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냥이 Feb 12. 2023

오래된 인연의 소중함

제이 이모와 엠 이모

  나에겐 엄마 다음으로,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신 두 분이 있는데 첫째는  제이 이모(블루투스 키보드의 한영 전환이 번거로워서 그냥 한글로 쓴다), 그리고 엠 이모이다.

두 분 다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 이분들에 대해서는 이전에 다른 글 어딘가에도 썼던 거 같다.

제이 이모랑 엠 이모는 거의 10~20년을 알고 지냈는데 제이 이모는 이웃집에 사시는 분(지금은 다른 위치로 이사를 가셨다)이었고 엠이모는 부모님의 직장동료셨다.

단순하게 '부모님의 지인'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가 나의 특별한 사람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두 이모의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살뜰한 마음' 덕분일 것이다.

  우선 엠 이모는 내가 고교 시절 때부터 머나먼 타지(고작 차로는 1시간 반여의 거리였지만, 기숙사 생활은 꾀나 외로웠다)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나에게 엄마를 통해, 이것저것 내 나이 또래에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챙겨주셨다. 그런 게 지나고 보니, 소소하게 위로가 되었던 느낌이다. 아마 이모는 내 얼굴을 보기 훨씬 이전부터, 직장동료인 엄마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보내 주셨고, 아마 대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이모를 실제로 뵈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때부터 이모로부터 받았던 많은 것들을 다 시 되갚으면서 살아가기도 짧은 인생이다.

그리고 고교 시절에 또 하나 위로가 되었던 점은, 이모의 아들(나에겐 오빠)이 군대에 있을 적에 나는 고등학생이어서 위문편지 겸 종종 안부를 종이편지로 주고받았었는데, 이렇게 글 쓰는 게 취미가 된 30대의 고교 시절에는 물론,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잘은 몰랐겠지만, 수험생활 중 그런 편지 쓰기가 소소한 행복이었다.

 엠 이모는 흥이 참 많으셔서 지금까지도 엄마랑 우리 가족들과 가끔씩 날을 잡고 어울리신다. 어느 정도냐 하면, 부모님은 보통 7시 반~9시 사이에는 주무실 정도로 취침시간이 빠른 편이신데, 바로 어제 엠이모를 만나고 온 날에는 가족들 모두 새벽 1시에 귀가를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어제는 엠 이모의 남편(아저씨)께서도 같이 자리를 하셨고, '왜 부부인지' 딱 보니 알 수 있을 정도로 '티키타카'(말을 서로 주고받는 행위)가 잘 되면서 '이른 오후 8시 반에' 집에 가려는 우리 가족들을 아쉬워하면서 잡으려 하시는 두 분의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졌다.

  특히 술을 잘 소화도 못 시킬뿐더러, 아직 암환자 신분(암은 완치까지 5년 정도 걸린다, 곧 재발의 기간을 염두해둔다)인 나는 술을 잘 안 마시는 편인데 이모랑 아저씨는 술을 꽤 즐기셔서 우리 가족 중에 그나마 술을 즐기는 엄마와 남동생이 꽤 많은 양의 술을 어젯밤 동안 마셨고 이모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술을 리필해오셨다고 한다.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마냥 피곤하지만은 않고 '혹시라도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겨졌다. 솔직히 부모님 친구랑 어울리는 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동생과 나는(둘 다 이제 서른 가량) 약간 애늙은이 기질(?)도 좀 있고 해서 그런지 그 자리가 마냥 불편하지 만은 않았다.


  이렇게 다음날 약간 늦은 시간에 가족들 모두 다 기상해서.. 글을 한번 써보았는데(특별히 어제 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장만한 기념으로) 엠 이모에 대해서만 글을 썼는데 꽤 되어서, 제이 이모에 대해서는 다음에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서 가족들과 '어젯밤 후기'를 읊조려 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랜만의 브런치, 잡설과 회사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