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다
요즈음은 업무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아직까지, '굳이 들어왔나'하는 생각을 완전하게 떨쳐내지 못한 것은 시간 대비 급여가 다른 곳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는 것도 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장점인, '휴가'라는 것은 아직까지는 한 달에 하나도 겨우 쓰는 수준인 데다, 서로가 타인에 비해 더 잘나지 못해 안달인 몇몇의 공동체 속 일원의 입에서는 매일 같이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쓸데없이 귀가 밝은 탓에 그런 소리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듣고 흘리고 있다.
하물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누군가의 휴가에도 토를 달 정도이니.. 솔직히 말해서 (남 일이라도 곧 내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니) '한 대 치고 싶달까..'(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그 정도로 그런 사람들이 싫다.)
처음 직장에 입사할 당시, 어떤 누군가에 대해서도 섣불리 편견이나 판단을 내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나도 별반 다름없는 인간이라서, 이미 누군가에 대해선 호불호가 생겨버렸다.
일단 싫어하는 사람의 부류는 이렇다.
1) 약강 강약: 음.. 할많하않이다.(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그냥 '일정 선'이상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부류
2) 다른 사람에게 지식적인 부분에 대해서 뒤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가 맞고 잘났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부류: 제발 멀리 가세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부류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안 하게 되더라.
3) 외모 등 겉모습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부류: 티 안내도 티 납니다. 그냥 애써 어울리려 하지는 않게 되더라.
4) 스몰토크에서 소외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애써 끼어서 대화를 나누려는 부류: 음... 위 세 가지에 비해서는, 이해는 한다만.. 나의 취향인 사람은 아니다.
반면, 호감이 가는 부류는 이렇다.
1) 타인의 실수나 허점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허물을 더 아는 사람들: 극히 드물긴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가까이하고 싶다.
2) 때로는 할 말도 하지만, 평소에는 삭이고 마는 부류: 후자에 더 가까운 성격이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고, 때로는 할 말도 해주는 분들 덕에 같이 분풀이가 되는 기분이 들더라.
3) 약약 강강인 부류: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그나마 '모든 이에게 일관성 있게&예의 있게 대하는' 사람이 좋더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쓸데없이 회사 얘기로 빠져버렸다.
기존에 쓰려고 했던 '인간관찰일지'란, 오늘 부산의 시내에 나가서 남친과 겪은 여러 가지 대화와 모습들에 대해서였다.
먼저, 지하철 계단에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 여성분의 다리에는 같은 여자인 나도 눈길이 갔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 내가 더 관찰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동성의 몸에 대해서는 관심이 제한적이라 그런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다. 오늘은, 그 여성의 뒤에 딱 달라붙어서 계단을 오르는 어떤 나이 좀 있으신 남자분의 모습을 더 유심히 봤달까.. '뭐, 그러려니.'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의외로 꽤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아마 내가 남자 친구라면 재빨리 겉옷을 벗어 가리려고 했으려나..
남친한테 이 얘기를 하니, '뭐, 당연한 것을.'하고 말긴 했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단지 그런 모습들이 웃겨서(자신이 그렇게 홀린 모습을 보는 또 다른 타인도 있다는 그런 사실들이) 그런 것인데.. 결론적으로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나 보다.
또, 다소 피곤한 몸으로 카페의 가장 안쪽 자리에서 타인들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그다지 남한테 관심이 없는 남자 친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자주 가는 카페에는 상대적으로 큰 공간에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끼리 온 사람은 없었던 기억이 나고, 여자끼리 오거나 아니면 남자 혼자 오거나 또는 남자와 여자가 1:1 또는 다수:다수로 섞인 무리가 있었다.
'남자들이랑 같이 있는 여자들은 다 머리를 풀고 있지? 왜냐하면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걸 꺼야.'
나의 흘리는 듯한 말에 남친은 시큰둥하게,
'풀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있긴 하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한 번 전방을 둘러보니 남자 앞에 앉은 여자들은 수시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긴 하더라...
뭐, 여하건 둘 다 이번 주는 체력이 바닥인 탓에 5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사람 관찰은 그만두고 각자 이어폰을 끼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명 '사람 구경' 좀 하고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