토로를 몇 번 보면서 토토로의 치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본 적이 있는지.

아마, 옛날에는 yes지만, 요즈음은 no일 것이다.

뭐 영화나 만화 하나 틀어놓고 제대로 집중한 적이 요즘에는 거의 없으니..

습관적으로 꼽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그저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가사 하나하나를 상기하면서 듣는 경우가 아주 손에 꼽는다.

편입 시절 자기소개서에, 나의 특기가 '관찰하기'라고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 풋, 무릇 그 시절엔 아무래도 거의 하루 온종일 도서관에 매여있다 보니, 도서관 옥상에서 바라다보는 일상의 풍경들을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뭐, 벤젠고리를 발견한 이가, 꿈에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이런 내용도 썼던 것 같은데.. 그만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안보이던 것들도 보이는 법.

꿈을 통해 밝혀진 벤젠의 분자 구조
케쿨레는 여러 탄소 화합물, 특히 벤젠을 연구하여 탄소 고리 구조를 제시했다. 1857년 케쿨레는 탄소의 원자가가 4라고 주장함으로써 탄소 원자가 다른 네 원자와 동시에 결합하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벤젠 분자의 구조를 (고대 문화에서 우로보로스라 알려진)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꿈을 통해 발견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이것을 최초의 발견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데가 있다. 독일의 화학자 요제프 로슈미트(1821-1895)가 1862년 케쿨레보다 먼저 벤젠의 고리 구조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케쿨레의 꿈 [Kekulé's Dream] (슈뢰딩거의 고양이, 2009. 1. 20., 에른스트 페터 피셔, 박규호)

익숙해진 가족이나 연인의 얼굴이나 자세를 유심히 들여다봐도 이전에 못 느꼈던 것들이 보일 수 있다.

엄마가 어디에 여드름이 하나 더 났다든가, 남자 친구가 뒤꿈치가 아파 보인다든가..

다행인지 요즘엔 그나마 등산이라도 다니니, 자연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된다. 진달래가 어제보다는 꽤 많이 핀 것도 보고, 날씨에 따라 제각각인 산의 분위기도 느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전 138일 차, 과민성 방광이 조금은 진정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