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날이 오고 있다.
확실히 기분이 다운된다. 아랫배도 갑자기 당긴다.
사소하게 주고받던 말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행복한 하루가 순식간에 지옥 같은 하루처럼 느껴지고, 삶이 말라버린 빵처럼 퍽퍽하게 느껴진다.
누워만 있어도, 집안에만 있어도 편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댄다. 이상 나의 PMS의 대략적인 모습들.
초6, 그러니 거의 20년 가까이 생리를 해왔지만, 여전히 그리고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생리 시작 전의 기간...
차리리 임신과 출산을 통해 이런 호르몬의 요동침이 조금 누그러든다면, 하루빨리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생리기간 자체도 힘들지만, 그래도 진통제나 핫팩 같은 걸로 일정 부분은 다스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월경전 증후군에도 쓰이는 약이 있긴 한데, 개인차도 크고 일정기간 이상 복용해야 하며, 그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었는지, 또 가격적인 면에서도 메리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참, 필자가 말하는 것은, 생리양이나 주기 조절, 자궁 질환 또는 피임을 위한 호르몬제가 아니다. 일부 생약 성분으로 된 건강기능식품을 이야기한 것이다. 달맞이꽃 종자유나 쥐오줌풀 같은... 약국에도 종종 파는 제품들.
여태껏 PMS에는 참, 폭발해버린 일들도 꽤 많았다. 혹자는 못 참고 도둑질을 해버리기도 한다는데, 내 성질은 그 정도까진 아니고, 가령 고교 시절에는 안 풀리는 수학 문제집을 던져버렸었다. 문이과가 나눠져 있던 시절, 단지 수학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대부분이 선택하는 이과를 선택했었다. 허나 기본기는 얼추 잘 체득해도 항상 응용이 잘되질 않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 발목을 잡았다. 친구들이 하는 유명강사의 강의를 따라 들어보려 할 때는 이미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 결국 불수능이라던 그 수능 때, 수리영역의 어려운 문제들 대부분을 운에 맡겼고, 2등급이라는 행운을 거두기는 했었다. 언1, 수2, 외1등급이었는데 4과목을 선택했던 과탐에서 부진하여 원하는 대학에는 가지 못했었다. 여하튼 수능 얘긴 이쯤 하고 다시 PMS얘기로 돌아가서.
모 대학의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는데, 정말 지금 떠올려도 디자인이 영 별로이고 무척 두꺼웠던 미적분학 전공책도, 마찬가지로 아마 PMS였을 그때, 내게 의해 무자비하게 던져졌더랬다. 덧붙이자면 그래도 미적분은 A+.
참, 이전에 치열했던 고교시절에 인간관계로부터 쓸데없이 상처를 받으며 방황했던 나는, 그런 스스로에 자괴감을 느끼고, 졸업앨범을 던져버린 적도 있다.
참조로, 위의 책들은 다 나의 방구석에서 던져진 것이다.
어쩌면 겉으로는 허허거리고 사람 좋게만 보여도, 속에서는 한없이 불이 나고 무너져 내리던 내 모습이 그런 방구석 속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것이 아닐까.
이후에 직장을 다니고 나서는, PMS는 나의 본성인 게으름, 편안함 추구 이런 것도 자제하는 동안이었기에 같이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으나, 퇴근 이후 애써 나를 만나러 와준 연인에게 사소한 것인데 터무니없이 화를 내기도 한 것 같다. 한 날에는 나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이 떨리는 화를 분출하기도 했다. 휴, 왜 그 직장을 진작에 때려치우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갑상선암도 안 오지 않았을까.
몇 개월 전, 자궁질환의 수술도 마치고, 생리기간의 힘듦은 일부분 덜어졌지만, PMS는 또 악마의 웃음을 지으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듯하다. 이럴 때엔 혼자 조용히 산에 오르는 것도 좋을 듯.(마침 지금 또 산이다!) 괜히 옆에 가족이라도 있으면 사소하게 다툴 수도 있다.
또, 뭐 부추나 두부 이런 게 PMS에 좋다고는 하지만, 역시 달달하고 맛있는 거 먹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우스갯소리지만 생리 기간 중에는 좀 과식해도 살 안 찐다더라.
잠시, 나를 구속하고 옥죄이던 고삐를 풀고 마음 편하게 좀 놀고먹으며, 내 몸을 우쭈쭈 달래주자.
애꿎은 사람이나 사물에 너무 분풀이하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