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막을 채우고, 정장은 치마로?

여전히 내가 편한 대로

by 박냥이

벌써 30살. 대학교 시절부터 화장에 열심이지 않았고, 코로나 시국부터는 마스크를 쓰니 화장을 더욱 안 하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아마 평생 해나갈) 직업군에서는 과하거나 진한 화장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나의 화장술은, 10년 전의 수준과 별반 다름이 없다.

20살 새내기 때도, 친구들이 흔히 하는 마스카라나 팩트도 잘 쓰지 않았고, 옷차림도 섹시하고 이쁜 옷보다는 내가 보기에 귀엽거나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선호했다. 그래도 아예 안 꾸민 것은 아니고, 가끔씩 아이라인도 그리고, 연분홍 볼터치를 써본 적도 있다.

23살에는 타대학으로 편입했는데, 학과 특성상 또래보다는 나이가 나보다 1~10살 많은 이들과 같이 입학하여 공부했었다. 동기들의 출신은 제각기 다양했는데, 몇 년 회사생활을 하다 오신 분도 있었고, 나처럼 자퇴 후 편입이 아닌, 졸업 후 편입을 하신 분들도 있었다.

동기인 또래나 언니들이나 다들 나보단 한참 화장을 잘했고 옷도 잘 입었다. 어느 날에는 나도 평소에 잘 안 해본 아이라인을 그리고 왔는데, 5살 연상의 동기 오빠가 지나가면서 '00아, 언니들한테 화장 좀 가르쳐달라 해라'하고 말했다.

알고 보니 눈의 점막(?)까지 채우지 않은 아이라인이 보기에 조금 어색한 화장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그 시절엔 붓펜 형태의 아이라이너를 주로 썼기에, 선도 얇게 그려져서 속눈썹 안까지 꼼꼼하게 다 채워 넣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생기긴 했겠다.

그래도 한편으론 아이라이너라는 화학물질을 눈알과 가까운 점막까지 채워 넣는 게 조금 꺼림칙했다.(몇몇 회사에서는 토끼의 눈에 마스카라 같은 화장품 테스트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화장품에 대한 인식도 별로 안 좋기는 했다)

뭐.. 결론은 이후에 펜슬 형태의 아이라이너를 동기 언니로부터 추천받아 쓰면서, 여전히 점막은 채우지 않고 옅게 그리면서 지내왔다.


약 3년 후, 졸업과제를 준비하고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 없던 무다리(무모양 종아리)를 드러내는 게 줄곧 불편했었기에 바지 정장을 입었다.

이후, 그 자리에 계셨던 지도교수님을 찾아뵙고 '00에 면접 보러 간다'라고 인사드리러 갔는데, 그 자리에서 교수님이 말씀 끝에, '이번에는 치마 정장 입고'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교수님 말씀대로 치마 정장을 입고 조금 불편한 상태에서 면접을 보고 합격은 했다.

비록 이제 입을 일이 거의 없겠지만, 나에겐 치마 정장이 아직도 불편하다.

긴치마랑은 최근, 산부인과 수술을 하면서 없던 친분을 쌓고, 그 편안함을 만끽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짧은 치마(내 기준으론 무릎 위)들은 내게는 머나먼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약 20킬로가 덜 나갔을 무렵, 간간이 치마를 입었을 때, 그 시절 남친으로부터, '어떤 여자가 네다리를 아주 뚫어지게 보더라'라는 말을 듣고서는 더욱 치마를 입기 싫어졌다.

가뜩이나 초등학생 때부터 내 다리가 축구선수다리라고 동생이랑 웃고 떠들고 놀았으며, 교복이 치마였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늘 맨다리가 불편했다.

다리가 가는 사람들이야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나는 무시다리라서... 게다가 지금은 통나무 다리, 엄마 말론, 진주 촉석루 다리라고 할 만큼 어마어마해서...

짧은 치마는 아마 더 이상 내 인생에서는 없지 싶다.


이렇게 내 기준에서 영 안 맞으면, 남들의 가벼운 조언은 전혀 통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 나를 더 타인에게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조언이라도.

역시 내가 편한 게 제일 편하고 좋다랄까.

껄껄껄~~~뒹굴뒹굴~~~


*제목 이미지 출처: 아리따움 어플, 크리니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