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잘 나갔다. 5인 '미만'을 고집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녀에게 아쉬울 거나 부족한 것은 없어 보였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귀여운 딸에, 번듯한 직장의 남편까지. 게다가 그녀는 외제차를 모는 사장의 위치에서 아마 억 단위의 연매출을 올렸을 것이니, 한 달 수입만 해도 최소 몇 천 정도는 되었으리라.
그녀의 친구를 통해 그녀의 사업체에 일꾼으로 들어간 나는, 꽤 오래 그 직장을 다니면서 그녀에 대한 알고 싶지 않은 사생활도 꽤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어쩌면 직장 내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도맡는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시시 때때로 '바쁜 척'을 해대면서 그 업무에 공백을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거의 내가 그 공백을 메꾸어서 어쩌면 1.5배~2배의 업무를 맡아서 했다. 그녀의 바쁜 척이란, 쉴 새 없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직원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타이핑 소리를 무자비하게 냈고, 마치 그 일이 자신의 일은 아닌 양, 정작 그 일을 하는 위치의 자리를 비교적 크지 않은 엉덩이로 꿰차고 앉아서 자신의 중요한 일들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이는, 나에게는 어쩌면 참 고역스런 과정이었는데, 그녀가 자리에 있음에도 비워지는 그 자리의 역할 때문에, 수시로 일이 정체되었고, 눈치가 빨라야 하는 요즘 사회에서 마냥 나도 시치미만 떼고 내 일에만 집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종종 쥐도 새도 모르게 자리를 비우고는 했는데, 아무리 사장의 입장에서 당연한 권리라고 치더라도, 그 빈자리를 매번 메꾸어내야 하는 나로서는 그런 행동들이 조금 성가시게 여겨졌다.
그녀가 화장실은 간다는 것은, 곧 같은 건물의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한숨 돌리고 오겠다는 말이나 같은 건물의 특정 장소에서 힐링을 하고 오겠다는 말임을 우리 모두는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런 그녀는 골프, 필라테스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하면서 그러한 경우에 생기는 공백들을 다 우리들을 '돌려가며' 메꾸었다. 그녀에게 그러한 요구와 명령은 참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는 '갑'이었기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그제야 수군대고는 했지만, 그녀 앞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을'에 불과했다. 한 직원은 그저 그녀의 눈 밖에 나지 않길 바라면서 때로는 여우처럼 굴기도 했지만, 그 여우질이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다는 것은 몰랐나 보다. 그래... cctv. 보통 이 업종에 있는 사장들이 할 일 없을 때 들여다본다던 그 cctv. 그녀 앞에서 여우 같은 눈물을 짜내며 다른 직원들을 희롱하던 그 여우는, 갖은 만행들이 cctv로 발각되어서 종종 자신을 귀여워해 주던 그녀에게 잘렸다.
그녀는 5인 '미만'을 고집해왔다. 그녀에게 5인 이상을 만드는, 자신의 요구를 잘 안 들어주는 또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직원은 그저 '잘라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비교적 중요한 위치의 나는 항상 열외의 대상이었지만, 내가 몸이 아파 그 직장을 나오기 전까지 몇몇의 사람들이 '잘렸다.'
그들 중 몇몇은 나랑도 꽤 가까운 사이였다. 그들의 해고에 대해 마냥 착한 척만 할 수 없는 것은, 그들 중 한 명의 해고에는 나를 비롯한 나머지 직원들의 불평도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잘린 직원은 예전부터 줄곧 그녀에게 눈엣가시였다. 어쩌면 그녀 입장에서는 그저 말 안 듣는 애완견이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자신한테 대드는 것을, 혹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하극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그녀는 하극상 한 명을 해고했다. 아마 그녀와의 다툼 끝에 뛰쳐나간 하극상이 그녀를 해고했을 수도 있다.
나랑 같이 일하던, 나를 비롯한 나머지 직원들의 불평의 대상이었던 그 직원은, 입사 시에 그녀에게 결혼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에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을 했고, 때때로 친하게 지내던 우리들한테도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의 불평은 그녀의 임신 계획에서는 한참 빗나가 있었지만, 그녀에게 그 직원의 임신이란 것은 또 하나의 골칫거리에 불과했으며 곧 그녀의 해고에는 나름 정당한 사유가 생긴 듯 보였다. 만약 그녀의 사업장에서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인 출산휴가를 줘야 한다면, 그녀가 그토록 고집하던 5인 '미만' 사업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직원이 구직급여라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 직원 스스로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처럼 물러 터졌으면, 그렇게 요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오후 시간에는 쉬고 싶었기에, 오후에 자신의 자리에서 일해 줄 파트타임 직원을 한 명 더 고용했다. 그나마 나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직원이 그녀처럼 대충 일하지 않고 열심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일해주었기 때문이다.그녀에게 그 파트타임 직원은, 5인의 범주에는 들지 않았지만, 때로 5인 '미만'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였나 보다. 입사 때 서로 합의한 조건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그녀는 그 직원이 이전에 잘린 직원들처럼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일방적으로 그 사람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한편으로 웃겼던 것은, 그녀는 자신이 마치 무엇이라도 되는 양,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인진 몰라도,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자신이 자른 사람들한테 마구 연락을 해댔고, 그래도 한 때는 상사여서 그런지 이미 지난 일을 잊어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거절이 힘든 건지, 돈이 부족한지 이전에 잘렸던 사람 중 한 명 정도는 그녀의 일손을 돕곤 했다. 나머지는? 모두 거절했다.
그녀에게 그녀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순히 부려먹고 자신의 말을 안 듣거나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존재였다. 물론 무리하게 그녀의 사업장에 붙어서 일하다 각종 질병이 생긴 나는, 그녀에게 다소 골치 아픈 존재로 변질되어 갔고, 퇴사 이후에는 더욱 그녀에게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듯했다.
다시 퇴사 이전으로 돌아가서, 그녀는 남편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종종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우리에게 털어놓곤 했는데,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듣던 우리가 그 사건을 맞닥뜨린 건 어쩌면 예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미용에 온 힘을 쏟아 어쩌면 결혼 이후에 불필요해 보이는 수술까지 했고, 일이 바빠 보이는? 날에는 같은 건물의 오피스텔에서 밤을 지새우는 듯했다.
특별히 우리가 별다른 주의를 기울였다기보다 그녀 스스로 우리 앞에서 스스럼없이 한 통화들 때문에 귀가 있다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로부터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 여자분은 겉모습도 참 이뻤다. 여자분의 행동도 어쩌면 배려하지 않아도 충분했을 그녀를 배려하는 듯, 참 멋져 보이는 그런 여자분이었다. 여자분은 여타의 다른 손님들과 같이 보였으나, 곧 여자분이 그녀를 보고 한 말을 통해 일이 터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이 한마디 말과 여자분이 분을 삭이며 흘리는 눈물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했다.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모자랄 판에 여자분은 그 한마디를 내뱉고 나서 그녀의 궁색하고 감추려는 듯한 말을 듣고, 다소 느질렁거리는 듯한 속도를 기다리면서 그녀한테 이끌려 그녀의 일터 밖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러 나갔다.
아, 덧붙이자면 그 여자분이 충분히 찾아올수 있는 공간의 일터였다. 유부녀인 그녀가 자신의 연인과 불륜을 저지른 일에 대해, 나라면 그 자리에서 마음속의 화를 다 분출해버리지 않았을까. 아무리 다른 손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울지언정,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거 같았다. 나라면 최대한, 어쩌면 밝혀졌을 경우 그녀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될 그 일을 최대한 많은 이가 알게 크게 외쳐버렸을 것이다.
이제 그녀의 '을'노릇도 끝이 났고, 불가피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그녀에게 먼저 연락할 일도 없을 것 같다.
뭐, 그렇다고 그녀에게 아쉬울 것은 없겠지.
그녀는 아직도 잘 나가고 있을 거기에.
다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그녀를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 몇몇의 사람들이 생긴 것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