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밤 운전은 겁난다
작년 11월,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운전하기 전과 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초보다 보니 운전 자체가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 탓도 있었지 싶다. 비싼 외제차가 아닌, 모닝이다 보니 어느 정도 보호운전을 해야 하는 면도 있었고..
동승자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집중력을 짜냈다. 아직까지 큰 사고 없이 잘 몰고 있지만, 항상 방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이렇게 잘 모는데~'하는 순간 사고가 난다고 들었다.
운전은 항상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여서 하려고 한다.
초보운전 딱지는 두 개나 붙여뒀지만, 아직까지 떼지 않고 있다.
운전하면서 느낀 것은, '빠르게 가는 것이 운전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급커브를 고속 주행하거나, 차선 변경을 갑작스레 하는 일 따위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는다.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무작정 갖다 박는 '경상도식 가오 잡는듯한 운전'이 참 꼴불견이다. 웬만해서는 양보운전을 선호하지만, 깜빡이도 켜지 않고 스멀스멀 들어오는 차들은 밉상이다.
엄마랑 가까운 시장을 나가거나 할 때에도, 차에서 내리면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아마 습관이 된 듯.
운전 전에도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괜히 불안했다. 이러다 보니 운전을 하지 않을 적보다 화장실을 더 자주 가는 것 같기도 했다. 직장 다닐 적에도 자리를 비우면 업무처리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내 역할에 공백이 생기므로, 굳이 화장실이 가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도, 안 바쁠 때 미리 가고는 했었다. 그때와 조금은 비슷한 거 같다.
일정 중에 운전을 할 일이 있으면 화장실에 적어도 두 번은 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시야가 좁아지는' 밤 운전은 아직도 나를 긴장하게 한다. 밤 운전 시에는 웬만해서는 차선 변경을 안 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더 바짝 주의를 기울인다.
또 한 가지 운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상한 속도가 있는 구간이라도 대부분의 차들은 그보다 10~20km/h정도 더 빨리 달린다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그런 사실을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체감했음에도, 몸을 사려야 하는 초보라서 적당히 속도를 맞춰서 운전을 했더니, 거의 모든 차들이 추월해간 적도 있었다.
그래도 과속주행을 즐기진 않는다. 남을 추월해서 가는 것에는 큰 흥미가 없다. 도로 위의 경주는 현생(현실 인생)이 아니다. 오히려 안전하고 느리게 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때도 있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 교통사고는 내가 잘한다 해서 또 안나는 것도 아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당연히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자각한다.
운전 138일 차, 여전히 밤 운전은 웬만해선 안 하고 싶고, 해도 더 조심해서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요즘엔 차에서 내린 지 한참 지나도 화장실로 줄곧 달려가지 않게 되었다. 이제 조금 긴장이 풀어지는가..
그래도 운전할 때만큼은 바짝 긴장을 올리자. 앞뒤 좌우를 열심히 살피고, 뒤차가 빵빵거려도 천천히 가야 하는 곳에서는 천천히 가자. 골목길과 신호 없는 횡단보도 등.. 오늘도 신호 없는 횡단보도 구간에서 갓길 주차된 차 뒤로부터 길을 건너려고 하는 사람을 보았잖은가.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항상 주차와 출차 시에 비상등을 켜고 주위를 살핀다. 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서 출차를 하는 중, 가득 차량이 주차된 단지 안에, 오토바이가 웽~올라왔고 느릿느릿 출차하던 나를 못 보고 돌진해왔는데, 내가 굼벵이 기듯 하는 속도였기에 서로 상대방을 발견하고 제때 멈출 수 있었다. 저번에 마트 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내가 천천히 안 갔으면 서로의 사각지대에 있던 상대차와 부딪쳤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연수 때 사부님이 중요하다 했던 것들을 돌이켜본다.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앞차', '차선', '신호'이다.
자만하지 말고~ 안전 운전하자~ 내게 운전 중에 딴짓을 하거나 핸드폰을 보는 일은, '영원한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