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누워서

by 박냥이

서른이 된 기념이라 그런지 요즘 들어 종종 아프다. 엊그제는 아침부터 구토를 했지 않나, 오늘 새벽에는 누가 등을 두들겨 패는 듯이 아파서 똑바로 누워 잘 수가 없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다. 심장도 빨리 뛰었다. 항상 특별한 증상에 대해서는 웹 서핑을 통해 그 원인을 찾으려 하기에, 심장이 빨리 뛴 것은 아마 수면무호흡증 때문이 아닐까 추측 중이다. 살이 쪄서 코를 골면 수면 중에 산소가 공급이 잘 안 되고 그로 인해 심장이 과도하게 뛰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 다 살이 문제지...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아침 시간에 거실 구석에 처박힌 짐볼을 빼내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대고 하면서 어깨와 목, 등 윗 근육을 풀어보려 했지만 불편함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인간극장에 나오는 100세 할아버지도 매일 아침 30분 스트레칭을 한다시는데, 나는 왜 이리 게으른 것이냐...

그래도 오랜만에 한 스트레칭으로 어깨 근육이 꽤 많이 풀려서 한의원에 굳이 안 가도 될 거 같았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자잘하게 아프시면 양의원보다 한의원에 더 자주 가시곤 했다. 그런 어머니의 권유도 있어왔기에 오래전 집 앞의 한의원에 몇 번 갔으나, 그리 좋은 추억은 없다.

의사는 내게, '이렇게 지방이 많아서 되겠어요?'라고 기분 나쁘게 얘기를 했었고, 침을 맞고 집으로 가던 중 발목이 엄청 아파서 보니, 침이 안 뽑힌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 한의원에는 가질 않았다.

내게는 엉덩이 주사나 양약을 먹는 것이 더 편했다. 지루하게 '제대로 처리도 안 해줄 수도 있는' 침을 맞으며 누워있기는 싫었다.

이런 한의원에 대해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 몸이 많이 안 좋아서 한 달 여치 한약을 지어 드신 어머니의 상태에 조금의 개선이 있었기 때문이고, 사실 이전부터 그 한약 특유의 냄새들은 참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들이 주로 가는 한의원은 게다가 의사가 여자분이셨고 이전에 한 번 뵀을 때 꽤 편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리로 향했다.

포털사이트의 후기에서 직원들의 불친절함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어서, 크게 기대할 것 없이 그들이 묻는 말에 적당히 대꾸, 적당히 설명하면서 의사를 보기까지 약간 기다렸다.(나도 서비스직이라서 남한테 그리 과한 친절함은 바라지 않는다) 그리 번화가에 있는 곳은 아니라 많이 붐비진 않지만, 침대에 눕고 나서야 꽤 많은 사람들이 벌써 드러누워서 치료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어르신들의 특징인 큰 벨소리가 왕왕 울려댔고, 전화를 받는 이의 목소리도 왕왕 울렸다.

마치 시장 한 바닥에 있는 듯, 처음부터 한 숨 잘 계획은 없었을뿐더러, 등에 물리치료며 침을 놔야 하니 맨투맨을 한참 걷어 올린 상태라 마냥 편하게 잘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그저 그들이 하는 얘기들은 한 귀에서 다른 한 귀로 흘러갈 뿐.

먼저 물리치료, 해보니 크게 시원한 느낌도 없는데 억지로 치료받는 느낌을 받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부항. 부항 뜬 상태로 아까 그 물리치료를 해주었음 싶은데, 부항기들은 자극은 좋은데 움직이질 않고 가만히 있으니... 조금 아쉬웠다.

이어서 아마 마지막 차례인 듯한 침.

손목이 아파서 의사 선생님께 가능하면 손목도 좀 부탁을 드렸다.

등에만 놨으면 침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도 볼 수 없었을 텐데 손목에 꽂은 3개의 침을 통해 침의 생김새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침이 꽂힌 부위는 시간이 지나니 약간 벌겋게 되었다.

약 10분~15분쯤 흘렀을까. 시간의 흐름이 자세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는 않다.

'제발 침 남기지 말고 제대로 제거해주세요' 생각 중인데, 이번에 의사 선생님은 잘하시겠지... 내심 기대를 해본다.(어쩌면 당연한 일인 침을 제거하는 것에 하필 트라우마가 생길 줄이야)

어쩌면 의사 선생님이 아닌 직원분이 제거했을 수도 있다. 침을 뺀 후에는 온찜질팩을 놓아주시고 조금 있다 온 의사 선생님이 바로 누워서 괜찮은지 보자고 하신다.

5분 정도 바로 누워보니, 어젯밤보다는 훨씬 낫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우리 집 식구들은 대개 침이나 주사를 맞으면 하루정도 씻는 것을 미루는 편이다.(근육주사이든 피하주사이든 간에.) 마찬가지로 나도 오늘 침을 맞았으니 샤워는 내일 아침에 할 예정이다. 침 맞고도 몸이 찌뿌둥한 느낌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그 상태로 어머니랑 이모를 모시고 절에 다녀왔더니 몸이 조금 힘들어져서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역시... 양약도 필요해... 운전을 해오면서 또 생각한다.

참, 한의원도 급여화가 되면 좋을 텐데. 어머니랑 나한테는 침 맞는 값이 좀 비싸게 느껴진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모가 내게 묻는다.

'00아, 넌 00일 말고는 무슨 일 하고 싶어?'

'한의사요~ 그런데 아마 다음 생에야 할 수 있지 싶어요~'

삶은 멀리서 보면 천국, 가까이서 보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듯, 한의사의 세계도 나름의 고충이 많겠지만, 적어도 동네의 작은 한의원에서 늘상 겪으면 지루해 보이는 그런 모습들이 뭔가 안정감을 준다.

어느 세월에 나도 조용한 곳에라도 내 일터를 일궈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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