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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Feb 04. 2023

오랜만의 브런치, 잡설과 회사이야기

썩어빠진 패배자들의 무덤

  오랜만에 또다시 브런치에 온 이유는, 갑자기 혼자서 막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카톡 프사나 인스타그램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주원인은 아무래도 대부분의 인생사 중 소소한 문제가 그렇듯, 인간관계와 직장 문제였지 싶다.


  그나마 생각이 비슷했던 작년 퇴사자이자 동종의 업을 하는 동료에게 늦은 연락이 닿아 밤늦게 몇 시간 동안 잠시 회포를 풀기는 했다. 

  아마 나의 속을 잠시 타게 했던 주원인은 최근에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된, 어떤 이 때문인 것 같다.

웬만하면 인간들의 속성에 대한 다양한 범주를 생각해서 대부분의 일에 작고 크게 이해를 하고 대강 넘어가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과 한 달간 '한 팀'으로 일하는 시간 동안은 조금씩 난관에 부딪치더라..


  가령, 내가 속한 팀이 A라고 치면 A팀은 정원이 4명으로 돌아가는데, 다른 부서인 B팀에는 10명 넘는 인원이 각각의 자리에서 일을 한다. 그래도 B팀이 상대적으로 바빠지면 A팀에서 1명이라도 헬퍼를 가야 하는데, 그게... 엊그제는 A팀의 4인 중 1명이 휴가라서 3인이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바쁘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B팀도 '그렇게 바쁘진 않아 보였는데' 굳이... 자진해서 B팀에서 부르기도 전에 달려가서 일을 한다던지..

음... (현재 사회생활 약 5년 차(?)인) 내가 보기엔, B팀 상사의 눈에 들려고 그럴 수도 있겠고, 아님 단지 자기 자신의 만족에 의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나 자신도 아직까지 잘 못하는 신조긴 한데, '나 자신을 다 도운 후에 남을 도와라'는 말을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러니 우리 팀도 당장 일손이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고 자질구레하게 일도 없는 것은 아닌데.. 굳이 B팀의 요청이 있은 후에 도와도 될 일을 그렇게 나서서 하는 모습을 보니.. 이게 바로, 열정이 넘쳐서 오히려 남에게 작은 부담을 주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B팀을 도우러 간 자리는 또한, 4인이서 매주마다 포지션을 돌아가면서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도 거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그가 한 대로 안 하면 누구든 B팀 팀장한테 한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의 상황엔 B팀 팀장의 궁시렁거리고 뒷담 하는 취미도 한몫한다.. 여튼 그렇다.


  이 일은 남친한테 이야기하니, '그냥 너는 너 스타일 대로 일하라'라고 했다.

물론, 나도 남친의 말처럼 그럴 생각이다. B팀 팀장한테 잘 보여봐야 뭐 (그녀가 상사라는 입장에서) 좋기야 하겠지만, 그녀의 이중, 아니 다중인격에 언제 어디서 또 뒷담을 해댈지,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인간이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인간들은 정말 위기에 맞닥뜨린 인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휙 외면해 버리기 십상이라서.. 가까이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인생게 도움이 될 거 같다.


  다시 어젯밤의 (내 입장에서는 같은 전철을 밟고 싶은) '그 퇴사자' 아니, '해방인'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그 외 자질구레한 일들로 한참 동안이나 썩어버린 이 조직 사회에 대해, '패배자들의 무덤'이란 말을 했는데, 그가 전날밤 쳤던 이 문장이, 아침에 눈을 떠도 답답한 체증이 남아있는 듯한 나의 정신적 염증에 다시금 생각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데서 잘할 자신 없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곳입니다. 패배자들의 무덤'이라는 그가 썼던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격증으로 그 외의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처지이기도 하고, 당장 나가더라도 충분히 지금보다도 많이 벌고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지만, '10년씩 묵은 고인물'들은 이미 자신이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훨씬 더 '소리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정작 '그 허울이 벗겨지면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무엇이라도 된 양 행동하고 말하는 게 일상이다.

  그 고인물 중 대화가 통하는 이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뒷담화가 취미인 B팀 팀장도 불통의 아이콘이다.

그렇기에, '패배자들의 무덤'이라는 게 딱 맞기도 하고..  나 또한 그 패배자에 속해 있지만, 똑같이 정신이 썩어빠지진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게 쉽지는 않다.


  가령, 집단에서 좀 소외되는 이가 있으면, '다 같은 인간인데 누가 잘났고 못났고 가 어딨겠냐..' 하는 마음으로 나는 외면하지 않고 그냥 다 '그저 그런 태도'로 대하지만, 집단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매너리즘에 젖어 별별 이상한 걸 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한 인간을 마녀사냥하듯 도려내고 싶어하는 인간들에게, 단지 '일을 남들보다 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성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인간을 투명인간 취급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 입장에서는 이 작디작은 사회에서 나가면 그런 '썩어빠진 인간'들은 상대도 안 하지 싶은데, 조직 자체가 이미 썩어버려서 비정상인 게 오히려 정상으로 취급받는 곳이다.

  최근에 알기론, 동물들도 집단에서 소외되는 개체에겐 특별히 더 챙기려고 하는 게 있다던데, 인간들은 더 추잡하고 동물보다 못한 거 같다. 단지 같이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고, 결국 그 소외된 이에게 연민이나 (언제든 자신도 그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는) 깊은 생각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은, 그저 이 썩어빠진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이곳을 나가는 것 같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이 '패배자들의 무덤'에서 자유로이 해방될 수 있을까..

그나마 '나의 해방일지'드라마에서 처럼, 나와 생각이 같은 직장동료가 있으면 조금씩 그 '버팀의, 또는 연단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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