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D+123

조용한 BGM 한곡 반복은 가능...

by 박냥이

작년 11월 9일 운전을 시작했다. 29살, 요즈음에는 운전을 시작하기에 그렇게 이른 나이도 늦은 나이도 아니다. 운전을 하면서 여태껏 못 봤던 또 다른 생태계를 경험하기도 했고, 때로는 기분전환이나 식겁을 하기도 한다.

개월 수로 치면, 11월 12월 1월 2월 3월, 약 5개월 차이다.

여전히 운전은 힘겹고 피곤하면서, 즐겁고 신나기도 한 일이다. 차가 비싸고 좋은 차면 약간 더 기분이 날 거 같기도 하다.

대략 5명 정도 주인이 바뀐 지금의 내차는 흔하디 흔한 모닝이다. 키로수는 거의 할아버지급이다. 그새 정이 많이 들어서 차번호에서 착안한 고유의 이름도 있다.

부산에서는 특히 운전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산 바로 옆의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부산 시내로 차를 끌고 나간다.


오늘은 사실, 근처의 지하철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약속 장소까지 지하철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오전에 가볍게 등산을 하고 샤워를 하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려는데, 오랜만에 아버지의 걱정 한마디가 들린다.

"부산에 코로나 사망자가 00명인데 어딜가노?"

"아~ 사람 많은데 안 간다~ 내가 사람 많은 데 가는 줄아나~ 한적한 데서 본다 걱정마라"

이렇게 말하고도 내심 걱정이다. 원래 탈 계획이었던 지하철도 어떻게 보면 밀폐되어있고 주말에는 특히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출입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긴 하지만...)

고민하다 보니 어차피 지하철 환승을 하기도 빠듯해서 그대로 약속 장소까지 운전을 해서 간다.

이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는 도로. 비교적 한산하고 80킬로 제한 구역이지만, 이전만큼 쌩쌩 달리는 차들도 없고, 앞차도 천천히 가고 있으니 뒤를 따라가고 있는 나도 마음이 편하다. 약속 장소 인근의 공영주차장 부근에서 약간의 정체가 있다. 공영 주차장에 들어가서 비교적 지하철이랑 가까운 구역으로 차를 끌고 가본다. 한두 군에 빈 곳에 주차를 하려니 비슷한 곳에 차를 대려고 뒤에서 기다리는 차가 보인다. 약간 터프하고 대담하게 경사가 있는 주차공간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엑셀을 밟는다. 차에서 내리니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기다려서 뾰로통해진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가져온 도시락을 나눠먹으면서 반나절을 함께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형편은 못된다. 올 때 차 밖으로 보니, 근처의 선별 진료소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자. 마음 같아서는 친구의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주행시간이 38분에서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버린다. 친구도 이해한다. 게다가 요새 휘발유 가격도 만만찮다.

다시 돌아오는 길. 아까 왔던 대로 다시 가면 되는데, 늘 의지하는 내비게이션 어플은 종종 헷갈린다. 아니 어쩌면 괜히 표지판을 본 것이 실수였을지도. 내가 갈 지역이 적힌 표지판을 보고 이리로 가는 게 맞나 하고 잠시 헤맨다. 이미 네비가 알려준 길과는 다른 곳으로 접어든 것을 알아챘을 때는, 네비가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 초 뒤에 네비에서 새로운 경로를 찾는다. 다시 그리로 가지만 갓길이 유독 많은 그 고속도로 같은 도로에서 헤매는 일은 꽤나 버겁다. 그냥 고속도로 같지 않은 국도로 가자. (필자는 시간차가 별로 안 나면 '네비 추천 경로'보다는 '무료도로 경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진땀을 빼며 가다 보니 비록 해 지는 시간이 늦어졌음에도, 결국 해가 지는 시간이 와버렸다. 주위가 캄캄해진다. 아... 밤 운전은 힘든데...

이윽고 연수할 때 자주 왔던, 이전의 직장이 있던 동네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턴 식은 죽 먹기일지라도 조금 익숙할지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밤 운전을 할 때는 평소보다 앞차와의 거리를 더 두려고 한다. 그리고 차선 변경은 웬만해선 안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해야 한다.

하필이면 내가 있는 2차선이 계속 1차선으로 바뀌는 것이 두어 번 연속으로 반복되었기에... 계속 직진을 해야 하는 나는, 거듭 차선 변경을 해낸다.

작년 12월 31일, 당연히 밀릴 것을 예상하고 부산 시내로 들어갔고, 마찬가지로 무료지만 고속도로 같은 '도시고속도로'에서 3-4차선에서 1차선으로 빼야 할 때 진땀이 났었고, 그 시절 양보해서 나를 1차선으로 보내준 이들에게 (잠시라도) 참 감사했었다.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차선 변경하려는 차들에게 양보를 조금씩 하는 편이다.

뭐... 걔 중에는 내 차의 모습과 속도가 그리 위협적으로는 느껴지기 않는지 마음 놓고 방향지시등도 안 켜고 마치 내 앞의 차선이 자기가 있는 차선에서 이어지는 양, 그렇게 앞으로 끼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고속도로에서 웬만하면 110킬로는 잘 넘지 않는다. 차의 성능이 현재로서 버텨낼지도 미지수긴 하지만, 경차로 고속도로는 역시 무섭다. 스스로 몸을 사려야 한다.

고속도로든 국도에서든 누가 나를 추월해도 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세 얼간이'영화에서 바이러스(비루?) 교장선생님이 자신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항상 경계하면서 출근길 자전거를 탈 때도, 자신이 뒤쳐지는 것을 허용하지 못하고 추월해버리는데, 그렇게 쓸데없이 누가 추월하는 것에 대해 쓸데없는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별하게 위협적인 추월이 아닌 이상,

'추월해서 먼저 가이소~ 오줌이 급한갑지요~' 하고 금방 잊어버린다.

아마, 크고 좋은 차를 사도, 앞차가 웬만큼 느릿느릿 가지 않는 이상, 그리고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있지 않은 이상은, '차선 변경+추월 스킬'은 잘 쓰진 않을 것 같다.

항상 남보다 앞서갈 필요는 없다.

특히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로에서는 더욱.


여튼 오늘 돌아오는 길은 꽤 힘들었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진땀을 많이 뺐다. 역시 지하철을 이용할 걸 그랬나...

필자는 불교라서 좋아하는 절에서 작은 부처님상을 하나 구입하여 차에 붙여두고, 운전하면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거나, 오랜만에 장거리 주행을 하거나,

매일 운전을 시작하고 끝낼 때, 부처님께 짧게 짧게 기도하는 편이다.

'오늘도 안전히 다녀올 수 있기를',

(욕하고 나서는)'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같이.


운전 123일째, 아직까지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컨디션 안 좋거나 자신 없을 때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지금부터가 더 주의하고 또 주의할 시기이다.

'나 운전 좀 하는데~'하고 자만하는 순간 사고가 난다더라.

그리고 내가 아무리 주의해도 앞차 뒤차 옆차가 어찌하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도로 위다... (운전하는 게 100프로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듯...)

아직도 시끄러운 노래를 틀고 운전하기에는 뭔가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게임의 '가사 없는' 배경음악만 한곡 반복으로 가끔씩 트는 편이다.

사부님께 배웠던, 1) 앞차 2) 차선 3) 신호

항상 잘 주시하면서 안전운전 무사고운전 하고 싶다.

+(차가 수동 조작이 많다)

내릴 때는 1) 오프(전조등) 2) 사이드(사이드 기어)

3) 피(주차 기어) 항상 기억하기!

전조등을 안 꺼서, 주차 기어 말고 다른 기어에 두고 내려서... 초반엔 보험사에 전화도 몇 번 했더랬다. 그래서 항상 '오프 사이드 피'는 하차 시에 두어 번 정도 목소리 내며 확인하는 편이다.

아마 올해 중순에 재취업하고, 1년 정도 뒤에 새로운 차를 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차에 꽤 정이 들었고, 지금의 차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사실 아버지가 여분으로 차를 쓰시려고 샀는데 나에게 도둑맞았다고 한다)


"00아(차이름), 앞으로도 잘 부탁한데잉~ 최대한 전방주시 잘하면서 안전운전 해보께잉~"