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고 나면 잠을 설친다
역시 안 볼걸 그랬나...
몇 달 전까지 가족끼리 매주 챙겨보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금요일에는 SBS의 '궁금한 이야기Y', 토요일에는 MBC의 '실화탐사대'. 둘 다 밤 9시 정도에 해서, 보통 오후 10시에 취침하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보기에는 좋은 시간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유익하지 못하다고 느꼈는지 가족들은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시청을 그만두게 되었다. 어쩌면 매번 나오는 비슷한 케이스와 느낌의 사건들이 답답하고 진부하게 느껴진 이유도 있겠다. '아동학대', '노인학대', '성폭행', '사기', '위장결혼', '쓰레기 더미에 사는 어떤 사람', '동물 학대'... 이런 사건들이 계속 순환되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어느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그런 사건들이 계속 반복 또 반복되다 보니 보는 사람들도 점차 지쳐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사건의 당사자(피해자)들에게는 정말 억울하고 힘든 일이겠지만...
심지어 나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입장을 너무 깊숙이 파고들어서 공감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항상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그 여운이 쉬이 가시질 않았다.
휴, 그래도 어쩌나... 그 외에 티브이에 특별하게 볼만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챙겨보는 프로그램인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나 '6시내고향'같은 프로그램들은 대개 오후 6~8시면 끝나버리기 때문에 이후의 시간대에는, 넷플릭스나 왓챠, 유튜브를 보지 않는 이상 티브이에서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어제도 특별히 할 일은 없었지만, 잠에 그대로 들기는 싫어서 어머니와 노닥거리다 티브이를 틀었고, 오랜만에 '궁금한 이야기 Y'나 볼까 싶어서 방영시간을 기다렸었다. Y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3가지 사건으로 구성되고, 각 사건의 도입부에 은유적인 느낌의 묘사를 넣은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래도 그 장면만으로 정확히 어떤 사건인지 유추하기는 힘든 점도 있으나, 대강의 느낌으로 어떤 부류의 사건인지는 생각할 수 있다.
음... 어제 본 것은, 첫 번째는 아동 유기 및 방치로 영아를 사망하게 한 부모의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 세 번째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방화로 인한 산불에 의한 이야기였다.
사실 정말 내가 어쩌면 궁금했고 관심이 가장 갔던 것은 세 번째 이야기였으나,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도 그냥 두고 볼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즉, 정말 감정을 자제하고 보면 한숨만 나오는 그런 사건들이었다.
특히, 첫 번째 사건은...
티브이를 다 보고 내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며, 이어서 유튜브에 뜨는 '보성어부 살인사건'과 '부산 감금폭행 사건(김ㄱㅌ)' 대해 다시 듣고 보고, 굳이 영상을 안 보더라도 썸네일을 통해서 많은 잔인무도하고 어이가 없는 사건들의 보도를 눈으로 훑어내려갔다. 그 목록의 중간중간에 힐링 느낌의 영상들도 있었지만 잘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어쩌면 정신 소모적이고 지치고 눈도 피로해지는 일이었지만, 이런 날에는 그냥 계속 이런 부정적이고 심각한 사안들에 계속 끊임없이 빠져들게 되더라.
보통은 깜깜한 방이 깊은 수면에도 좋다지만, 이런 날에는 평소의 불 꺼진 방이 유독 깜깜하고 어둡게 느껴져서 굳이 수면등을 켜놓고 잠에 들기도 한다. 피해자들의 공포와 두려움 같은 것이 깜깜한 어둠 속에 있으면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도 든다.
아니나 다를까, 또 이상한 일련의 사건들로 뒤섞인 꿈을 꾸면서 잠을 설쳤다. 이런 꿈들은, 눈을 뜸과 동시에 모두 휘발되어 버려 기억도 안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내가 자기 전에 훑어내렸던 그 수많은, 알고 싶지 않은데 보았던 많은 사건들처럼.
가급적이면 좋은 것만 보고, 티브이에서도 일상다큐를 많이 보고, 즐거운 것 좋은 것만 생각하며 살려해도 가끔씩 이렇게 별생각 없이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비추는 영상들을 보게 되면, 새삼 '사람이 참 무섭다', '이상한 사람들 참 많다'라고 느끼게 된다. 과연 믿을만한 사람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고...
그 영상들에 딸린 댓글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본다... '이래서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은 조심해야 돼요', '범죄는 항상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상태에서 일어나더라고요'... 이런 댓글들...
공감을 하려 하고, 나도 그들로부터 배우려고 해 보지만,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냥 몰라도 될, 내 주위에는 없었으면 싶은 일들... 그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인간쓰레기'... 물론 어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만큼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겠지. 그래도 적어도 내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보다 좀 더 나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싶고...
사실 어쩌면 나도 어른들처럼 생각해서 대부분의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쉽게 풀지 못하는 것도 있는 듯하다.
불편하고 과분한 호의는 줄 필요도, 받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무고한 아이들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을 한 사람들은... 음... 반드시 똑같이 돌려받을 거라 생각한다.
휴... 여튼 이런 일들을 마주하고 곱씹는 것이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그저 몰랐으면 더 편할 일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원래 선천적으로 악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들에게 응당 인과응보로 답해주길 바란다.
당분간 또,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피할 것 같다. 보고 나면 거의 매번 잠을 설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