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순기능

엄빠 세대(60년대)들과의 공감대 형성

by 박냥이

거실의 티브이가 스마트 티브이로 바뀌면서, 의도치 않게 가족들이 다 같이 유튜브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몇몇 유투버들을 대략 적어보자면, '진용진', '여행자제이', '입질의추억(이건 남동생이 추가함)', '강성훈', '삐루빼로', '공혁준&산범', '좋은아침TV(등산유투브)', '곽듀브', '계곡은개골개골', '야만스러운', '빠니보틀', '침착맨', '주호민', '1분미만', '딩고뮤직', '한문철TV' 등이 있다. 그렇지만 유튜브를 하다 보면 내가 구독하고 있는 영상 외의 영상들도 많이 뜨는 편이다. 요새는 KBS다큐를 구독해서 보는 중이다.


자극적이고 썸네일만 화려하고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쏙 빼먹은 얌체 영상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유투버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서, 특히 종종 보는 산악 유튜브인 '좋은아침TV'를 볼 때는 중년의 유투버분이 직접 산행을 하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아마도 그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엄마나 나나 더 집중해서 보게 되고, 해당 유투버 분이 아무래도 나보다는 엄마랑 나이차가 덜 나시는 것 같아서(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엄마가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전의, '유튜브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훨씬 이전의' 영상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했던 대학가요제나 여러 가요무대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잘 편집되어서 올라와있는데 저번에 동생이 찾아서 틀어놓았더니 엄마가 밤새 눈을 떼지 못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가수인 '이선희님'의 데뷔(?)무대도 얼떨결에 같이 보게 되고.. 그때 나왔던 사람들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지금의 모습이 나왔는데.. 꽤나 충격적이게도.. 내가 지금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젊은 시절과 지금의 모습의 대비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필터 카메라의 노인화 필터(?)가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져 있으니.. 그런 '빠른 세월의 흐름'이 30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확 체감되어 괜히 마음이 쓸쓸해지고 늙어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부모님이 잊을만하면 하시는 말, '세월이 금방이다, 젊을 때가 좋았지'란 말이 확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도 세월의 흐름은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10대 땐, 10킬로/h, 20대 땐 20킬로/h 이렇게..


가끔 아부지차를 타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7080노래를 틀어놓기도 하는데, 이때도 유튜브를 이용한다. '7080노래', '트로트'라고 검색만 해도 잘 묶어놓은 노래 뭉치가 여럿 있기에, 그중에 상대적으로 엄마 아빠 취향인 것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아서 틀어 놓으면, 내가 듣고 싶은 (대부분, 부모님 입장에선 특히 시끄러운) 노래를 틀었을 때보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다. 시행착오란 것은, 간혹 '50세 이상이 들으면 무조건 기분이 좋아질 노래'라 해서 틀어놨더니, 밤의 음악주점(?)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블루스(?)느낌이어서.. 오랜만의 드라이브의 분위기가 상당히 처지는 느낌이라 '신나는 노래를 원하는' 엄마한테 한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결국 '트로트'로 바꿔서 틀었지만 금방 목적지에 도착해버려서, 그것이 제대로 엄마 취향인지는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해봐야 진정 엄마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발굴할 수 있을 듯하다.


반대로 동생과 내가 거의 매주 듣는, '시작-가호' 같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노래도, 거실의 티브이에서 재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엄빠는 의도치 않게 그 노래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제목은 모르나 가사를 들으면 그 노래인 것을 알 정도가 되셨다. 또 하나의 노래로는, 'SUGAR-MAROON5'가 있는데, 한동안 나의 컬러링이었을만큼 많이 들었더니, 라디오를 즐겨 들으시는 엄마한테도 우연찮게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올 경우에 '제목은 모르지만 왠지 익숙하고 (딸내미 때문에) 많이 들어본' 노래가 되었다.


유튜브 외에도 왓챠나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도 거실 티브이로 자주 보다 보니, 가족끼리 다 같이 '좋좋소'도 보고.. 이전보다 부모님과 공감대의 폭이 넓어졌다 할까.. 그리고 엄마 아빠 시절의 사건사고들을(심지어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 일어난 일들도)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대부분 그 시절의 뉴스 같은 것으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데, 그냥 대화만으로 주고받았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전기배전공사에 관심을 가진 아부지께서는, 유투버의 강의로 전기 배선을 배우시는 듯했고, 엄마도 관심 있는 영상들을 종종 핸드폰으로 찾아보시는 듯했다.

그래도 당연히 단점도 있는데, 홈 화면 상에 너무 자극적이고 그닥 알고 싶지 않은 화젯거리가 넘쳐나는 경우, 이리저리 영상을 뒤적거려도 차라리 공영방송을 보는 때가 나을 경우도 많다. 그리고 부모님 취향이 아닌 영상을 거실의 티브이를 통해 볼 경우에 약간의 불평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집에서 쉬는 날 엄마와 함께 유튜브를 보면서, 엄마와 내가 공통적으로 아는 유투버인 '좋은아침TV', '곽튜브', '여행가제이', '계곡은개골개골' 채널의 영상을 보면서 서로 안 가봤던 곳도 가보고(대부분 해외여행 유투버들이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평상시 하고 있는 생각이라든지, 즐겨 하는 것들도 엄마한테 간접체험 시켜드리기도 한다. 곽님은 나랑 1살 차이고, 제이+계곡님은 아마 동갑일 것이다.

뭔가 엄마랑 대화할 소재거리가 는 것 같아 내심 좋다.

얼마 전 동생, 나, 엄마 셋이서 갔던 부산 롯데월드는 다녀와서도, 여러 유투버들의 영상을 돌아보면서 그때 기분이나 보았던, 느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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