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어지는 약속들

이럴 거면 약속을 하지도, 사람을 만나지도 말 것이지...

by 박냥이

이런 일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과연 낯선 이들을 만나는 약속들을 잡는 게 내 삶에 있어 뭐 그렇게 신경 쓰면서 굳이 해야 될 일들인가 싶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이제쯤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굳이 애를 쓰며 나설 것까지야 있겠나.


일요일 오전 11시 또는 10시 30분.

2주에 한 번하는 독서모임.

겉으로는 큰 부담 없어 보이는, 조금의 부지런함을 요하는 시간. 그 시간에 자는 사람들에겐 조금 부지런 떨어볼 기회.


몇 년 전, 내가 모임장을 할 때에도, 매번 늦고, 당일에 불참하는 인원이 많았다. 모임원들 중엔 시외지역에서 오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가면서 굳이 그 모임을 해오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한 일.

솔직히 일요일 오전은 오지 않는, 약속을 어기는 이들을 굳이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는 그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지하게 많을 시간이다.

그저 푹 늘어져 잠을 잔다거나, 이제는 아마 칠 일이 없는 토익을 친다거나,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마음먹고 산에 오른다거나...

내 경우에는 오늘 어머니 염색을 돕고, 가족들과 오일장에 갈 시간도 되었겠다. 소중한 내 사람들은, 하필 내가 남은 차를 끌고 나와 버스를 타야겠다.

나는 약속을 어기는, 남의 시간을 귀히 여기지 않는 이들은, 몇 안 되는 인간관계에서 고민하지 않고 끊어버린다. 걔들 중 한 명은, 나뿐만 아니라 내 연인의 시간, 도합 1시간의 1.5배쯤 되는 시간 동안 늦으면서 그런 것이 당연한 듯 행동했고...

이후 내가 그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 5분, 10분, 15분까지는 괜찮다.

근데 30분 넘어가면? 한마디로 '빡돌고, 구역질이 난다'

왜, 당신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남의 하나밖에 없는 인생의 일부분을 마음대로 네 멋대로 소모시키는 것인가.

그래, 당신과는 이젠 영원히 사요나라다. 후회하고 아쉬워해봐야 뭘 하겠나. 그저 나에게 남은 숙제는, 이런 '쓸데없어져 버리는' 약속들을 앞으로의 인생에서 줄여나가고, 먼저 주문해놓은 커피를 마시는 일이겠지.

오늘따라 아인슈페너가 더 달군.

참,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런 모임들의 순기능에 대해서 말해보면, 10,000명 중의 한 명 정도는 모래 속 진주알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 그렇지만 이런 정신 소모적이고 대책 없는 시도보다는, 이미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부터 먼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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