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가족들에게는 이미 벌써 내 생일이라고 다들 축하할 준비하라고 농담 40프로+진담 60프로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다. "아이구, 생일 파티 그거 그만할 때 좀 안됐나. 시집이나 가뿌라" 엄마의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지금도 나 스스로 '자축'하기 위한 떡을 주문해놓고 찾으러와있는 중. 살이 쪄서 자제하는 중이지만,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 '떡순이'가 바로 나다.
오일장 장을 보러 가도 형형색색의 떡이 놓인 떡집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요새들어 구매는 자제하고 있지만, 그래도 (넋 놓고) '쳐다보는 것쯤이야~'
떡 먹는 것을 자제중이라도 가끔씩 가족들이 지인들로부터 얻어온 떡들을 먹으며 회포를 풀기도 한다. 어제는 또, 동생이 회사에서 직원분께 아기 100일 떡을 얻어왔고, 저번에는 동생이 퇴근길에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마침 그 이모가 절에 다녀오면서 떡을 좀 받아오시는 길이었어서 색깔도 연노란빛으로 어여뻤던 떡한덩이를 받아왔다. 누나가 떡에 환장하는 것을 아는 동생은 그럴 때마다 떡들을 고이 모시고 왔고, 무뚝뚝하지만 '님 선물'이라고 하면서 (살빼야하는...) 나에게 항상 갖다 주고는 했다.
이런 떡순이에게 그래도 다른 생일날보다 앞의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는 생일이란 것은, 간만에 떡을 주문할 좋은 핑곗거리였다. 이번에 주문한 떡은, '단호박설기'. 그 형태와 맛을 생각하는 것으로만도 벌써 군침이 돈다.
떡순이에게도 특별히 선호하는 떡의 종류가 있다면,
1)설기류(백설기, 단호박설기, 쑥설기 등)와 잔기지떡(동글납작한 모양의 술떡)
2)밤떡(큰 송편모양이고 안에 밤이 들었다)
3)시루떡(콩시루, 팥시루)
등이 있겠다. 당연히 인절미나 송편도 있으면 먹긴하나, 보통은 위에 것들로 구입하는 편.
이제 부제목의 오지랖에 대하여.
나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생일날이니, 걸핏하면 남들의 생일을 굳이 신경 써서 챙겨주기 일쑤였다.
걔 중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케이크를 받고 초를 불어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나와 특별히 살가운 사이였던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대학 동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는, 자연스레 우리 (자칭)아웃사이더 무리들과 멀어졌고 당연히 연락도 끊겼다. 다소 찐따기질이 있던 그는 어쩌면 그런 일련의 생일챙겨줌 덕에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사람들의 생일케이크를 챙겨주는 게 마치 하나의 사명으로 느껴질 만큼 굳이 나는 케잌을 빠뜨리지 않고 거의 매번 챙겼으니... 그 돈만 아꼈어도 중고차 한대 값은 나왔을 듯.
이런 내 케이크 공세 덕에 어느 해 내 생일날에는, 지인들로부터 선물 받은 케잌만 7개 정도 되어 가족들과 7번에 걸쳐 생일파티를 한 적도 있다.
이런 '챙김의 뫼비우스 띠'도 점차 끊어졌는데, 사회에서 갖가지 고난과 더러운 면에 데이면서 내가 챙겨줘도 다음 내 생일에 돌려주지 않는 이들을 싹 정리해버렸기 때문이다.
요즈음엔 카톡선물하기로 많이 주고받으니 그 내역들은 고스란히 남았고, 그로써 '주지 않아도 될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건 어쩌면 순기능인거 같다.
아마 더 나이가 들면, 생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들과 다르지 않겠지. 그래도 여력이 닿고 특정 나잇대에서 굳이 내 나이를 세고 싶지 않은 때가 오지 않는 이상은 나의 생일파티는 계속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