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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Oct 23. 2022

내가 모임을 만든 취지

몇 번의 모임장을 해오면서..

 왠지 예전에도 브런치에 이 주제로 글을 써왔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제일 처음 만들어서 했던 독서모임, 그리고 직장인이 돼서 만든 그림 그리기 모임 이후에, 공부모임이랄까..

  사실 공부모임의 본질은 많이 잃었다. 결국에는 술 모임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그리고 사실상 모임이 없어졌다 해도 무방하달까..

그 모임은 없애고 다른 주제로 모임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남은 사람들도 손에 꼽는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읽었던가..

얇고 넓은 인간관계가 덧없고 부질없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하는 이유는, 그 수많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 중에 한 몇십 몇백 명 중에 한 명은 내 곁에 남기 때문이랄까..

남는다고 표현하기도 웃기지만 뭐랄까.. 지속된다고 할까.

살아가는 중 드문드문.

그러니, 그 시절 그때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한두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몇 안 되는 관계들을 꽤 소중하게 생각한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 이들을 또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런, '내게 남는 사람들'은 내게는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살이에서 잠시 스쳐가더라도 인생의 순간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흔히들 연인 사이에 표현하는 말 중에 지구에 바늘 두 개를 떨어뜨려서 그게 만날 확률이 어떤 사람 둘이 만날 확률이라 할 만큼 사람 간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여하튼, 이미 인간관계가 충분히 넓고 내가 죽을 날 내 장례식에 와줄 것 같은 이들도 곁에 꽤 있는 것 같고,

내가 죽을 날까지 챙겨야 될 사람들도 이미 충분히 만석이지만..

이게 치료가 필요한 병일지도 모르는데,

'사람에, 사람들에 대해 계속 알고 싶은 욕구'랄까..

아직 인간관계에 심하게 데여보지 않아서(?)랄까..(사실 데여서 방황했던 경험도 사실은 꽤, 있었다.)

이런 욕심을 쉽사리 버리긴 힘들다.


  이제는 혼자 있을 때도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데

예전에는 항상 사람과의 만남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려고 했었다..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방황했었다.

그러나 혼자도 좋은 지금에도,

사람을 만나는,

아니 최종적으로는 '내가 진심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만둘 만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는 못한 거 같다. 아마 고작 50년도 채 안 남았을지도 모르는 이번 생에서 이런 생각을 버리긴 쉽진 않을 거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모임을 만든 이유는

남녀노소 막론하고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솔직히 서른 지나서 사회 때가 잔뜩 묻은 채로 막역한 친구를 만들긴 쉽진 않다. 그리고 이성 목적인.. 그런 분들도 이십 대 시절에 모임을 운영하면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거 같은 느낌이지만.. 뭐 서른은 또 '삶에서 안정을 찾는 나이'이니 그런 모습들도 인간사에서 자연스러운 일들이라 생각하면서.. 그저 물 흐르는 듯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한 사람들을 남겨내고 싶다.

난로 같이 은은하게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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