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날에 화를 내버렸다. 복잡 복잡한 엘리베이터에서 단지 자신이 내리는 층에서 내가 내리지 않은 게 그 이유였다. 나도 물론 가만있지는 않고, '아, 엘리베이터 잡고 있잖아요'라고 하니 그 성질 있어 보이는 아줌마는 끝까지 내리면서도 (그때까지 문이 닫히질 않으니)'봐요 안 잡고 있어도 되잖아요'이러는데... 자신의 뒤에 서있는 다음 층에 내릴 한 사람과 우리 어머니가 탈 시간은 아랑곳 않은가 보다. '지금 아무도 안 잡고 있거든요'한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더 이상 화낼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는 사소한 일이다.
그 사람이야 내릴 때 문이 쾅 닫혀 버리든지 내가 상관 할바는 아니었으며 그 사람을 배려해서 먼저 내려있는 사람들과 같이 내린 뒤, 그 사람이 내릴 동안은 엘리베이터를 누가 잡든 말든 오직 다시 같이 탈 생각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별일 아닌 일에 화를 종종 낸다. 아마 매일 수시로 바뀌는 여자의 굴곡진 호르몬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갑상선암으로 먹는 호르몬제가 원래 갑상선 기능만큼 못하는 탓도 있겠다.
그래도 이제는 화가 나도, 마냥 그것이 내가 잘못된 것이라 자책만 하지는 않는다. 남이 화를 내듯 나도 참지만 않고 화를 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화'라는 나의 감정도 자연스럽고 타인으로부터는 크게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스스로라도 다독여주고 존중해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어떤 일에 대해 너무 곱씹지 않는 것이, 특히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있을 경우 주위에 소중한 이들, 가까운 이들에게도 더 좋다.
그들에게까지 잔불을 식힐 필요는 없다.
하물며 그들의 위로와 옹호를 굳이 바랄 것까지도 없다.
화를 낸다고 사실 좋을 것은 없다. 기름지고 짠 음식마냥 몸에도 안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억누르는 것도 병을 키운다. 화를 낼 때는 확실하게 내고(특히 억울한 입장에서 남의 화만 쏟아질 경우에) 또 이후에는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 요즈음 나의 경우에는 되도록 빨리 다른 생각을 하거나, 사소한 것에서라도 하하 크게 웃고 치우는 편이다.
아마 불편한 사이일수록 억지로 화를 누르게 될 텐데... 그 대상이 상사 같은 경우에는... 되도록 가능하다면야 이직을 권고하지만... 이직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닌 경우도 많을 거기에, 그러면 운동이나 게임 같은 자신만의 취미로 자신의 마음을 보듬고 토닥일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사실 이것도 쉽지는 않아서... 그런 스트레스와 화를 잘 컨트롤하지 못한 나의 경우엔, 살이 찌고 갑상선암을 앓기도 했다.
부디 새직장에서는 흐르는 강물처럼, 별거 아닌 일, 사소한 일, 지나갈 일들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또라이들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길.
어쩔 때 보면 감정이 너무 풍부하게 사는 것보다, 감정을 메말리고, 삶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없이 사는 게, 삶이 제대로 안 풀리거나 말썽일 때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하지 않고 그 시간들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거 같기도 하다.
p.s. 화낼 일도 많지만, 감사할 일도 많다. 가령 따신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일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